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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일단 파업하고 보자는 르노삼성 노조


입력 2019.12.10 07:00 수정 2019.12.09 17:18        조인영 기자

현대차 노조 아집 벗고 변화 입어…르노삼성 노조도 전향적 자세 필요

현대차 노조 아집 벗고 변화 입어…르노삼성 노조도 전향적 자세 필요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자동차 CEO(왼쪽)와 로렌스 반 덴 애커 르노 그룹 디자인 총괄 부회장이 3월 28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19 서울모터쇼 프레스데이에서 XM3 인스파이어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자동차 CEO(왼쪽)와 로렌스 반 덴 애커 르노 그룹 디자인 총괄 부회장이 3월 28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19 서울모터쇼 프레스데이에서 XM3 인스파이어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연말을 맞이한 자동차업계의 분위기가 대조적이다. 일찌감치 임금·단체협상을 마무리짓고 사회적 역할을 모색하는 노조가 있는가 하면 상습 파업으로 회사의 미래를 겨울로 내모는 집단도 있다. 현대자동차와 르노삼성자동차가 그렇다.

르노삼성 노조는 '2019년 임금협상 승리를 위한 찬반투표'를 10일 진행한다. 회사에서 이번주 안으로 제시안을 내놓겠다고 했음에도 노조는 지난주 교섭을 중단하고 쟁의 발생을 결의했다.

노조는 소식지를 통해 "쟁의권을 사용하고 안하고는 뒤의 문제다. 노동조합의 최고 무기는 쥐고 봐야 한다"고 밝히며 투표를 독려하고 있다. 찬반투표가 가결될 경우, 노조는 파업을 무기로 회사측을 연일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르노삼성은 노사가 힘겨루기를 할만큼 한가한 상황이 아니다. 기존 연 10만대 가량의 물량을 보장했던 로그 수탁생산계약이 종료되고 캐시카이 물량 배정도 무산되면서 이제 회사는 'XM3' 물량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도니믹 시뇨라 르노삼성 사장은 지난달 초 사내 메시지를 통해 "유럽 수출용 XM3의 생산 물량 확보를 위해서는 국내 시장에서의 큰 성공과 경쟁력 있는 수출 가격, 그리고 부산공장의 안정적인 생산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단협 타결로 생산 비용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파업 없이 안정적인 생산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노조가 높은 임금과 복지, 근무강도 완화만을 주장한다면 르노 본사에 XM3 물량을 요청할 명분은 사라진다. 더욱이 르노의 다른 해외 공장들도 수주 경쟁에 나서는 상황이다. 회사의 생존이 걸린 마당에 노조는 외려 파업을 운운하며 미래를 스스로 차버리고 있다.

르노삼성 노조가 아집을 버리지 못하는 것과 달리 자동차 노조는 현대차를 필두로 변화하고 있다. 그간 '뻥파업', '묻지마 투쟁' 등으로 강성 노조 선두에 섰던 현대차는 지난 과거를 반성하고 시대 변화를 수용했다.

지난 4일 '실리' 노선의 이상수 후보가 '강성' 후보를 꺾고 차기 위원장으로 선출됐다. 그는 당선 후 "시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현대차는 오래갈 수 없고 발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고용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다"고 언급하며 변화 없이는 고용도 없음을 분명히 했다. 회사와 노조의 역할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린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현 집행부에서부터 감지돼왔다. 현대차는 지난해 어려워진 대외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장기 파업으로 인한 손실을 지양하는 대신 임단협을 조기 타결하기로 뜻을 모았다.

그 결과 지난해 7월 잠정합의안을 가결하면서 교섭 장기화 악습을 끊고 2010년 이후 8년 만에 여름 휴가 전 타결에 성공했다. 올해는 한 발 더 나아가 지난 9월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타결하며 2011년 이후 8년 만에 무분규 타결 결실을 이끌어냈다.

르노삼성, 현대차 모두 변화의 길목에 서 있다. 투자와 고용 창출이 회사의 역할이라면 직원들은 생산 안정에 충실해야 한다. 한쪽만 잘하거나 못해서는 공존이 어렵다. 이러한 변화의 요구를 현대차는 받아들였다. 이제는 르노삼성이 답할 차례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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