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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담대는 올리고 예·적금은 내리고…엿장수 은행 금리


입력 2020.03.30 06:00 수정 2020.03.29 20:19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기준금리 대폭 인하에도 대출 이자율은 일제히 상승 곡선

예금 금리는 0%대로…코로나19 위기 속 소비자 불만 점증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일제히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데일리안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일제히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데일리안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일제히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하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타격 확산에 한국은행이 전격적인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지만, 은행 대출 이자는 도리어 비싸진 셈이다. 반면 은행들이 내려간 기준금리를 이유로 예·적금 이자율은 즉시 낮추기 시작하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은 점점 커져 갈 것으로 보인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주 초 신한·KB국민·우리·하나은행 등 4개 은행들은 5년 고정 금리 뒤 변동 금리로 전환하는 혼합형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이자율을 전주보다 0.13~0.16%포인트씩 상향 적용했다.


은행별로 보면 우선 신한은행 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2.72~3.73%로 0.16%포인트 올랐다. 이어 하나은행은 2.63~3.93%로, 우리은행은 2.59~3.59%로 각각 0.13%포인트와 0.16%포인트씩 혼합형 주택담보대출 이자율이 상승했다. 국민은행 역시 0.30%포인트 오른 2.44~3.94%의 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나타냈다.


이 같은 은행들의 대출 이자율은 얼마 전 크게 떨어진 한은 기준금리와 역행하는 흐름이다. 코로나19로 금융 시장이 극도로 불안해진 가운데 이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한은이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0%대까지 내려 잡았지만, 은행들은 대출 이자율을 오히려 올린 것이다.


한은은 이번 달 16일 서울 세종대로 본부에서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연 1.25%에서 0.50%포인트 내린 0.75%로 결정했다. 당초 한은은 다음 달 9일로 예정된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조정을 논의할 계획이었지만, 이를 한 달여 앞당겨 인하를 단행했다. 한은이 임시 금통위를 통해 기준금리를 내린 것은 앞서 두 차례 뿐이었다. 한은은 9·11 테러 직후인 2001년 9월과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0월 당시 각각 0.50%포인트와 0.75%포인트의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한 바 있다.


이처럼 기준금리가 바닥까지 떨어졌음에도 은행들의 혼합형 주택담보대출 이자율이 오르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와 연동된 금융채 AAA등급 5년물 금리가 크게 상승해서다. 기준금리 인하 전 마지막 거래일인 지난 13일 해당 채권 금리는 1.535%로 장을 마감했다. 그리고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결정이 있었던 16일과 다음 날인 17일에 각각 1.444%와 1.401%를 기록하며 안정세를 보이는 듯 했다. 하지만 일주일 뒤인 이번 달 23일 다시 1.688%까지 상승하는 등 금융채 AAA등급 5년물 금리는 기준금리 조정 전보다 더 높아진 실정이다.


일반적으로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채권 금리 역시 떨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요 근래에는 정반대 현상이 나타나면서 은행 대출 이자율을 떠받치는 형국이다. 채권 금리가 올라간 것은 그만큼 채권 가격이 떨어졌다는 뜻이다. 경제 위기 가능성이 높아지자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융채까지 팔아 현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예금과 적금 이자율은 기준금리가 인하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는 점이다. 기준금리와 반대되는 대출 금리와 맞물려 은행들을 향한 부정적인 시선이 짙어지고 있는 배경이다. 실제로 연 이자 0%대 예·적금 상품은 더 이상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됐다. 현재 은행들의 1년 만기 예금 기본 금리는 0.65~1.65%로 평균 1.20%까지 내려왔다.


국민은행은 이번 달 18일부터 고정금리형 국민수퍼정기예금 금리를 0.05~0.10%포인트씩 인하했다. 이에 따라 1년 만기 상품 금리는 1.05%에서 0.95%로 낮아졌다. 같은 달 6일 0.10~0.25%포인트씩 금리를 내린 후 연이은 조정이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도 지난 21일부터 예금 금리를 0.10%포인트 인하했다. 두 은행은 앞선 이번 달 초에도 예금 금리를 0.05~0.30%포인트씩 내린 바 있다.


이에 대해 은행들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토로한다. 기준금리가 인하로 이자 마진이 줄어들 수밖에 없어, 그 만큼 예금과 적금 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이번에는 기준금리 인하 폭이 통상적인 수준의 두 배인 0.50%였던 만큼, 수익성 악화 우려도 더 크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소비자 입장에서는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가뜩이나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변수로 불경기가 심화하고 있는 와중, 은행들이 기준금리 인하의 혜택을 고객들에게 제대로 나누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떨어졌음에도 은행들이 바로 대출 이자율을 내리지 못하는 데에는 나름의 구조적 배경이 있다"면서도 "코로나19로 모두의 경제적 여건이 크게 나빠지고 있는 만큼, 하루빨리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차주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은행들이 좀 더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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