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 되면 부는 바람 풍(風) 공작... 유권자 미동도 안 해
예로부터 보궐선거는 정권 심판 바람이 일찌감치 당락 결정
요즘 부산에서는 세 사람이 부산 망신 다 시킨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위선의 대명사가 된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전 법무부장관 조국, 판사를 국회 탄핵 먹잇감으로 제공하고 거짓말까지 한 대법원장 김명수, 그리고 이 두 사람을 인재라고 발탁해 요직에 임명한 대통령 문재인이 그 손가락질의 대상들이다.
물론 그런 말을 하는 부산 사람들은 이 정권에 반대 의견을 원래부터 가졌거나 요새 갖게 된 이들일 것이다. 정권 편을 드는 사람들은 그 3인이 오히려 자랑스러우면 자랑스러웠지, 부산을 수치스럽게 한다고 보진 않기 때문이다.
부산은 인천과 대전처럼 전국 여러 지역에 출신 배경을 둔 사람들이 많이 모여 사는 도시 특성과 남쪽, 항구라는 점에서 전통적으로 야성(野性)이 강한 면을 보여 왔다. 김영삼도 노무현도 부산에서 정치를 시작했다. 그래서 야도(野都)로 불린다. 야구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많은 도시여서 야도라고도 한다.
이 야도 유권자들이 국민에게 욕을 먹는 일들만 사서 하는 정권 아래(하, 下)에서 치러지는 시장 보궐선거에서 야당 후보를 압도적으로 지지하는 여론조사가 나오는 건 지극히 당연하다. 그 보궐선거는 또 여당 소속 시장의 성범죄로 인해 수백억원의 국민 세금이 생으로 들어가게 된, 1년짜리 시장 자리를 보충하는 선거이다.
제1야당 국민의힘 경선 후보 박형준은 현재 여러 여론조사에서 집권 민주당의 김영춘에 10% 포인트 이상 앞서 있다. 4월 7일 투표함을 열어 보면 그 차이가 줄어들거나 역전될 수 있을 진 몰라도, 현재로서는 여러 조건과 상황을 고려할 때 그 격차가 10% 포인트 이상 났으면 났지 그 이하는 안 내려갈 것으로 본다.
예로부터 선거는 정권 심판이다. 그 불문율은 이번에도 적용될 것이고 앞으로도 여전히 유효할 것이다. 왜냐하면 국민의 불만, 의견 표출 욕구는 선거를 통해 해소되는데, 보궐선거는 중간선거 속성을 가져 특히 정권 심판 성격이 강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부산 보선은 사실상 처음부터 끝나 있다고 보는 이유다.
국민의힘이 아무리 흡족하지 않더라도 이 당 후보를 찍어 줄 사람이 많을 수밖에 없게 돼 있는 판에 이번에는 후보도 괜찮다. 박형준의 인물을 보라. 필자는 국민의힘 최종 후보로 유력시되는 이 사람이 중앙일보 기자도 잠깐 했다지만, 전혀 마주쳐 본 적은 없다. 그러나 이력과 신상을 보니 보통 사람이 아니다.
6척 장신인 그는 고려대 사회학과를 나와 이 대학에서 박사까지 했으며 동아대 교수로 재직하며 보수 논객으로 적극적으로 활약해 왔다. 학생운동과 정당(민중당으로 정계 입문), 시민단체 활동으로 진보좌파 이론에도 밝다. 보수 정권 시절 청와대에서 비서관과 정무수석을 지낸 경력도 있는 국회의원 출신이다.
그가 이번에 부산시장에 당선된다면 차차기(그의 나이 67세) 대선에 나설 제1야당(집권당이 될 수도 있다) 주자로 강력하게 부상하게 될 것이다. 그는 인물로나 지식, 경험, 언변, 출신 지역 등 모든 면에서 상당한 강점을 지니고 있는 보수우파 진영의 튼튼한 자원이다.
국가정보원장 박지원은 박형준의 이런 잠재력을 미리 보고 부산시장 선거판을 흔들어볼 생각을 했는지도 모른다. 아이디어 출중한 지능과 지략의 소유자가 나라의 최고 정보기관을 지휘하는 자리에 앉게 된 보답의 표시였을까?
