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임위·법사위·본회의 절차 남아
野, 입법 저지 방안 마땅찮아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를 둘러싼 논란이 정치권을 넘어 교육계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임기 1년이 채 남지 않은 문재인 정부가 거대 여당을 등에 업고 민감한 교육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일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졸속 입법 우려까지 제기되는 양상이다.
의회 과반(174석)을 점한 민주당은 지난 13일 국회 교육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에 회부된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해당 상임위인 교육위에 이어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 표결까지 강행할 경우, 토론과 숙의 없이 백년대계를 주무르려 한다는 지적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이같은 우려를 반영하듯 김부겸 신임 국무총리는 지난 18일 기자간담회에서 "1년 이내로 (교육)제도를 바꾸기 어려울 것"이라며 "아마 이 문제는 내년 대선주자들이 명료한 답을 내지 않을까 싶다. 현 교육부 체계가 갖는 한계가 무엇인지 등 그간 축적한 고민을 정리해 다음 정권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제공하려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국가교육위 이슈를 차기 정부에 넘기겠다는 입장을 밝힌 셈이지만, 해당 발언 직후 총리비서실은 국가교육위 신설을 "변함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총리 발언에 대해선 "국가교육위 법안 논의 진전 상황을 정확하게 보고받지 못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발언"이라고 해명했다.
신임 총리가 체면을 구기면서까지 발언을 주워 담은 데는 정부·여당의 강한 입법 의지가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국가교육위 신설과 관련해 "금년 중 본격적으로 구체적인 출범 방안을 제시하고 실현까지 나아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문 정부 의지대로 임기 내 국가교육위를 출범시키려면 적어도 다음달까지는 법 제정을 매듭지어야 한다. 국회 교육위원장인 유기홍 민주당 의원 대표 발의한 국가교육위 설치·운영법에 따르면, 해당 법안은 공포 6개월 후 시행된다. 내년 3월로 예정된 차기 대선 일정상 상반기에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할 경우, 올해 말·내년 초 출범은 물 건너갈 가능성이 높다.
野 "與, 백년대계에 대못 박나"
교총 "與野 합의로 법안 바로 잡아야"
야당과 교육계는 정부·여당의 '마이웨이' 가능성에 강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 교육위원회 위원으로서 참담한 상황을 막아내지 못한 자괴감이 든다"며 "여당은 함께 백년대계를 세워야 하는데 대못을 박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예령 국민의힘 대변인은 "본회의 등의 절차가 남았다"면서도 "이쯤 되면 현 정권 입맛에 맞는 교육정책을 임기 내에 졸속 추진해 국가 백년대계인 교육을 쥐락펴락하겠다는 속셈을 드러낸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수적 열세인 야당이 사실상 공석인 법사위원장 자리조차 장담할 수 없는 처지라 여당의 입법 강행에 브레이크를 걸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교육계는 여당의 입법 독주 가능성에 강한 우려를 표하며 여야 합의에 기초한, 설립취지에 부합하는 국가교육위 설치를 주문하고 있다.
한국교총은 최근 발표한 입장문에서 국가교육위는 당파 이익과 정권을 초월하는 교육 미래 비전을 국민 합의를 통해 수립하고, 교육 안정성과 일관성을 기하는 데 근본 설립 취지가 있다며 "설립단계부터 합의가 실종되고 일방적·편향적으로 추진되는 것은 국가교육위의 근본정신에 정면 배치된다. 첫 단추부터 잘못 꿰맞춘 기형적 법안을 여야는 반드시 합의를 통해 바로 잡아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