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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우리가 1등"···증권사마다 자화자찬에 투자자 혼선


입력 2019.11.01 06:00 수정 2019.11.01 06:16        백서원 기자

미래에셋대우 “3분기 및 10년 수익률 1등”·삼성증권 “직전 1년 수익률 1등”

회사별 유리한 시점 선택해 마케팅…"단기 수익률 부각은 바람직하지 않아"

미래에셋대우 “3분기 및 10년 수익률 1등”·삼성증권 “직전 1년 수익률 1등”
회사별 유리한 시점 선택해 마케팅…"단기 수익률 부각은 바람직하지 않아"


퇴직연금 적립금 상위 10개 사업자 수익률 비교.ⓒ미래에셋대우 퇴직연금 적립금 상위 10개 사업자 수익률 비교.ⓒ미래에셋대우

금융업계 퇴직연금 사업 경쟁이 치열해지자 금융회사들이 각기 다른 기준으로 업계 ‘톱’임을 홍보하고 있다. 증권사들도 시기별로 달라지는 수익률 순위, 혹은 자산 규모를 내세워 증권사 1위라는 홍보 문구를 잇따라 붙이고 있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약 200조원 퇴직연금 시장을 잡기 위한 업계 경쟁이 뜨거워지면서 ‘1위’ 타이틀을 강조한 홍보전략이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당장은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지만 미래시장 선점을 위한 고객 유치전이 본격화 된 것이다.

그러나 아직 퇴직연금 제도에 대한 가입자 관심과 인식이 낮은 상황에서 일부 투자자들은 혼란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투자자는 “얼마 전 퇴직연금에 관심이 생겨 증권사들 사업 정보를 찾아봤는데, 모두가 1등이라고 하니 진짜 1등이 누군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근 미래에셋대우는 올해 3분기 기준으로 공시된 퇴직연금 수익률에서 적립금 상위 10개사 중 DB(확정급여형), DC(확정기여형), IRP(개인형 퇴직연금계좌) 등 모든 유형에서 수익률 1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미래에셋대우는 “제도별 수익률은 DB 2.01%, DC 1.99%, IRP 2.00%로써 모든 제도에서 2% 수준의 성과를 기록한 곳은 미래에셋대우가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지닌해 말 기준 10년 장기수익률에서도 미래에셋대우는 DB형 연 3.79%를 기록하며 전체 사업자 중 1위를 차지했다. DC형은 연 4.08%, IRP는 연 3.39%로 적립금 상위 사업자 중 최상위 수준이다.

삼성증권은 퇴직연금 DB형 운용 결과 3개 분기 연속 ‘직전 1년간 수익률’ 부문 증권업계 1위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삼성증권은 “3개 분기 연속 DB형 퇴직연금의 직전 1년 수익률에서 꾸준히 2%가 넘는 수익률을 유지했고, 2분기와 3분기에는 각각 2.13%, 2.15%의 수익률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체 금융권 DB형 퇴직연금 사업자 41곳 중 가장 좋은 기록”이라고 전했다. 이어 “올해 1분기와 2분기의 DB형 퇴직연금 직전 1년 수익률에선 국내 증권사(퇴직연금사업자) 중 유일하게 2%대의 수익률을 기록했다”고 덧붙였다.

퇴직연금 운용방식은 크게 DB와 DC, IRP로 구분된다. DB형은 기업이 운용 수익을 가져가고 근로자에게 사전에 확정된 퇴직금을 보장해준다. 작년 말 기준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 190조원 가운데 무려 90% 수준인 171조7000억원이 DB에 치중돼 있다. 적립금 운용 시 손실이 나면 회사가 떠안아야하기 때문에 최대한 보수적으로 운용되다보니 수익률이 좋지 않다.