선거판에 부는 정권 심판 바람에는 항상 조직적인 역풍이 휘몰아친다. 그 대형 선풍기는 주로 여권에서 돌리지만, 야권도 돌린다. 북한의 위협을 강조하는 소위 북풍(北風)이 과거 집권 세력의 단골 메뉴였고, 여당 유력 후보 아들의 병역 면제 문제를 거짓으로 여론화한 야당과 좌파 언론의 병풍(兵風)은 대통령에 다 당선됐던 이회창을 주저 앉히는 위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정부와 여당의 이번 부산 보선 공작은 공풍(空風)으로 그 서막을 올렸다. 공항 부지 선정 최고 전문가들로 구성됐다는 프랑스 업체가 5년 전 박근혜 정부 때 이미 타당성 순위 2위도 아니고 3위로 평가, 바다 밑으로 가라앉혀졌던 가덕도 신공항 안을 다시 인양해 올린 것이다.
왜? 부산 시민들 절대다수가 그것을 원하기 때문이다. 기존에 가장 나은 방안으로 결론을 낸 김해공항 확장(신공항)이나 타당성 2위 밀양공항 대신 10조원을 들여 부산 앞바다를 메워 큰 공항을 만드는 계획이다. 그 활주로 위에서 고추 말릴 일밖에 없을 국민 세금 대(大) 낭비 사업이 될 가능성이 크더라도 선거 판세를 뒤집어 놓고 보자는 속셈이었다.
야당도 그 안에 찬성해 버리자 그 바람은 간단히 소멸했다. 선거 앞에 장사(壯士)가 있나? 잘못된 것인 줄 알면서도 따라갈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이 법안 통과에 적극 지지하겠다고 하니 잠시 주춤했던 이 당 지지율이 다시 올라갔다. 민주당의 장난으로 잘못하면(국민의힘이 시장 당선 후에도 가덕도 안을 계속 지지한다면) 국민 세금만 낭비하게 생겼다.
이런 상황에서 박지원 구원 투수의 변화구가 던져졌다. 정보 사찰의 바람 정풍(情風)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국가정보원이 국회의원 전원 대상 불법 사찰을 했다는 폭로가 진보좌파 매체에서 보도되고 민주당 대표 이낙연이 예의 `충격적'이라는 화법으로 화답했다. 이낙연은 혼자만 충격 받는 모습을 자주 보인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 폭로는 상황을 잘못 만나 활활 타오르지 못한 채 꺼져가는 운명에 처하고 있다. 청와대 새 민정수석 신현수가 무리한 검찰개혁 추진 등에 이견을 보이며 사의(辭意)를 고수, 사태로 발전함으로써 대통령 문재인의 레임덕 가속화라는 더 큰 이슈가 그것을 덮어 버리고 있기 때문이다.
신현수 사태가 아니더라도 박지원의 정풍은 애초에 폭발력 큰 거리가 될 수 없는 종류였다. 세상 사람들에게 물어보라. 국정원(안기부 후신)이 그런 일 하지 않으면 무엇을 하느냐고 되물을 것이다. 당장 국민의힘 의원 하태경이 사찰은 노무현 때도 했고, 그 비서실장이 문재인이었다고 반격을 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의 전방위적 도청 행태가 백일하에 드러나 충격 아닌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의 장세동 격인 이재오는 말한다.
“그게 국정원 직원들의 일상 업무이다. 내가 국회의원 할 때 한 담당자가 매일 내 방에 왔었다.”
박형준이 그때 국정원장이었다면 모르겠다. 국정원 포함 사정기관 담당 정무수석에 있었던 걸 깎아내리기 위해 그런 바람을 일으키려고 했으니 거목을 쓰러뜨리는 스톰(storm)이 되기는커녕 머리칼도 흩날리지 못하는 한 줄기 바닷바람, 미풍(微風)으로 끝나게 됐다.
유권자들이 미동(微動)도 하지 않는 유치한 공작은 이제 제발 그만하자.
글/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