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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허용범의 도전…미래통합당 나경원·오세훈과 '1호 공천'


입력 2020.02.19 04:30 수정 2020.02.18 23:47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전화기를 쓸 수 없을 정도로 성원 쏟아지더라

지하철역서도 수도 없이 '반드시 이겨야 한다'

지난 두 번 동대문갑 선거와는 판이함을 느껴"

허용범 미래통합당 서울 동대문갑 예비후보가 지난 17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허용범 미래통합당 서울 동대문갑 예비후보가 지난 17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지난 13일 늦은 오후,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이 긴급기자회견을 자청해 총선 첫 공천 확정자를 발표했다. 서울 동작을의 나경원 전 원내대표, 서울 광진을의 오세훈 전 서울특별시장, 경기 성남중원의 4선 신상진 의원과 함께 서울 동대문갑의 허용범 전 국회도서관장이 '1호 공천'을 받았다.


대권주자·4선 중진의원과 함께 의외의 인물이 어깨를 나란히 하며 '1호 공천'으로 선정되자 정치권이 술렁였다. '자갈밭'에서 2012년·2016년에 이어 세 번째 도전에 나선 그는 어떤 각오로 이번 총선에 임하고 있을까. 서울 동북부의 관문 청량리역이 바라보이는 허용범 예비후보의 선거사무소에서 17일 인터뷰를 가졌다.


'1호 공천'의 소감을 묻자 허용범 미래통합당 후보는 테이블 위에 내려놓은 핸드폰을 가리켰다. 전화기를 쓸 수 없을 정도로 성원의 전화가 걸려왔다는 것이다.


허 후보는 "나경원·오세훈·신상진, 세 분과 함께 '1호 공천'을 준 것은 영광스러운 일"이라며 "십여 년간 한 차례도 한 눈 팔지 않고 당을 위해 헌신해왔고, 탄핵 이후 당이 백척간두에서 궤멸 위기에 빠졌을 때, 대한민국을 이끌고 세워온 우리 당이 공중분해된다면 정치를 그만하겠다는 각오로 무급으로 원내대표 비서실장을 맡아 당 재건의 노력을 기울였던 게 두루 참작되지 않았나 스스로 생각할 뿐"이라고 겸양했다.


'1호 공천'의 위력은 전화 뿐만 아니라 현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허 후보는 "오전에 세 시간 지하철역에 가서 선거운동 보드를 들고 있었는데, ('1호 공천'을 받은지) 사흘이 지났는데도 놀랄만큼 많은 분들이 '이기면 좋겠다'도 아닌,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이야기를 수도 없이 해주시더라"고 전했다.


선거 전 120일부터는 예비후보로 등록할 수 있다. 허용범 후보는 첫날 예비후보로 등록한 뒤 하루도 쉼없이 지하철역과 전통시장, 아파트단지에서 주민들을 만나왔다. 야당 후보로서 첫 선거인 이번 총선에서 허 후보는 2012년·2016년 때와는 다른 '민심의 꿈틀거림'이 느껴진다고 귀띔했다.


허용범 후보는 "지난 두 차례의 동대문갑 선거와는 판이한 것을 느낀다. 솔직히 말해 4년 전에는 공천 파동을 겪으며 '평생 한나라당을 찍었는데 이번에는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던 분들이 많으셨다"며 "이번에는 60대 이상 어르신들의 로얄티가 너무나 강해서 나 자신이 놀랄 정도다. 강력한 표의 결집도로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아울러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은 정부에 대해 더 이상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절망감을 느끼고 계시더라"며 "청년들, 대학생들의 반응도 다르다. 관내에 경희대·외대가 있는데 대학생들이 우리를 대하는 태도가 사뭇 달라졌다"고 고무된 모습을 보였다.


서울법대 한 학번 차이…허용범의 삶, 조국의 삶
"'하이드 씨'와 같은, 전혀 다른 조국이 있었다
'마음의 빚 졌다'는 대통령, 정권 본질 보여준 것"


서울법대를 나와 내로라하는 종합일간지에서 기자 생활을 하며 '보장된 성공의 길'이었던 논설위원과 워싱턴 특파원을 지내며 승승장구했다. 그랬던 그가 돌연 사표를 던지고 현실정치에 뛰어들어 십수 년째 악전고투를 자처하고 있다. 그를 아는 모든 사람들이 "배지 달 때가 됐는데 아쉽다"고 안타까워할 정도다. 허 후보는 왜 정치의 길에 뛰어들어 '사서 고생'을 하고 있을까.


허용범 후보는 "정치부 기자를 십수 년을 했고 워싱턴 특파원을 하면서 미국 정치도 가까이서 봤는데, 우리나라는 다른 모든 분야는 세계 수준으로 올라갔으면서도 정치만 60~70년대 수준"이라며 "어찌 보면 더 후진적이 됐다. 정의·공정이라는 영역도 자기편이면 아무리 불의한 사람도 정의로운 사람으로 뒤바뀌고 대통령까지 나서서 감싸는 세상이 돼버렸다"고 개탄했다.


