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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쇼통’, 농담 또는 거짓말?


입력 2019.03.11 08:30 수정 2019.03.11 08:25        데스크 (desk@dailian.co.kr)

<김우석의 이인삼각> ‘김정은 편들기’‘소득주도성장’‘탈원전’‘4대강 보 해체’등 ‘쇼’와 ‘거짓

현재 청와대, ‘소통’은 영양가 없는 건더기에 향신료만 범벅 된 나쁜 요리

<김우석의 이인삼각> ‘김정은 편들기’‘소득주도성장’‘탈원전’‘4대강 보 해체’등 ‘쇼’와 ‘거짓
현재 청와대, ‘소통’은 영양가 없는 건더기에 향신료만 범벅 된 나쁜 요리


지난 1월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2019 문재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을 시청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지난 1월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2019 문재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을 시청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진담, 진실 반대편엔 농담과 거짓말이 있다. ‘농담’은 거짓인 것을 화자와 청자가 알고, 공감되는 맥락이 있어야 가능하다. ‘거짓말’은 그런 공감이 존재하지 않아 도덕적으로 지탄의 대상이 된다. 정치에서도 마찬가지다. 아니 그 영향력을 고려할 때, 정치에서는 농담과 거짓말을 더욱 중하고 엄히 구분해야 한다.

정치적 농담의 본질을 알 수 있는 대표적 사례가 있다. 밀란 쿤데라의 소설 <무의미의 축제>에 소개된 이야기다. 구 소련지도자 후르쇼프 수상록에 등장하는 스탈린의 농담 ‘스물네 마리의 자고새’ 일화다.

스탈린이 하루는 소련 공산당 간부들에게 자신의 사냥 이야기를 자랑스럽게 들려준다. 전선에 스물네 마리 자고새가 앉아있었다. 그런데, 새들을 사냥하려는 스탈린은 총탄이 12발밖에 없었다. 스탈린을 12발의 총탄으로 12마리의 자고새를 잡고, 10여 킬로미터 떨어진 집에 걸어가서 12발의 총탄을 가져와 나머지 12마리를 모두 사냥했다고 말한다. 스탈린은 당 간부들의 웃음을 기대했으나 아무도 웃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은 화장실에 가서 스탈린의 거짓말에 대해 욕을 해 댔다. 스탈린의 이야기는 ‘농담’이 아닌 ‘거짓말’이 된 것이었다. 왜 그랬을까? ‘웃자고 한 이야기를 죽자고 받아들인’ 결과다. 당시 소련 공산당 간부들은 권력자 스탈린의 농담을 농담으로 인식하지 못했다. 스탈린 독재체제의 결과다.

스탈린은 수많은 인민을 죽인 ‘철권통치’의 독재자다. 그가 통치하던 초기 소비에트는 ‘경직’ 그 자체였고, ‘의미부여’의 과잉이었다. 당연히 사람들 사이엔 농담이 들어설 여유가 없었다. 농담에는 여유가 필요하다. 말 한마디 잘못하면 죽음에 이르는 환경에서 여유는 사치일 뿐이다. 스탈린이 그런 분위기를 조장한 장본인이다. 그런 그가 무의미한 농담을 던지자, 많은 사람들이 다른 의도여부를 의심하고 불쾌해 한 것이다.

진담의 반대편에 있지만, 농담과 다른 유형도 있다. ‘거짓말’이다. 사람들을 현혹시켜 그릇된 정보를 주는 것이다. 보통 이런 행위을 두고 ‘쇼(show)를 한다’고 말한다. ‘쇼’하면 문재인정부가 ‘둘째 가라면 서려워 할 정도’가 됐다. 탁현민으로 대표되는 ‘쇼통’은 문재인정부의 트레이드마크(Trademark)가 됐다. 탁현민팀이 수많은 쇼를 통해 문대통령을 나름 ‘소통의 아이콘’으로 만들었다. 그런데 문제는 소통의 내용이다. 내용이 없거나 잘못된 내용이란 지적이 많다. 좋은 음식은 조미료나 향신료만으로 만들 수 없다. 사람들은 처음에 자극적인 맛에 취해 흥미를 갖지만, 조금만 지나면 포만감이나 영양분이 없기에 금방 외면하게 된다. 그래서 지속적으로 지지도가 떨어지는 것이다. 위기를 느낀 정부는 더욱 자극적인 향신료에 집착하고 이에 질린 국민들은 더욱 외면할 뿐 아니라 저항까지 하게 된다.