이와 달리 DC형은 근로자가 상품을 선택해 투자한 결과에 따라 퇴직금이 결정된다. DB형과 반대로 운용 수익과 손실이 근로자에게 돌아가는 구조다. 2012년 도입된 IRP는 근로자가 이직·퇴직할 때 받은 퇴직급여를 본인 명의계좌에 적립해 연금화 할 수 있는 제도다. 결국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관련 상품이 개발되려면 개인이 운용하는 DC형과 IRP 시장이 커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개인의 안전자산 선호와 퇴직연금 제도에 대한 무관심은 DC형의 소홀한 상품 운용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연초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DC 가입자의 91.4%가 운용지시를 변경하고 있지 않고 있다.

이에 금융투자협회는 ‘기금형 퇴직연금’과 디폴트 옵션 도입에 대한 법 개정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기금형 퇴직연금은 다수 사업장의 퇴직연금 적립금을 한데 묶어 기금 형태로 운영하는 것을 말한다. 디폴트 옵션은 퇴직연금 가입자가 적립금에 대한 투자·운용 지시를 하지 않아도 금융사가 가입자 성향에 맞춰 적당한 상품에 투자하는 것을 허용하는 제도다. 최근 정부가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 도입을 위한 법 개정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장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졌다.

증권가도 향후 제도 변화에 대응해 관련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타 증권사들은 물론, 이미 우위를 점한 은행·보험사와의 경쟁을 위해 잇따라 수익률 개선 및 수수료 인하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퇴직연금 DC형 전문 금융기관으로서 상품차별화와 자동화된 수익률 관리시스템, 가입자 컨설팅 등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먼저 증권사의 강점을 활용해 시중은행의 예금보다 높은 고금리 정기예금을 확보하고 450여개 각종 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까지 구비할 방침이다. 한화투자증권은 기업 사용자의 니즈를 반영해 업계 최저수준의 수수료 체계(0.2~0.4%)를 도입했다.

현대차증권은 기본 수수료율 10bp(1bp는 0.01%포인트) 인하, 고용노동부 장관 인증 사회적 기업에 대한 수수료 50% 할인을 골자로 한 퇴직연금 수수료 인하 방안을 밝혔다. 현대차증권도 그룹 계열사 퇴직연금 물량을 바탕으로 한 연금자산(9월 말 기준·11조8000억원)을 제시하며, 적립금 기준 ‘증권업계 1위 퇴직연금 사업자’라는 점을 거론하고 있다.

다만 증권사 간 유치경쟁에 불이 붙을수록 투자자들도 선택의 애로사항을 겪고 있다.

문유성 금융투자협회 연금지원부장은 이와 관련해 “퇴직연금에 대한 지표적인 개념은 수익률과 적립금 두 가지를 많이 쓰고 있는데, 금감원에 의해 마련된 서식에 따라 은행·보험·증권 등 모든 사업자들이 공시하고 있어서 어느 누가 봐도 동일한 숫자”라며 “다만 회사에서 시점별로 유리한 것을 뽑아서 쓸 수 있기 때문에 순위가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 부장은 “그동안 회사들이 각자 선택한 시점으로 마케팅을 해온 사례가 많았고 이것이 잘못된 일은 아니지만, 가급적이면 가장 최근 자료로 사업별 장점을 알리는 게 좋아 보이긴 한다”며 “또 퇴직연금 자체가 중장기 사업이라서 수익률도 3년, 5년 누적이 되어야 의미가 있기 때문에 단기 수익률로 부각시켜 홍보하는 것은 가입자에게 바람직한 행위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개인의 일부 전문성이 요구되는 DC·IRP형에 관해선 “DC와 IRP의 경우 회사가 먼저 사업자를 선정하고, 그 풀 안에서 가입자들이 고르는 개념이기 때문에 1차적으로는 회사가 가입자를 위해 선택의 풀을 균형적으로 확보해주는 게 중요하다”면서 “여기에 상위 몇 개사 정도로 압축을 시켜주면 가입자의 포커싱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다음으로는 개인의 접근성과 주거래 증권사와의 연계 등 다양한 측면에서의 가입자들 판단이 필요한데, 원론적으로는 가입자의 자산배분을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끌 수 있는 사업자를 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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