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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위 "썼잖아!" 병장 "안썼어!"…해묵은 갈등 끝날까


입력 2019.01.20 01:00 수정 2019.01.20 06:59        이배운 기자

반복되는 예비군 훈련 ‘휴대폰 사용 금지’ 갈등

급물살 타는 병영문화 혁신…예비군 훈련도 변해야

반복되는 예비군 훈련 ‘휴대폰 사용 금지’ 갈등
급물살 타는 병영문화 혁신…예비군 훈련도 변해야


예비군 훈련 자료 이미지 ⓒ데일리안 예비군 훈련 자료 이미지 ⓒ데일리안

"아 진짜 시X... 안썼다고요!"

해가 지난 일이지만 아직도 눈에 선하다. 껄렁거리는 태도의 병장은 대위를 향해 목에 핏대를 세웠다. 대위는 울그락 불그락 인상을쓰고 분노를 억누르는 듯 가만히 병장을 쳐다보더니 이내 생활관을 휙 빠져나갔다.

얼핏 보면 상관모욕죄로 엄하게 다뤄질만한 사안이지만 병장은 아무 탈 없이 집으로 되돌아갔다. 일선 야전부대가 아닌 예비군 동원훈련 부대에서 일어난 해프닝인 탓이다.

생활관을 지나가던 대위는 예비역 병장이 침상에 누운 채 휴대폰을 사용하는 모습을 발견했다. 이에 대위는 휴대폰 반납을 요구했지만, 병장은 꺼진 화면으로 거울을 보고 있었다는 주장을 끝끝내 굽히지 않았다. 대위가 돌아가자마자 병장이 다시 휴대폰을 킨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최근 국방부가 현역 병사들의 일과 후 휴대폰 사용을 전면 확대하기로 하면서 예비군 훈련 중 휴대폰 사용 규칙 완화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역 병사도 사용하는데 예비군은 안 되냐"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이다.

지난해 3월 서울 내곡동 강동·송파 예비군훈련장에서 예비군 대원들이 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3월 서울 내곡동 강동·송파 예비군훈련장에서 예비군 대원들이 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예비군 훈련자의 휴대폰 수거 및 전면 사용금지는 국방부의 공식적인 지침은 아니다. 그러나 각 예비군 훈련 부대는 훈련 집중도 향상 및 보안상의 이유로 휴대폰 사용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일부 부대는 휴대폰 사용 적발 즉시 강제퇴소라는 강경카드를 꺼내들기도 한다.

이들 조치를 둘러싼 비판은 매년 예비군훈련 시즌이 시작될 때마다 반복됐다. 민간인 신분인 예비군에게 휴대폰 반납을 요구하는 것은 인권침해이며, 연락이 두절됨에 따라 생계 등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애초에 훈련 집중도 향상 및 보안유지에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국방부는 지난해 예비군 훈련기강 엄정 확립 및 실전적 훈련을 통한 예비군 전투력 강화를 주요 목표로 내세웠고, 올해도 이같은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국방력을 높이겠다는 취지에는 반대할 이유가 없다.

이배운 정치사회부 기자 ⓒ데일리안 이배운 정치사회부 기자 ⓒ데일리안

그러나 최근 극심한 청년 취업난에 시달리는 20대 남성계층은 병역의무를 전담한 탓에 사회적 불이익을 당했다는 불만을 표출하고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엄격해지기만 하는 예비군 훈련은 국가가 젊은 청년들의 부담을 등한시하고 희생을 강요한다는 분노 여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다분하다.

이제는 병영문화 개혁에 발맞춰 예비군 훈련도 ‘통제’와 ‘금지’를 벗어난 개방적인 조치들이 적용돼야 할 시점이다. 아울러 군 당국의 노력이 나타나면 훈련에 참석하는 예비군들은 ‘쉴 때는 쉬고 할 때는 한다’는 성숙한 태도로 성의에 호응하기를 기대해본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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