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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이면 김정은에게 무시·무안을 당하다니


입력 2021.03.01 09:00 수정 2021.03.03 06:12        데스크 (desk@dailian.co.kr)

김정은 위인전에 문재인은 없었다

북한 체제 속성 절대 변하지 않는다

ⓒ데일리안 DB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의 뇌리에 없다. 북한이 다시 이를 확인 시켜 줬다. ≪위인과 강국시대≫라던가. 그런 제목으로 7개의 장(章), 총 620여 쪽에 이르는 책이 작년 12월 30일 북한에서 발간된 모양이다. 북한의 대외선전 매체 ‘우리민족끼리’가 지난달 28일 내용 소개와 함께 공개했다. 핵무기 개발, 미북 정상회담, 평창올림픽 대표단 파견 등을 대표적 치적으로 내세웠다. 그런데 ‘한반도 운전자’ 문재인 대통령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는 언론 보도다.


아마 문 대통령과 그의 충성스러운 측근들은 대단히 실망했겠지만 따지고 보면 이상할 게 전혀 없는 북측의 인식이고 태도이다. 저들은 대한민국을, 언젠가 자신들의 호적에 올려야 할 방계 혈족쯤으로 치부하고 있다. 민족적 정통성을 한국과 나눠 가질 생각은 꿈에도 없는 집단이다. ‘김일성 민족’ 운운하며 한민족에서 떨어져 나가서 새로운 민족을 창설한 게 아니다. 우리를 ‘곁가지’로 확실하게 밀쳐놓은 개명(改名)이었다.


김정은 위인전에 문재인은 없었다


그런 집단이 우리를 대등하게 대하려 할 리가 없다. 더욱이 문 대통령을 인정하면 하늘 아래 두 개의 태양이 있게 되는 모순이 생긴다. 자유민주주의 아래 사는 사람들은 도무지 이해하지 못할 권위 의식이지만 그렇게 유지돼 왔고, 그것 아니면 금방 와해할 김정은 집단으로서는 철저히 ‘유일 통치자’라는 인식을 진리로써 확립할 필요가 있다. 사이비 신정(神政)체제라는 게 그런 것이다.


문 대통령이 자기들의 기대를 채워줬다면 그나마 공로 치하 정도는 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그런데 말만 요란스러웠을 뿐 뭣하나 제대로 성과라는 것을 낸 적이 없다. 온갖 기대를 심어주고서는 결국 빈손 털게 했다는 불쾌감이 부글부글 끓었을 법하다. 그래서 온갖 비난 조롱 모욕을 퍼부어댔고 이젠 아예 존재 자체를 지워버린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앞으로도 김정은이 문 대통령과 그의 정권을 대등한 대화 협력 관계로 인정하는 경우는 기대하기 어렵다. 그건 북한 체제가 넘을 수 없는 한계 밖의 일이다. 구조적 한계를 자신들의 정성 혹은 역량으로 극복해 낼 수 있다고 문 정권 대북정책 책임자들이 믿고 있다면 ‘몽상가’나 다를 바 없다.


아마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 체제의 DNA를 간파하고 있으면서 남북의 화해와 협력으로 ‘한반도 평화구조’를 정착시킬 수 있을 듯이 (정략적으로) 말해왔을 뿐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면서도 혹시 북한 체제가 군사정책 및 대남정책을 선회시키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면 엄청난 역사적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하지만 절절한 기대를 했을 법도 하다. 남북정상회담과 그럴듯한 공동선언문 하나가 노벨평화상으로 이어졌던 그때의 기억에 연연할 수도 있고….


북한은 이제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부상했다. 김정은의 ‘핵 단추’를 의심하는 국가는 없다. 국제사회가 공인하든 말든 북한은 핵보유국으로 행세할 수 있는 지위를 확보했다. 여기까지 와서 경제제재가 무서워 핵을 포기할 수 있다는 것은 상식적 추론이 아니다. 북한 인구는 2588만여 명으로 추산된다. 이 정도 인구이면 폐쇄체제로도 유지될 수 있다.


역사학자들은 조선 초의 인구를 550만명 정도로 추산했다. 그 인구로도 통치자는 거창한 궁궐 안에서 호의호식할 수 있었다. 김정은에게 심각한 문제는 경제제재보다는 폐쇄체제의 이완이다. 그게 뚫려 주민들이 비교의 안목을 가지게 되면 체제는 존폐의 기로로 몰린다. 코로나 확산을 계기로 국경의 철저한 폐쇄를 시도했고 지금까지는 성공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약간의 위안은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북한 체제 속성 절대 변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정보의 폐쇄는 갈수록 어려워진다. 그래서 주민들을 상대로 위무와 설득과 협박의 통치 책략을 구사하지 않을 수 없게 된 듯하다. 핵무기 자랑도 그 일환일 수 있다. ‘위인과 강국시대’ 운운하는 해괴한 제목의 김정은 위인전을 출간하게 된 배경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위기의식이 북한 체제의 속성과 김정은 통치행태를 바꿔놓을 것이라는 기대하지는 않는 게 좋다. 그럴 일은 절대로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역사상 대부분의 독재자는 두 눈으로 파탄상황을 뻔히 보면서도 자신의 통치 방식을 바꿀 생각 같은 것은 하지 않았다. 파국에 이르기까지도 자신의 신화(神話)가 돌파구를 열어줄 것이라는 기대를 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도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 이념에 대한 충성심 때문인지, 민족애의 발로인지, 영웅담의 주인공이 되고 싶어서인지는 알 수 없지만, 북한에 대한 집착이 여전하다. 뭔가 원하는 게 있어서가 아니라면 김정은에게 약점이라도 잡힌 것인가 하는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지만 설마 그렇기야 하겠는가.


남은 임기가 1년 2개월 남짓이다. 그 길을 계속 가든, 방향을 선회하든 문 대통령이 주도력을 발휘할 기회는 거의 소진됐다고 봐야 한다. 북한도 그렇지만 미국도 문재인식의 해법을 수용할 의사가 전혀 없어 보인다. 자신의 방식을 고집할수록 미국과 북한 양측으로부터 경계와 불신을 더 부를 뿐이다.


“20여 년 만에 복원된 한미 양국 정부의 민주당 파트너십이 한반도 평화, 경제협력, 기후 위기 대응에서 획기적인 성과가 달성되길 기대합니다.”


민주당 핵심 당직자라는 사람이 지난해 11월 12일 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당시 미국 대통령 당선자와의 통화를 두고 한 말이었다. 바이든 편에서 보면 황당한 엮어 넣기일 터이다.


‘민주당 파트너십’ 같은 낯 뜨거운 레토릭이 아니라 정말로 한미 파트너십의 복원을 바란다면 동맹 관계의 확실한 재확인부터 할 일이다. 자꾸 눈치를 보면서 이쪽저쪽을 기웃거리면 조소의 대상이 되고 만다. 김정은이 문 대통령과 정부를 투명인간, 투명 집단 취급하게 된 연유가 무엇인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하필이면 김정은에게 무시·무안을 사서 당하다니…. 제발 나라와 국민의 체통을 더는 무너뜨리지 마시라.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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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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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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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뚱뚱띵띵 2021.03.01  11:41
    지금까지 문재인이가 한 언행을 보면 도련님 모시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기때문에 전혀
    기분 나쁘거나 할일이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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