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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靑 '사전조율' 논란 …'北 목선 귀순 사태' 살펴보니


입력 2019.06.22 01:00 수정 2019.06.22 03:54        조현의 기자

해경은 사건 발생 19분만에 보고했는데…

해경은 사건 발생 19분만에 보고했는데…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최근 북한 주민들이 목선을 이용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삼척항에 정박한 것과 관련해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최근 북한 주민들이 목선을 이용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삼척항에 정박한 것과 관련해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북한 어선의 '해상 노크 귀순'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하고 있다. 특히 청와대가 사건 직후 해양경찰청의 보고를 받고도 국방부의 '거짓 발표'에 침묵한 점이 드러나면서 사건의 축소·은폐를 위해 사전조율을 거쳤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김정재 자유한국당 의원이 21일 해경으로부터 입수한 '해경 상황센터 상황보고서'에 따르면 해경은 지난 15일 사건 발생 19분 만인 오전 7시 9분부터 오전 10시 8분까지 3시간 동안 네 차례에 걸쳐 청와대와 국가정보원, 총리실, 통일부, 합동참모본부, 해군작전사령부 등에 상황을 상세히 보고했다.

▶15일 오전 6시 50분 동해해양경찰서는 '삼척항 방파제에 미상의 어선(4명 승선)이 들어와 있는데 신고자가 선원에게 물어보니 북한에서 왔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오전 6시 54분 해양경찰청과 국정원에 '삼척항 내 북 선박 정박'이란 제목으로 "15일 시간 미상 경, 삼척시 삼척항 내 북한 어선이 정박해 있다고 신고"란 내용의 상황보고서 1보를 발송했다. 동해지방해양경찰청은 이를 해군 1함대 사령부에 즉각 전달했다.

▶오전 7시 9분 해양경찰청은 청와대 국정상황실과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 총리실 외교안보정책관실, 통일부 정보상황실, 합참 지휘통제실, 해군작전사령부 지휘통제실 등이 수신하는 해경 본부발(發) 1보를 보냈다.

이 문서에는 선명(船名) 등 추가 취합된 정보도 여럿 포함됐다. 1보 내용은 "오전 6시 50분 삼척항 방파제에서 미상의 어선(4명 승선)이 들어와 있는데 신고자가 선원에게 물어보니 북한에서 왔다고 말했다고 신고 접수. 함경북도 경성에서 6월 5일 조업차 출항하여 6월 10일경 기관 고장으로 표류하다 6월 14일경 기관이 수리돼 삼척항으로 입항. 선명(船名) ㅈ-세-29384, 목선"이다.

▶오전 7시 59분 '6월 14일 기관수리'가 '6월 13일 기관수리'로, '6월 14일 입항'이 '6월 15일 오전 6시 30분~40경 입항'으로 정정한다는 내용의 2보가 나왔다.

▶오전 10시 8분 '최초 신고한 사람은 삼척시에 거주하는 51세 남성 회사원이다. 북 선박에는 GPS플로터 1개, 통신기 1개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정상작동 여부는 확인 중이다"는 내용의 3보가 국정원·청와대 등에 발송됐다.

합참과 군 당국, 국방부 등은 해당 어선의 주요 정보를 파악하고도 거짓 발표를 한 셈이 된다. 합참은 지난 17일 북한 목선을 삼척항 인근에서 접수했다"고 알렸다. 군 당국도 지난 18일과 19일 "해경으로부터 방파제에서 접수했다는 상황을 전파받았다"고 발표했다. 국방부는 전날 "첫 브리핑 당시 해경 발표를 미처 알지 못했다"고 했다.

국방부가 언론에 해당 사건 경위를 처음으로 발표하는 자리에 청와대 국가안보실 소속 행정관이 몰래 참관했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국방부와 청와대 사이의 사전 조율 의혹도 일고 있다.

현역 해군 대령으로 청와대에 파견 나간 A 행정관은 지난 17일 국방부와 합참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관련 브리핑 현장에 있었다. 당시 국방부와 합참이 어선 최초 발견 장소를 삼척항 방파제가 아닌 삼척항 인근이라고 발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건 직후 관련 보고를 받은 청와대와 군이 사건을 축소·은폐하기 위해 사전에 입을 맞춘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국방부 차관 출신인 백승주 의원은 이날 "청와대 안보실 행정관이 국방부 기자실에서 백 브리핑을 할 때 뒤에 서 있는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꼬집었다. 백 의원은 "청와대 행정관이 국방부와 합참이 진실을 은폐하는 발표 현장에 있었다는 것"이라며 "위기관리에 바쁜 청와대 행정관이 국방부 브리핑하는 곳에 왜 갔는지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현의 기자 (honeyc@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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