누구라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누군가의 모습이 떠올랐다. 서울법대 83학번인 허용범 후보에게 한 학번 선배인 조국 전 법무장관에 대해 물었다. 허 후보의 입가에 씁쓸한 웃음이 스쳐지나갔다. 허 후보는 "83년도에 서울법대에 들어갔는데, 그 때만 해도 누구나 민주주의를 외치고 데모에 가담하고 써클에 가입해서 이론을 공부했다"며 "그러는 과정에서 조국 전 장관을 이런저런 기회에 볼 일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허 후보는 "이분이 그 이후로도 늘 '입바른 소리'를 워낙 많이 하시지 않았느냐. 언론 기고도 많이 하시고"라며 "이 정권 들어서서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같은 전혀 다른 조국이 있었다는 것을 보면서, 어떻게 사람이 그토록 위선적인 탈을 쓰고 살 수가 있었는지 놀랐다"고 개탄했다.


이어 "더 놀라운 것은 그런 분을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에서 '마음의 빚을 졌다'고까지 이야기한 것"이라며 "지금 이 순간도 조국이라는 위선적 삶을 산 사람을 두둔하고, 내편이기 때문에 마치 정의로운 피해자인 것처럼 감싸는 것이 이 정권의 본질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허용범 후보는 서울법대 4학년 재학 중 농대생인 이동수 씨가 분신하는 것을 눈앞에서 목격했다. 사법시험을 접고 기자의 길을 걷기로 한 것에는 이 영향이 컸다. 그런 그의 시각에서 목숨을 초개와 같이 던져 민주주의를 불러온 사람이 따로 있고, 이를 '지도'한 끝에 사회지도층으로 올라서 스스로 기득권이 되고 위선적 삶을 살고 있는 '86 운동권'이 따로 있다는 것은 기가 막힌 일일 것이다.


허 후보는 "부끄러움을 안다면 정의롭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편법적이고 기회주의적인 인생을 살지는 않으려 노력해야 하는 게 사람의 양심 아니냐"라며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정의롭지 못하고 편법적이며 기회주의적이고 위선적인 삶을 산 사람이 지금도 마치 피해자인양 코스프레를 하고 그런 사람을 두둔하는 권력이라면, 그런 권력은 국민이 상식에 의해서 심판받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차관급 국회도서관장 시절, 일대 혁신으로 화제
'디지털화' 원문DB 구축 예산 700% 증액시켜
"집념과 추진력, 지역발전에도 발휘하고 싶다"


허용범 미래통합당 서울 동대문갑 예비후보가 지난 17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허용범 미래통합당 서울 동대문갑 예비후보가 지난 17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심판에의 의지' 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능력'이다. 심판자를 자처한 세력이 심판당한 세력보다 더욱 무능할 때 초래되는 혼란은 멀리서 찾을 것이 없다. 이런 점에서 차별화되는 '능력'을 보여준 것도 허용범 후보 '1호 공천'의 비결로 꼽힌다. 허 후보는 차관급인 국회도서관장을 지내며 일대 혁신을 이뤄내 여의도에 회자됐다.


허 후보는 "국립중앙도서관장도 1급인데, 국회도서관장은 차관급이다. 직원도 370명, 예산도 600억 원에 달할 정도로 무게감 있고 중요한 자리"라며 "국회도서관장에 취임한 뒤 1000만 권의 책을 갖고 있으면 뭣하느냐, 와서 보지 않는 책을 서고에 쌓아놓고 있어서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국회도서관의 입법·정책·학술자료 640만 권을 전부 디지털화해서 누구든 어디서든 언제든 찾아볼 수 있게끔 하겠다는 '원문DB 구축'에 가속도가 붙은 게 허 후보가 국회도서관장으로 있을 때부터다.


허 후보는 "2년 동안 (기획재정부가 있는) 세종시를 수도 없이 찾아갔다"며 "국회의원들에게 매달려서 원문DB 구축 예산이 3년간 18억 원이었던 것을, 내가 2년 임기를 마치고 퇴직할 때에는 150억 원으로 700% 증가시켜놓았다"고 자부했다.


나아가 "국내 모든 도서관이 국회도서관의 디지털자료를 자유롭게 서비스할 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가 언제든 모바일로 국회도서관의 자료를 자유롭게 열람하고, 전세계에서 우리나라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인터넷을 통해 자유롭게 우리 자료를 볼 수 있도록 했다"며 "2년 동안 보였던 열정적인 집념, 구상을 현실화시켜내는 추진력, 같이 일하는 사람들을 이끄는 리더십을 지역발전이나 정치발전에도 발휘해보고 싶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안동 소년' 눈에 서울 최대 번화가 청량리 일대
"지난 20년간 쇠락 거듭했다. 낙후한 변두리 돼
오피스텔·원룸만 올라가며 급속히 베드타운화"


