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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해?] '돌멩이' 믿음과 편견에 던지는 잔잔한 파문


입력 2020.10.15 08:06 수정 2020.10.26 08:33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리틀빅픽처스

잔잔한 호숫가에 던진 '돌멩이'는 고요한 마음이 일렁이 듯 파동과 함께 균열이 생긴다. '돌멩이'처럼 박히는 "나 믿어요?"란 물음 역시 자신이 옳다고 믿는 신념과 보이는 것으로만 판단하는 믿음 사이를 신속하게 깊숙하게 파고든다.


누군가에게는 의미없이 던진 '돌멩이'일 수 있지만 이는 곧 한 사람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어버린다. '돌멩이' 속 석구(김대명)가 이같은 처지다.


석구는 평화로운 시골에서 8살 지능으로 살아가는 인물이다. 정미소에서 일을 하고, 어려서부터 함께 놀던 친구들과 보통날을 보내고 있던 석구에게 시골은 풍경은 곧 세상이다. 석구는 갑작스럽게 등장한 가출소녀 은지(전채은)와 친해지며 자신에게 어떤 일이 닥칠지 모른 채 맹목적인 믿음을 준다.


은지는 아빠를 찾으러 시골로 내려온 가출소녀로, 청소년 쉼터 김 선생(송윤아)의 보호를 받고 있다. 미성년자인 은지와 성인 남자인 석구가 가까워지는 것을 보고 우려하던 김 선생은 어느 날 석구가 은지를 성폭행 했다고 추측하게 만드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이후 김 선생은 은지의 보호자로서 쉴 새 없이 석구를 몰아간다. 그것이 김 선생이 해야 할 일이다.


이에 대립하는 존재는 석구를 어려서부터 지켜봐온 노신부(김의성)다. 노신부는 석구의 결백을 앞장서서 주장한다. 하지만 석구를 향한 불완전한 믿음을 애써 외면하며 자신이 믿고 싶은 대로 나아간다.


마을 사람들도 석구에게 등을 돌리게 되고 석구는 그렇게 자신의 세상에서 외딴 섬이 되어버린다. 석구가 할 수 있는 거라곤 등진 사람들을 향해 울분을 토하며 '돌멩이'를 던지는 일 뿐이다.


영화는 석구가 의심받는 범죄의 진실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는다. 관객들도 보이는 대로 믿으며 '돌멩이'를 따라가게 만든다. 각자 판단에 맡길 뿐이다. 김정식 감독은 혼돈으로 냉탕이 되어버린 석구의 세계를 그리지만 연출은 담백하게 가져간다. 색감과 음악 등을 잔잔하게 설정해 혼돈에 냉기를 불어넣는다.


사건의 중심인 석구를 둘러싸고 각자의 주장을 펼치는 김선생과 노신부는 많은 것을 상징한다. 김선생은 자신이 잘못된 주장을 하고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스쳐도, 진실이 아닌 자신의 주장이 맞았음을 정당화시키는 행위에 몰입돼 있다.


노신부는 계속 그를 감싸지만, 사실 석구가 범죄를 저질렀을 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하지만 외면한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신념, 보이는 것들에 매몰된 믿음의 위험함을 짚는다. 보는 이들에게 믿음과 편견, 신념 등에 '돌멩이'를 던지며 불편한 기분을 들게 만든다. 하지만 이 불편한 기분이 꼭 필요한 물음이 돼, 불쾌하지 않다는 것이 '돌멩이'의 미덕이다. 15일 개봉. 러닝타임 106분.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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