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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적금만 50조' 몰리는 부동자금에 은행들 '어부지리'


입력 2019.12.16 06:00 수정 2019.12.16 05:49        부광우 기자

4대 은행 3분기 예수금 잔액 866.6조…올해만 54.9조↑

안전 자산 수요 확대 '반사효과'…규제 부담 완화 '미소'

4대 은행 3분기 예수금 잔액 866.6조…올해만 54.9조↑
안전 자산 수요 확대 '반사효과'…규제 부담 완화 '미소'


국내 4대 은행 원화예수금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4대 은행 원화예수금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저금리 여파에도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심리가 은행 예·적금에 대한 쏠림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4대 은행들이 확보한 예·적금이 올해 들어서만 50조원 넘게 늘며 900조원을 바라보는 수준까지 불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내년 규제 강화를 앞두고 예금 확보가 필요했던 은행들은 불확실성을 피해 1% 남짓한 이자라도 챙기려는 부동자금 수요가 많아지는 분위기에 안도하는 모습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은행 등 국내 4개 시중은행들의 올해 3분기 원화예수금 평균 잔액은 총 866조6358억원으로 지난해(811조7029억원)보다 6.8%(54조9329억원) 증가했다. 예수금은 금융사가 고객들로부터 받은 일체의 자금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은행에서는 일반적인 예금과 적금을 가리킨다.

은행별로 보면 국민은행의 예수금이 같은 기간 235조477억원에서 247조9937억원으로 5.5%(12조9460억원) 늘며 가장 많았다. 우리은행 역시 197조5720억원에서 209조3795억원으로, 신한은행도 193조3539억원에서 208조1395억원으로 각각 6.0%(11조8075억원)와 7.6%(14조7856억원)씩 증가했다. 하나은행의 예수금은 185조7293억원에서 8.3%(15조3938억원) 늘어난 201조1231억원을 기록했다.

이처럼 은행 예·적금에 돈이 몰리는 이유로는 마땅한 투자 대상을 찾기 힘들어진 국내 금융 시장 여건이 꼽힌다. 올해 들어 증시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는 등 최근 들어 금융권에선 부동산 이외에 자산을 굴릴만한 투자처가 부각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까지 떨어진 불리한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좀처럼 해소되지 못하면서 은행 예·적금에 대한 과도한 쏠림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은행의 이해까지 맞물리면서 예수금 확대에 속도가 붙고 있다는 평이다. 제로금리를 바라보는 수준까지 추락한 저금리 덕분에 예수금에 따른 은행의 이자 부담이 이전에 비해 크지 않을 수 있어서다.

한은은 지난 10월 금융통화위원회의 통화정책 방향 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기존 연 1.50%에서 1.25%로 0.25%포인트 내리기로 했다. 이로써 한은 기준금리는 2016년 6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기록했던 사상 최저치로 돌아갔다. 시장에서는 내년 중 기준금리 추가 인하가 이어지며 0%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은행 입장에서 대량의 부동자금 유입이 더욱 반가운 이유는 따로 있다. 예대율 규제 강화를 앞두고 그 어느 때보다 예수금 확충이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예대율은 예금 대비 대출금 잔액의 비율로, 은행들이 조달한 예수금을 초과해 대출을 취급하는 것을 지양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마련된 지표다. 예금보다 대출이 많아져 예대율이 100%가 넘으면 은행은 추가 대출을 제한받게 된다.

그런데 조만간 지금보다 훨씬 잣대를 높인 예대율 규제가 시행되면서 은행에게 예금의 중요성은 한껏 커진 상태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가계부채 증대를 억제하기 위해 내년부터 예대율 산정 기준 강화를 예고하고 있다. 예대율 계산 시 가계대출은 가중치를 15% 상향하고, 기업대출은 15% 하향해 차등 적용하겠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현재 은행들의 예대율은 대부분 90% 후반으로 여유가 많지 않은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은행들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기준금리 추이만 보면 예·적금 금리를 지금보다 더 내려야 하지만, 자칫 자금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염려에 눈치 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 오히려 예금 이자율 하락을 최대한 방어하면서 고객 지키기에 나선 모습이다. 실제로 올해 3분기 은행들이 전체 원화예수금에 매긴 평균 금리는 1.51%로 지난해(1.41%)보다 0.10%포인트 상승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떨어지는 시중 금리로 인해 예·적금 영업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였지만, 금융 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은행 예수금 선호를 지속시키고 있다"며 "예대율 규제 강화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어깨가 무거웠던 은행들로서는 예상을 넘어선 안전 자산 수요에 힘입어 그나마 고민을 덜고 있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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