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심 완패 후 대법원에서 뒤집힌다면 그것이 더 큰 문제
국민 세금 낭비와 한 개인 대상 집요한 고통 주기 멈춰야
대통령 문재인 이름 앞에 ‘인권 변호사’라는 전직 칭호를 달면 이젠 고개를 가로젓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지난 4년 동안 그가 국민에게 보여 준 모습은, 인권 옹호와 신장을 위해 싸운 변호사 출신 대통령이라기보다는, ‘좀스럽고 민망한’ 위선적 진보좌파 진영의 수장에 더 가깝다. 그 상징적인 사건들이 잊어 버릴 만 하면 줄을 이어 그가 인권과는 거리가 먼 인격의 소유자라는 걸 상기시킨다.
자신을 향해 5m 앞에 신발을 던져 떨어뜨린 50대 남자를 구속했고, 대통령 비판 전단을 배포한 30대 청년은 모욕죄로 고소했다. 4.7 보선 참패 후 이 고소 사건이 뉴스를 타는 바람에 비판이 잇따르자 그는 아량을 베풀 듯 슬그머니 고소를 취하했다. 성찰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면서.
고소에서 풀려난 이 청년은 “진영의 이익을 위해 근대사를 멋대로 재단하며 국민의 명예, 국가의 미래에 악영향을 미치는 정치적 행위에 대한 성찰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답했다. 성찰해야 할 사람은 표현과 비판의 자유가 있는 민주 국가 국민인 자신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억압하고 보복하려 한 대통령이라는 뜻이다.
정권이 바뀌면서 권력에 의해 강제로 KBS 이사 자리에서 쫓겨난, 박근혜 정부 집권당 추천 인사 명지대 교수 강규형이 4년 동안 겪고 있는, 혹독한 고초는 문재인식의 인권이 과연 무엇인가를 심각하게 질문케 하는 ‘인권 탄압’ 사례이다. 자신의 권리를 찾으려는 한 개인에 대한 집요한 고통 주기가 인권 보호인가?
그는 거의 아무런 잘못도 없이, 오직 방송을 장악하려는 문재인 정부 편이 아니라는(그들의 입맛에 맞는 사장 임명에 걸림돌이라는) 이유만으로 해임 대상으로 찍혔고, 그것에 항의하며 버티자 ‘진보좌파 홍위병’ 노조로부터 온갖 정신적, 육체적 테러를 당했으며, 이후 부당한 해임에 대한 무효 소송 투쟁을 벌여 오면서 몸과 마음과 재산을 다 잃어 가고 있다.
KBS가 공영방송(이 방송을 공영이라고 생각하는 시청자가 지금 몇 명이나 될까?)이므로 이사 임면권(任免權)을 가진 대통령 문재인을 상대로 한 1심과 2심 재판은 예상과 달리 기적적으로(?) 그의 완승이었다. 상대는 호화 변호인단을 꾸리고 있었고, 강규형은 단기필마(單騎匹馬, 혼자서 한 필의 말을 탄 사람)였다.
대통령은 국민 세금을 합법적으로 쓸 수 있으니 승률 높은 변호사들을 대거 고용했다. 하지만 강규형은 사재를 털어야 했다. 연금보다는 이 소송이 자기 인생에 더 중요하다고 보고 연금 저축 2개를 깼다. 그나마 변호사가 수임료를 싸게 받아 줘 가능한 일이었다.
그가 재판에서 이길 수 있었던 것은 해임 사유가 도무지 앞뒤가 안 맞고 형평성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사유 중에 말이 안 되는 2가지를 보자. 첫째는 법인 카드 사용이다. 그는 이사 재임 2년여 동안 이사 활동과 직접 관계가 없는 용도로 320만원을 썼다.
KBS 이사는 월급이 없다. 이 카드로 쓰게 돼 있는 활동비가 월급인 셈이다. 다른 이사들 11명이 다 그렇게 한 번에 10만원 안팎씩 사용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확인되기도 했다. 한 달에 월급 조로 10만원 쓴 것이 그렇게 큰 잘못인가?
감사원(현 최재형 이전 황찬현 원장 시절)은 정기 감사에서는 문제가 없다고 했으나 (강규형 해임을 위한) 특별감사를 또다시 실시해 이런 사실을 적발한 것인데, 모두가 규칙 위반에 해당함으로써 방송통신위원회 입장이 난감하게 됐다. 그런데도 이들은 두 눈 딱 감고 강규형만 문제 있다는 해임안을 밀어붙였다.
방통위와 언론노조가 강 이사가 도리어 폭행, 상해 당한 사건을 이용하려다 법원에서 보기 좋게 패소했다.
폭행 당했다는 사람과 그 쪽 증인들 여러 명을 분리해서 법정 증언을 들었더니 폭행 상황 설명이 십인십색(十人十色)으로 다 달랐다. 첫 번째 증인은 위에서, 두번째 증인은 아래서, 세 번째 증인은 왼쪽에서, 네 번째 증인은 오른쪽에서 주먹이 날아왔다는 식이었다.
이러니 2심(서울고법 행정11부 부장판사 배준현, 송영승, 이은혜)에서 도저히 대통령 문재인 편을 들 수 없어, ‘피고(대통령)의 항소를 기각한다. 항소 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라는 판결을 할 수밖에 없었다.
대통령의 요번 행정소송 비용은 억대다. 그리고 그 돈은 국민 세금으로 충당하게 된다. 집권 초 방송 장악을 위해 반대파 이사들을 몰아낸 문재인은 이 혈세를 또 써서 ‘마지막 저항자’ 강규형을 끝까지 괴롭히려고 하고 있다. 망신만 당할 가능성이 높은 상고장 제출이다. 그가 방미 길에 오른 날 법무법인을 시켜서 했다. 타이밍을 계산했음이 분명한 택일이다.
어떤 소송이든 그 법에 따른 투쟁은 개인과 가족의 심신을 철저히 망가뜨린다. 이긴다 해도 얻는 건 명예요 잃는 건 나머지 전부다. 더구나 강규형은 승소가 최종 확정되더라도 복직이 불가능하다. 그의 임기는 소송 초기에 벌써 끝났다.
오로지 ‘권력의 방송 장악에 맞서 한 명은 버텼다’는 기록을 남기기 위해 그는 여기까지 이를 악물고 왔다. 강규형은 박정희 임기 중 보안사령관으로서 전두환, 노태우가 주축인 군내 사조직 하나회를 적발, 발본색원하려다 10·26 이후 권력을 잡은 하나회 신군부에 의해 숙청된, 전 민주당 국회의원 강창성(육사 8기)의 막내아들이다.
그는 이런 부친의 피를 물려받은 ‘깡’으로 지금까지 버텨 왔듯이 대법원 상고심에서도 혼신의 힘을 다해 싸울 것이다. 대통령 문재인이 ‘거짓말 김명수’의 대법원 판사들을 믿고 3심까지 가기로 했다면, 그 판단은 잘못된 것일 수밖에 없다.
대법원 또한 해임 사유가 부당하다고 결정해도 망신이고, 해임이 정당했다고 결론짓는다면 이거야말로 대법원 얼굴에 먹칠하면서 민심에 불을 지르는 결과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글/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