북핵협상에 있어 위험천만한 ‘김정은 편들기’는 ‘평화’라는 향신료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민들의 불안감과 위기감을 고조시킬 뿐이었다. 그럴수록 정부는 ‘평화’를 강조하고 국민들은 더욱 거북스러워한다. 더한 생활밀착형 ‘쇼통’도 있다. ‘소득주도성장’이다. 저소득층의 소득을 인위적으로 올려 소비여력을 높이고, 이로 인해 조성된 내수시장을 통해 성장을 유도한다는 경제전략이다. 세계 어디에도 성공사례는 없지만 말은 그럴 듯 해 보인다. 도전정신에 충만한 우리국민들은 이러한 실험을 기꺼이 동조해 줬다. 그러나 부작용이 날로 커졌다. 해를 거듭할수록 저소득층의 일자리를 사라지고 빈부격차는 심해졌다. 정부가 설명한 의도와 전혀 다른 결과였다. 당연히 사회적 약자인 서민, 자영업자들은 아우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정권은 그들의 핵심지지세력인 조직화된 귀족노조의 눈치만 보며 서민들의 고통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쇼가 거짓말이 되는 지점이다. ‘탈원전’, ‘4대강 보 해체’ 등도 같은 맥락의 ‘쇼’와 ‘거짓’이다.

그렇다고 쇼 자체가 훌륭한 것도 아니다. 미디어를 가장 잘 활용한 미국 대통령으로 케네디 대통령이 꼽힌다. TV토론을 통해 열세이던 지지도를 극복하고 40대의 젊은 나이에 대통령이 된 입지전적 인물이다. 당시 새로운 미디어였던 TV를 통한 토론을 보편화시키고, 이를 정치커뮤니케이션의 중요한 영역에 우뚝 세운 장본인이었다. 대부분의 정치커뮤니케이션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커뮤니케이션에 능통한 대통령이었다. 그런 케네디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백악관에 입성하자마자 커뮤니케이션 담당자에게 주문한 것이 “‘지루한 지도자’가 되지 않도록 해 달라”는 것이었다. 과도한 대국민 노출로 국민들에게 ‘식상하다’는 평을 듣지 않게 해 달라는 것이었다. 백악관의 커뮤니케이션 참모들은 케네디의 요구에 맞춰 과도한 언론노출을 삼가도록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였다. (미국 대통령은 재선이라는 목표가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청와대의 공보팀에 비해 백악관 커뮤니케이션 디렉터의 힘이 매우 강하다) 그래서 케네디가 요절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대통령으로 기억될 수 있었다.

문재인 정부는 ‘소통정부’라고 할 정도로 ‘소통’에 심혈을 기울인다. 그러나 그 소통은 ‘국민들과의 소통’이라기보다는 ‘지지자들만을 위한 소통’이다. 소위 말하는 ‘문빠’들과의 소통일 뿐이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지루해 하고 거북해 한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 보면 다음과 같다. 언론에 보이는 문 대통령의 다리는 밖으로 많이 휘어 있다. ‘O자형 다리’라고 한다. 보통의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라면 그런 다리가 드러나는 전신이미지보다는 상반신의 이미지를 주로 쓸 것이다. 동영상도 그렇다. 그러나 지금 청와대에서 그런 세심함은 찾아 볼 수 없다. 문대통령의 발성도 마찬가지다. 발음이 정확치 않고 샌다. (이를 두고 비하하는 별명이 SNS에서 유행이 된지 오래다) 그렇다면 핵심적인 단어에 힘을 주고 전체적인 발음이 들어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그런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청와대 고위직 참모나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들은 이런 문제의식(대국민 이미지)은 없고 ‘자기식구 챙기기’에만 여념이 없다. 수많은 문제점이 노출됐는데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사랑을 받는 탁현민은 ‘보호의 대상’일 뿐이다. 아니, 그렇게 해서 탁현민을 보호하긴 커녕 더욱 곤경으로 몰고 있다. 국민의 눈높이보다 최고권력자의 눈치만 본 결과다.

현재 청와대의 ‘소통’은 영양가가 없는 건더기에, 향신료만 범벅이 된 나쁜 요리다. 대국민메시지는 진실이나 진담이 아닐 뿐 아니고 농담도 아니다. 거짓말일 뿐이다. 거짓말로 한사람을 여러 번 속일 수 있고 여러 사람을 한번은 속일 수 있다. 그러나 여러 사람을 여러 번 속일 수는 없다. 우리국민은 한번은 속아 줄 것이다. 자신이 선택한 정부를 위해 두세 번은 속아 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곧 집단지성이 발동할 것이고, 말이 안통하면 선거에서 심판할 것이다. 그것도 안되면 박근혜정부 처럼 ‘살아 있는 권력’이라도 끌어 내릴 것이다. 그런 비극이 반복되기 전에 이제는 진실과 진담을 말해야 한다. ‘일관성 있는 거짓말’은 자신을 속일 수 있을 뿐이고 자멸의 지름길이다.

글/김우석 (현)미래전략연구소 부소장·국민대 행정대학원 객원교수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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