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3선 당선인회동, 28일 상임전국위·전국위
29일 당선자총회까지…숨가쁜 정치일정 펼쳐
'김종인 비대위'로 전환 여부, 주중에 최종 결론
4·15 총선에서 참패한 미래통합당에서 이번주 당 수습 방안과 향후 진로를 놓고 '빅뱅'이 펼쳐진다. 27일 3선 당선인 회동, 28일 상임전국위·전국위 개최, 29일 당선자총회 등 숨가쁜 정치일정이 전개될 전망이다.
통합당은 25~26일 주말과 휴일을 잊고 비대위파와 자강파가 공방을 주고받으며 물밑 여론전을 펼쳤다.
자강파의 선두로 나선 홍준표 무소속 당선인은 26일 유튜브 방송에서 "김종인은 동화은행 비자금 사건 뿐만 아니라 노태우 수천억 비자금 사건 관련 뇌물 전과 2범"이라며 "비상권도 주고 임기 없는 무제한 권한을 달라는 등 비대위원장이 아니라 상시대책위원장을 시켜달라는 것"이라고 공세를 이어갔다.
통합당의 잠재적 대권주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유승민 전 대표도 지난 23일 MBC '백분토론'에서 "비대위를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누가 가르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스스로 알아내는 게 중요하다"고 자강파에 무게를 실었다.
현 지도부 내의 유일한 당선인인 조경태 수석최고위원은 지난 2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당헌당규를 어기면서까지 무소불위의 권한을 탐하는 비상대책위원회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상임전국위원들과 전국위원들의 '현명한 선택'을 촉구했다. 이외에도 이번 총선에서 3선 고지에 오른 김태흠 의원과 조해진 당선인이 자강파에 서 있다.
홍준표·유승민·조경태·김태흠·조해진 등 자강파
"비상대권·무제한임기 비대위원장 안돼" 총공세
상임전국위·전국위 무산시킨 뒤 조기 전대 추진
비대위파에는 이번 총선을 통해 당내 비(非)영남 최다선 의원이 된 정진석 의원이 가세했다. 정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비대위원장감으로 김종인 박사만한 사람을 찾을 수 있겠느냐"라며 "지금 이 상황에서는 '김종인 비대위'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재선 당선인 15명도 지난 23일 국회에서 회동을 갖고 "최고위가 '김종인 비대위'로 결정했으니 더 이상 당에 분란을 만들지 말고 협력하겠다"며 "빠른 비대위 체제로의 개편에 재선 의원들도 돕기로 했다"고 밝혔다.
심재철 대표권한대행은 휴일인 26일 오후 당초 일정에 없던 긴급기자간담회를 열어 "의원들과 당선자들 다수는 '김종인 비대위' 체제로 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을 하고 있다"며 "반대 목소리는 소수"라고 단언했다.
물밑에서는 상임전국위와 전국위의 성사 여부를 놓고 대결 양상이 펼쳐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강파는 28일 오후로 예정된 상임전국위와 전국위를 성원 미달로 무산시키거나 안건을 부결시켜 '김종인 비대위'를 좌초시킨다는 복안이다. 이렇게 되면 비대위를 강행 추진했던 현 최고위는 무력화될 수밖에 없으며, 당선자총회에서 선출된 새 원내대표가 조기 전당대회로 당을 가져가는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비대위파는 당선자총회에 앞서 상임전국위와 전국위 소집 공고를 내는데 일단 성공했다. 상임전국위와 전국위만 성사되면 현 최고위가 가지고 있는 당권은 무사히 비대위로 이양된다.
이에 따라 홍준표 당선인이 거론한 동화은행 비자금 사건이나 조해진 당선인의 "비대위는 식민통치, 모욕적" 등의 발언에 직접적인 맞대응은 삼간 채 당의 쇄신 방향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낙선자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상임전국위원들과 전국위원들이 관심을 가지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최다선 정진석 "지금 상황에선 '김종인 비대위'"
재선 당선인들도 "'김종인 비대위' 전환에 협력"
장제원·하태경도 긍정적…3선모임 결론 없을듯
당 쇄신 방향성이 있어 홍준표 당선인은 박근혜 전 대통령 구명 운동과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을 제시한 반면, 김종인 위원장은 전혀 상반되는 박근혜 전 대통령 문제 대국민사과를 꺼내들었다. 개헌 문제에 있어서는 김 위원장은 독일식 의원내각제에 확고부동한 소신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 당선인은 이날 유튜브 방송에서 "복당하면 우리 당 의원들 서명을 모두 받아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 결의를 국회에 제출해 통과시키고 추진하려 한다"고 말했다. 반대로 김 위원장은 "이 정당이 배출한 대통령이 법적 처벌을 받았다. 만약 비대위원장으로 취임하면 직접적 사과를 공개적으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방향성에 있어서는 김종인 위원장의 입장에 이번 총선에서 나타난 민의가 반영돼 있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이와 관련, 김영환 통합당 최고위원은 "총선 민의는 영남권의 탈환과 보수 결집에 있는 게 아니라, 수도권에서 참패하고 중도층이 이탈했으니 당을 환골탈태하라는 것"이라며 "김종인 비대위는 총선 민의에 부합하며 국민의 명령"이라고 강조했다.
당장 27일 오전에 열릴 3선 당선인 회동에서는 일치된 견해가 도출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태흠 의원과 조해진 당선인은 상임전국위·전국위 소집 연기를 주장하는 자강파인 반면 장제원·하태경 의원은 '김종인 비대위'로의 전환에 긍정적인 비대위파다. 통합당 관계자는 "3선쯤 됐으면 자기 정견이 섰으면 누구 말에 흔들려서 마음을 바꾸는 경우는 없다"며 "3선 당선인 모임에서 일치된 목소리가 나오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렇게 되면 이미 소집 공고가 된 상임전국위·전국위를 연기시킬 동력이 당내에서 발생할 여지는 사라진다. 결국 28일 오후로 소집 공고된 상임전국위와 전국위는 예정대로 개최 시도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자강파의 무산·부결 시도가 비대위파 입장에서는 마지막 고비다.
통합당 관계자는 "일단 성원을 채우는데 성공한다면 의결에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며 "성원이 된다면 8월 31일까지 전당대회를 열도록 돼 있는 당헌 부칙을 삭제하고, 김종인 비대위원장 임명안이 의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상임전국위·전국위가 성사될 경우, 29일 당선자총회는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21대 당선인들과 상견례를 갖고 자신이 생각하는 당 쇄신 방향을 설명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상임전국위·전국위가 무산되면 통합당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혼돈 속에 빠지는 가운데, 이튿날 당선자총회는 상황을 수습하기 위한 백가쟁명식 목소리가 분출되는 장이 될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