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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볼] ‘돈의 논리’ 적용되지 않는 KBO리그


입력 2020.03.22 00:10 수정 2020.03.22 17:20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지난 7년 FA 시장에 투자된 금액은 4430억 원

롯데-한화 투자 대비 실패, 두산-키움 저비용 고효율

각 구단들은 FA 시장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었으나 결과는 제각각이었다. ⓒ 연합뉴스/뉴시스 각 구단들은 FA 시장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었으나 결과는 제각각이었다. ⓒ 연합뉴스/뉴시스

프로스포츠는 자본주의 논리가 단적으로 드러나는 영역이다.


투자한 만큼 우승 또는 좋은 성적이 나온다는 공식은 종목을 막론하고 입증되어왔다. 그래서 프로 구단들은 좋은 선수 영입에 아낌없는 투자를 하고 이는 다음 시즌 성적으로 보상받는다.


국내 프로스포츠 가운데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KBO리그에서도 한때 ‘돈의 논리’가 통한 적이 있었다.


대표적인 명문 구단인 삼성 라이온즈는 프로 출범 초창기부터 모기업의 대대적인 지원을 받아 늘 상위권을 유지했고, FA 시장에서 공격적인 투자를 했던 2000년대 초중반 3회 우승(02, 05, 06년)으로 한국시리즈의 한을 풀었다.


KBO리그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을 전환점 삼아 관중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이제는 800만 관중이 즐겨보는 대표적인 국민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구단 수도 10개로 확장됐고 각 팀들은 매년 높은 성적을 내기 위해 겨우내 선수 영입전을 펼친다.


그래서 2010년대 KBO리그 키워드 중 하나가 바로 과열된 FA 시장이다. 선수 몸값의 비약적인 상승은 2012년 넥센(현 키움)으로 복귀한 이택근(4년 50억 원)과 이듬해 KIA 김주찬(4년 50억 원)의 계약이 그 시작이다.


2014시즌부터는 특급 FA들이 줄지어 등장하며 경쟁이라도 하듯 몸값 폭등 현상이 매년 반복됐다. 롯데에 잔류한 강민호는 4년 75억 원으로 2005년 심정수(4년 60억 원)의 역대 최고액을 9년 만에 갈아치웠고 2015년에는 최정(4년 86억 원)과 KIA 윤석민(4년 90억 원)이 각각 투, 타 최고액을 찍더니 2016년 NC로 이적한 박석민이 96억 원으로 야구팬들을 놀라게 했다.


2017년은 선수 몸값이 절정에 달한 해다. KIA 유니폼을 입은 최형우가 사상 첫 100억 원의 계약을 따냈고 LG로 이적한 차우찬도 투수 역대 최고액(4년 95억 원)을 찍었다. 그리고 국내 복귀를 선언한 이대호가 150억 원으로 정점에 오른다.


2013년부터 이번 스토브리그까지 7년간 FA 시장서 발생된 금액은 무려 4438억 9500만 원에 달한다. 매년 600억 원 이상의 액수가 FA 자격을 얻은 선수들 지갑 속에 흘러갔다는 뜻인데 한 시즌 구단 운영비가 약 300억 원인 점을 감안하면 FA 시장의 거품이 얼마나 컸는지 짐작할 수 있다.


지난 7년간 각 구단들의 FA 투자금액과 순위. ⓒ 데일리안 스포츠 지난 7년간 각 구단들의 FA 투자금액과 순위. ⓒ 데일리안 스포츠

더욱 놀라운 점은 이 기간 ‘돈은 거짓말하지 않는다’라는 명제가 통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구단들이 기량 좋은 선수를 영입하는 첫 번째 이유는 역시나 성적 상승을 기대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많은 돈을 퍼부었던 구단들은 성적 면에서 재미를 보지 못했다.


지난 7년간 FA 시장에서 가장 많은 돈을 지출한 구단은 롯데로 704억 원에 달했다. 특히 외부 FA 영입에만 429억 원(이대호 포함)이 투자됐는데 안타깝게도 이 기간 가을 야구 경험은 단 한 차례에 불과했다.


한화도 투자 대비 효과가 없었던 대표적인 팀이다. 2014년까지 최하위를 전전했던 한화는 탈꼴찌를 위해 FA 시장의 큰 손을 자처하며 642억 원을 투자했으나 롯데와 마찬가지로 포스트시즌 진출은 한 번에 그쳤다. 공교롭게도 이들 두 구단은 지난 시즌 9~10위에 머물며 거시적인 투자에서도 실패했음이 드러나고 말았다.


롯데와 한화를 제외한 나머지 구단들은 돈을 쓴 만큼 성적을 뽑았다. 특히 KIA는 타선의 약점을 최형우 영입으로 완성하며 2017시즌 챔피언에 올라 단기 투자의 귀재로 불릴 만했다. SK 역시 외부 FA에는 눈길을 주지 않았으나 내부 단속에 집중하며 우승 횟수를 늘린 팀이다.


두산과 키움은 롯데, 한화와 반대 의미로 돈의 논리가 통하지 않는다는 공식을 만들어낸 구단들이다.


내부 육성에 일가견이 있는 두산은 필요한 선수들만 콕 집어 잡았고, 키움은 SK와 마찬가지로 외부 영입이 제로에 그치면서도 매년 좋은 성적을 냈다.


두산(7년간 253억 원)은 롯데, 한화에 비해 3분의 1 정도만 쓰고도 7년간 우승 3회, 준우승 3회로 최강자 자리를 지키고 있다. 7년간 FA 지출 비용이 유일하게 100억 원 이하였던 키움(약 95억 원)도 우승에 한 발 모자랐으나 두산과 함께 2010년대의 강자로 위용을 떨치고 있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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