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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2020 우주의 원더키디, 그리고 정의선


입력 2020.01.28 07:00 수정 2020.01.27 20:55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1989년 상상 속 2020년과 대비하니…모바일 대비 모빌리티 진보 더뎌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2028년 UAM 상용화" 발언에 기대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왼쪽)과 다라 코스로샤히 우버 CEO가 7일(현지시간) 개막한 '국제가전박람회(CES) 2020' 현대차 전시관 내 실물 크기의 현대 PAV(개인용 비행체) 콘셉트 'S-A1' 앞에서 'UAM(도심 항공 모빌리티) 사업 추진을 위한 협력 계약'을 체결한 뒤 악수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왼쪽)과 다라 코스로샤히 우버 CEO가 7일(현지시간) 개막한 '국제가전박람회(CES) 2020' 현대차 전시관 내 실물 크기의 현대 PAV(개인용 비행체) 콘셉트 'S-A1' 앞에서 'UAM(도심 항공 모빌리티) 사업 추진을 위한 협력 계약'을 체결한 뒤 악수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1989년 KBS에서 방영된 국산 애니메이션 ‘2020년 우주의 원더키디’가 배경으로 설정했던 시기인 2020년이 되면서 30년 만에 뜨거운 이슈로 재소환됐다.


공상과학 영화나 만화, 소설은 배경이 되는 시기의 기술 발전상에 대한 보편적 예상을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다. ‘2020년 우주의 원더키디’ 역시 방영 시기인 1989년 당시 ‘30여년 뒤인 2020년쯤에는 이런 모습이겠구나’라는 시청자들의 일반적인 시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의 미래상을 배경으로 배치해 놓았었다.


사실 1980년대만 해도 2020년쯤이면 ‘우주의 원더키디’에 그려진 모습처럼 자동차가 날아다닐 것이라는 생각이 전혀 허무맹랑한 생각은 아니었다. 그 시절에 상상하던 2020년은 날아다니는 자동차 뿐 아니라 상대방의 얼굴을 보며 통화하는 화상전화, 손목에 차는 통신기기 등이 보편화된 시기였다. 우주여행도 쉽게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 중 모바일(mobile) 기술은 이미 상상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손바닥보다 작은 스마트폰으로 상대방의 얼굴 뿐 아니라 전 세계를 들여다보며 소통하는 현대 모바일 기술은 ‘화상전화’와 ‘손목전화’라는 30년 전의 상상을 초라하게 만든다.


하지만 모빌리티(mobility) 분야의 발전 속도는 실망스러울 정도로 더디다. 2020년의 개인 운송수단은 30년 전이나 마찬가지로 네 바퀴에 타이어를 씌운 탈것을 몰고 매연을 뿜으며 돌아다닌다. 조금 달라진 게 있다면 운전 과정에서 차가 ‘아주 사소한’ 도움을 주는 정도랄까.


아마도 ‘사람이 지니고 다니는’ 모바일 기기에 비해 ‘사람을 태우고 다니는’ 모빌리티 기기는 안전 문제 등 고려할 게 많은데다, 물리적으로 덩치를 일정 수준 이하로 줄일 수 없다는 한계 때문이리라.


이래서야 우주의 원더키디에서는 초등학생도 타고 다녔던 ‘날아다니는 자동차’를 결국은 못 타보고 생을 맺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려는 찰나, 비록 상상보다 시기는 조금 늦었지만 날아다니는 자동차를 대량 생산해 팔겠다는 인물이 나타났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이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0’에서 개인용 비행체(PAV) 기반의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를 2028년까지 상용화 시키겠다고 선언했다.


현대차는 이번 CES 2020에서 수직 이착륙 방식의 전기 추진 PAV 콘셉트 ‘S-A1’을 공개하기도 했다. ‘우주의 원더키디’에 등장하는 개인용 비행체에 비하면 다소 요란해 보이긴 하지만 공항까지 가지 않고도 하늘을 날 수 있다는 게 어딘가.


그것도 만화 작가나 영화감독이 아닌, 세상의 흐름을 보고 자금을 투자해 사업을 벌이는 책임자가 구체적인 연도까지 언급해 줬으니 빗나가도 정도가 크지는 않으리라.


더 기대가 큰 것은 그 일을 벌인 인물이 “개인용 운송수단은 앞으로도 계속 땅으로 굴러다녀야 한다”고 우겨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자동차 회사의 오너라는 점이다. 고깃집 사장이 트렌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비건(vegan) 음식 사업에 뛰어든 셈이다. 그만큼 하늘을 나는 자동차 시대가 이젠 상상이 아닌 현실에 가까워졌음을 보여준다.


8년쯤 늦으면 어떠랴, 이미 31년을 기다렸는데. 1989년의 상상이 현실이 된다면 인심 써서 10년쯤 더 기다려줄 수 있다. 기왕이면 대한민국 하늘을 ‘메이드 인 코리아’가 찍힌 탈것이 뒤덮을 수 있도록 현대차그룹의 성공적인 업종 전환을 기대해 본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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