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 액션 연기 위해 액션 훈련
"믿고보는 배우 되고파"
2013년 걸그룹 투아이즈로 데뷔해 배우로 전향한 정다은. 2년 간의 짧은 걸그룹 생활 후 대중 앞에 자신의 이름 앞에 '배우'란 타이틀을 각인시키기 전까지 수 많은 오디션과 인내의 시간을 보내야했다. 그런 정다은이 눈에 띄기 시작한 건 영화 '마녀'를 통해서였다. 이후 OCN '미스터 기간제', '쌍갑포차', 영화 '공수도'여 출연했고, 최근 종영한 tvN '루카:더 비기닝'(이하 '루카')의 유나를 연기하며 다시 한 번 존재감을 드러냈다.
'루카'는 지난해 9월 사전제작으로 촬영을 마친 작품이다. 정다은은 어느 때보다 기다림이 길었지만 설레는 마음도 컸다. 오래 품고 있던 만큼 '루카'의 유나를 떠나보내기도 아쉬웠다.
"막상 방송이 시작되니 순식간에 지나간 것 같아요. 기대했던 만큼 재미있고 만족스럽게 나온 것 같아요. 무엇보다 평소에 좋아하던 선배님들 사이에 제가 나오니까 신기하기도 했어요. 많은 분들이 유나란 인물에 대해서도 관심을 보내줘 방송이 되는 동안 즐겁고 애틋했어요."
'마녀'의 칼잡이 '공수도'의 채영 '쌍갑포차' 보안요원 여린, 그리고 '루카'까지 액션이 들여진 캐릭터란 공통점이 있다. 정다은은 개성있고 뛰어난 실력을 가진 배우들 사이에서 액션을 차별점으로 만들어내고 있었다. 특히 2화 엘리베이터와 지하철 승강장으로 이어진 추격 액션은 '루카' 시청자들 입에 오르내린 액션 명장면이었다.
"'마녀'에서 액션을 했던 것 때문일지 몰라도 계속 액션을 하고 있네요. 저는 좋아요. 많은 배우들 사이에서 제가 뭐로 어필하면 좋을지 고민해봤는데, 유일하게 내세울 수 있는게 고강도 액션 훈련을 받았다는 점이었어요. 액션연기는 하면 할 수록 욕심이 나요. 모니터하면 '저 때 발을 좀 더 들걸', '조금 더 힘을 줘볼걸' 등이 아쉬움이 계속 남아요. 완성도가 높은 액션신을 꼭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그는 '루카' 속 액션을 소화하기 위해 촬영 한 달 전부터 액션 스쿨에 다니며 훈련을 받았다. 코로나19로 문을 닫는 바람에 계획이 틀어졌지만 촬영장에 일찍가 무술팀과 합을 맞추고 준비하며 지금의 유나를 만들어냈다. 액션은 하면 할 수록 욕심이 난다는 정다은은, 언젠가 대역없이 모든 장면을 촬영하는 것이 목표다.
"워낙 다 액션에 베테랑이신 선배님들이셔서 저만 잘하면 됐어요. '루카'에서 대역 언니 비중이 많았는데 그래도 욕심 부려서 50~60%는 제가 소화하려고 했어요. 그렇게 훈련을 받아놓고 모든 신을 하지 못하는게 아쉽더라고요. 마지막 목표는 액션 연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뒷모습까지도 제가 완벽하게 해내고 싶어요. 꼭 그렇게 하고 싶어요."
'루카'의 유나는 이손(김성오 분)의 수하로 과거 특수부대 훈련 중 총기 오발 사고로 5명을 죽이고, 자신 역시 한쪽다리를 잃는 아픔을 가진 인물이다. 이후 김철수(박혁권 분)에게 발탁돼 다리를 얻으며 그들이 명령한 임무를 수행하는 인물이다. 이에 이들과 반대에 서 있는 지오(김래원 분)와 하늘에구름(이다희 분)과 대립하며 잔혹한 면모를 보여준다.
