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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기업 없고 금융사만 득실…의욕만 넘쳤던 제3 인터넷은행


입력 2019.10.16 06:00 수정 2019.10.16 05:17        박유진 기자

규제 발목에 인가 지체 겹쳐 유통·ICT 등 19개 기업 발 빼

다크호스 토스뱅크엔 금융사만...은행에 또 은행업 내주나

규제 발목에 인가 지체 겹쳐 유통·ICT 등 19개 기업 발 빼
다크호스 토스뱅크엔 금융사만...은행에 또 은행업 내주나


ⓒ데일리안 ⓒ데일리안


제3 인터넷전문은행 2차 예비인가가 사실상 흥행 부진으로 막을 내렸다. 두 차례에 걸친 인가 덕분에 사업성의 단점만 부각되면서 당초 관심을 보였던 통신, 유통,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19곳은 모두 인터넷은행에 불참을 선언했다. 이들이 빠져 나간 자리는 전통 금융사가 자리해 금융당국은 은행에 또 다른 은행을 내주게 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금융위원회는 제3 인터넷은행의 예비인가 신청 접수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인가에는 가칭 토스뱅크, 소소스마트뱅크, 파밀리아스마트뱅크 3곳이 참여를 선언해 사실상 토스뱅크 홀로 독주 속 경쟁을 벌이게 됐다.

토스뱅크에는 KEB하나은행과 SC제일은행, 한화투자증권, 웰컴저축은행, 이랜드월드, 중소기업중앙회 등을 비롯한 자본력 높은 투자자들이 대거 참여했고, 경쟁이 될 만한 대어급 후보자가 없어 사실상 이번 인가는 흥행 부진으로 막을 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초 제3 인터넷은행은 올해 5월 인가가 끝났어야 했다. 하지만 당시 참여를 선언했던 키움뱅크 컨소시엄이 혁신성, 토스뱅크는 자본조달능력의 부족을 이유로 인가에서 탈락하면서 2차 예비 인가가 추가로 진행된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인터넷은행은 수익성 면에서 사업 전망의 불투명성과 높은 규제가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덕분에 대어급 산업 기업은 모두 발을 빼게 됐다.

올해 초까지 인터넷은행 설립에 관심을 보였던 SKT와 11번가, 세븐일레븐, 무신사, 아프리카TV, 한국정보통신, 하나투어, 바디프랜드 등은 2차 인가전에서 모두 불참을 선언했다. 이들이 빠져나간 자리는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증권사 등 전통 금융사가 채워 사실상 인터넷은행 특례법의 취지는 빛을 잃게 됐다.

금융사가 대거 참여한 인터넷은행 후보군에 인가를 내주는 일은 은행에 또 다른 은행을 인가해주는 꼴이 돼 금융당국은 정책 실패론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은행 특례법의 통과 취지는 ICT 기업을 주도로 은행을 만들어 혁신 금융서비스를 선보이자는 것이지만 연이은 인가 실패에 퇴색된 지 오래다.

정부는 인터넷은행을 자본력이 있는 혁신기업 또는 ICT 기업이 이끌길 원했는데 사실상 대기업만 참여가 가능해 법률과 현실에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앞서 신한금융그룹 또한 인터넷은행의 참여를 막판까지 저울질하다 대어급 혁신 기업을 찾지 못해 진출을 포기했다.

국내 대형 ICT 기업 관계자는 "자산에서 ICT 기여도 부분이 50%가 넘어 인가 참여가 가능했지만 그룹 내부적으론 진출을 달가워하지 않았던 게 현실"이라며 "산업계에서는 인터넷은행이 동력을 잃었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인가가 지체되면서 사업 전망에 대한 회의론이 끊이질 않았고, 인터넷은행 설립을 적극적으로 이끌었던 금융당국 수장마저 바뀌면서 사업 동력이 사라졌다는 시각이 팽팽하다"고 말했다.

이번 인터넷은행 인가에 금융사들이 대거 참여한 것에 대해 금융업의 경쟁과 위기를 재확인했다는 시각이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과거 카카오뱅크나 케이뱅크 등의 인가 사례를 봤을 때 은행이 1곳 이상 참여한 적은 없었다”며 “토스뱅크 컨소시엄은 금융시장 내 혁신과 경쟁이 한층 치열해진 단면을 보여주는 것으로 기존 업권 내 사업자들이 여러 회사를 조인해서 함께 하겠다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는 견해를 내놨다.

토스뱅크서 ICT 기업으로 유일하게 참여를 선언한 한국전자인증의 경우 시스템 구축 문제 등을 이유로 참여를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한국전자인증 관계자는 "간편 인증 서비스 개발을 협력하고자 컨소시엄에 참여하게 됐다"며 "그동안 금융사의 바이오 인증 등에서 시스템을 구축한 바 있고 비대면 신원 확인 부문에서 두각을 낼 것으로 기대 중"이라고 말했다.

박유진 기자 (rorisang@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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