경북 안동이 고향인 허 후보는 어린 시절 안동에서 할아버지댁이 있는 동대문을 왕복했다. 지금도 청량리역에서 안동으로 평일 7왕복 무궁화호가 다닌다. 허 후보는 "그 때는 완행열차를 타고 9시간이 걸렸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상경한 '안동 소년'의 눈에 비친 청량리역 일대의 모습은 휘황찬란했다. 허용범 후보는 "어릴 때 청량리 일대가 서울에서 가장 번화한 곳이라 생각했는데, 실제로도 그랬다"며 "중랑구 상봉역 근처에 살던 분들은 그 때 청량리에 오는 것을 '시내 간다'고 했다. 시대극장·오스카극장 등 단성사·피카디리 못지 않은 극장들이 열두 개가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던 허 후보는 "지금은 저녁 8시가 넘으면 상가에 불이 꺼지고 인적이 끊겨 깜깜한 곳으로 바뀐다"며 "지난 20여 년 동안 청량리 일대는 끊임없이 쇠락을 거듭해 이제는 그 누구도 여기가 서울의 중심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낙후한 변두리로 전락했다"고 한탄했다.


국회가 있는 여의도에서 인터뷰하러 청량리로 간다고 하면, 하나같이 "그렇게 멀리까지 나가느냐"고 놀라는 게 현실이다. 허 후보는 "지금 동대문구의 가장 큰 문제는 번듯한 기업이 없다는 것"이라며 "길거리에 올라가는 빌딩들은 거의 전부가 오피스텔이거나 원룸이다. 빌딩이 올라간다고 발전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급속히 베드타운화 하고 있다는 증거일 뿐"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어떤 국회의원은 '상가 간판을 바꿨다' '비가림막을 설치했다' '하수관거를 설치했다'고 주장한다"며 "그것도 의미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생활편익시설을 바꾼다고 우리 지역의 활력과 경쟁력이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곁에 있던 예비후보자홍보물을 허 후보는 꺼내들었다. 2012년 41.6%였던 동대문구의 재정자립도는 지난해 23.8%까지 급락하며, 10년도 안되는 사이에 '반토막'이 났다. 서울 한복판의 재정자립도 20%대 기초자치단체로 전락한 현실에 허 후보는 "차라리 허위사실이었으면 좋겠다"며 "통계청 자료"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상가 간판 교체가 의미가 없다는 게 아니다.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데 간판만 교체하면 뭘하느냐"며 "호박에 울긋불긋 줄을 긋고 수박이라 우겨도 수박이 아닌 것이다. 수박을 키울 수 있는 토지를 만들고 수박을 심어야 수박이 나오지, 호박이 아무리 줄을 그어대면 뭣하느냐"는 허 후보의 외침은 안타까움에서 나오는 절규에 가까웠다.


재정자립도 2012년 41%→지난해 23% '반토막'
"동대문구는 서울에서 발전잠재력 가장 뛰어나
서울 동북부의 허브이자 발전의 축 구상하겠다"


허용범 미래통합당 서울 동대문갑 예비후보가 지난 17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허용범 미래통합당 서울 동대문갑 예비후보가 지난 17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애초부터 발전 잠재력이 없는 낙도나 오지라면 '재정자립도 20%대'라는 성적표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허 후보는 "동대문구는 어떻게 보면 서울에서 가장 발전 잠재력이 뛰어난 곳"이라며 "청량리역은 현재만 해도 경원선·경춘선·중앙선 등 6~7개 노선이 겹치고 있다. 예로부터 여기가 서울 동북부 최고 교통 요지"라고 자신했다.


허 후보는 지금의 쇠락한 모습을 향해 "위정자의 잘못이다. 주민들에게는 아무 잘못이 없다"며 "위정자가 표 되는 일, 선거를 의식한 선심성 예산집행에만 몰두할 뿐, 동대문 발전의 인프라를 구축하고 미래를 보며 과감히 투자하는 정책을 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GTX B·C 노선까지 들어오면 열 개 이상의 노선이 청량리역에서 겹친다"며 "가장 중요한 교통허브가 될 수밖에 없는 청량리역의 미래를 내다보고, 이 일대를 다시 서울 동북부의 허브 거점 발전의 축으로 만들 구상을 하고 대대적인 투자를 유치해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어릴 적 청량리역을 오가던 '안동 소년'은 서울법대를 졸업한 뒤 '말진 기자' 시절 익숙한 동대문구 이문동에 자취방을 잡았다. 어느덧 미래통합당의 '험지'처럼 된 서울·수도권에서 영남 출신 도전자들이 잇단 선거 패배에 아픔을 겪고 날개를 접거나 분분히 낙향할 때에도, 그만은 동대문을 떠나지 않고 거듭된 도전을 준비해왔다.


허용범 통합당 후보는 "선거 한 번 떨어지면 이사 가버리는 그런 정치인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드리기 위해 8년여 동안 좌절하지 않고 준비해왔다"며 "여기서 내 아이를 키우며 한편으로는 학부모로, 한편으로는 정치인으로 와신상담하면서 국가와 사회를 위해 헌신적으로 일하는데서 삶의 보람을 찾는 정치인이 되겠다는 꿈을 한 번도 버리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정권에 대한 준엄한 회초리를 들어 더 이상 우리 대한민국이 돌이킬 수 없는 나락으로 빠지지 않도록 해달라"며 "오만하고 권위적인 이 정권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도록 야당에 강력한 견제의 힘을 주시길 호소드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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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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