"시나리오를 보고 걱정된 건 '내가 유나 연기를 잘 할 수 있을까'였어요. 유나의 지금의 행동에는 과거에 분명한 이유가 있었어요. 하지만 그 속마음을 제가 이해하고 파악하기가 조금 어려웠어요. 파악을 하더라도 내가 연기를 했을 때 어디까지가 적정선인지란 경계선이 불분명해 애를 먹었어요. 대본 3회까지만 해도 정말 모르겠더라고요. 그런데 4~5회 정도에 슬슬 감을 잡았어요. 그리고 감독님과 대화를 나눴죠. 이손과 감정신을 갖기 전까지 유나는 능청스럽고 뱀같기도 하면서 과거 상처로 인한 성숙한 감정이 있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극 초반 유나는 이손의 부하로 단면적인 면이 보여졌지만 극이 흐를 수록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이손과 유대감을 나누며 애틋한 감정을 나눈다. 정다은은 김성오를 실제로 '대장님'이라는 생각으로 그의 연기에 따라가려고 부던히 애를 썼다. 정다은은 배움이 가득한 '루카' 촬영장이 자신에게 학교 같았다고 밝혔다.
"초반에는 제가 질문을 많이 못했어요. 워낙 선배님들이라 다가가기 어려웠거든요. 그런데 후반부로 갈 수록 저 혼자 판단하면 안된다고 생각했어요. 그 때부턴 부담 되지 않는 선에서 여러가지 여쭤봤어요. 사실 현장이 모두 수업 같아서 상황에 충실한 선배님을 잘 따라가려고 했어요. 이리저리 눈치 보면서 많이 배웠죠."
정다은은 3회까지 유나가 이손과 나누게 될 감정의 교류를 예상하지 못했다. 유나의 상처와 행동, 그리고 마지막 선택이 멜로 감정에서 비롯된 감정이라고 생각하니 모든 것이 들어맞기 시작했다. 가장 마음이 아팠던 장면은 지오와의 격투 끝에 숨을 거둔 유나를 안고 우는 이손의 모습이다.
"사실 그 장면에서 조금 울었어요. 제가 죽어서 운게 아니라 선배님의 연기를 보고 울었어요. 연기할 때 눈을 감고 있어서 소리만 들었지 표정은 보지 못했거든요. '내가 죽은 다음에 저러고 있었어?'란 생각에 마음이 아팠어요."
'루카'를 보며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기도 했다.
"이손에게 '같이 사면 안되냐'고 묻는 표정에서 놀랐어요. 연기할 땐 그렇게까지 간절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말이죠. 선배님 눈을 보면서 하니 연습 때와는 다른 표정이 나왔나봐요."
털털하고 내숭은 없지만 낯을 가리는 성격 탓에 현장에서 선배들에게 먼저 다가가기 쉽지 않다고 고백했다. 그런 정다은이 먼저 연락해 안부를 드리는 선배는 단 한명 뿐이라고. 바로 '마녀'에서 호흡을 맞췄던 조민수다.
"'마녀' 때 제가 도움을 요청하면 친절하게 알려주셨어요. 그래서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일이 있을 때마다 연락 드리면 응원해주세요."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작품이나, 할리우드에 진출한 배우들을 보며 정다은은 조금 더 먼 세상을 바라보기로 했다. 영어를 배우며 언어가 자신의 연기에 장애가 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또 하나의 목표다.
"영어를 잘 해야 제가 나아갈 수 있는 분야가 많아질 것 같아요. 넷플릭스를 보기 시작할 때부터 가지고 있던 생각입니다. 다른 나라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데 그들의 문화와 언어가 매력적으로 다가오더라고요. 그래서 욕심 내서 다른 언어를 배우기보단 영어부터 공부하려고 해요."
정다은은 믿고 보는 배우가 될 수 있도록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다음을 기약했다.
"하루 빨리 촬영장 공기를 맡고 싶어요. 다음 작품에서 액션을 또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좋은 작품과 캐릭터로 인사드리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