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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방송 뷰] 예능 속 전문가들, 그들의 역할이 달라졌다


입력 2021.05.28 08:50 수정 2021.05.28 09:09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알쓸범잡' 박지선·정재민·김상욱 활약

롱런 중인 강형욱·오은영

ⓒtvN

예능프로그램 속 전문가들이 한층 부드러워졌다.


예능프로그램에 전문가들이 출연하는 것이 새로운 흐름은 아니다. 과거 스타 의사, 변호사들이 교양 예능을 휩쓸던 때가 있었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문학, 역사 관련 전문가들의 강의형 예능이 인기였다.


그러나 최근 그 양상이 조금 달라졌다. 역사 왜곡 논란에 이어 논문 표절 논란으로 급추락한 역사 강사 설민석 사태를 거치며, 한 명의 전문가에게 무한 신뢰를 주던 시청자들의 시선이 바뀐 것이다. 방송이 전문가를 지나치게 우상화한 것이 아니냐는 자성의 목소리도 이어졌었다.


최근 각광받는 전문가들은 전공 분야의 전문성을 내세우기보다는 대화, 수다의 대상이 되거나 조력자나 멘토의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고 있다.


현재 방송 중인 tvN 예능프로그램 '알쓸범잡'에서 바람직한 전문가들의 역할을 엿볼 수 있다. '그것이 알고싶다'를 통해 대중들과 신뢰감을 쌓은 범죄심리학자 박지선 교수가 등장해 주제와 가장 밀접한 '전문가 위치'에 있지만, 전체적인 프로그램 콘셉트는 수평적인 대화다.


김상욱 교수는 '마약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당시 필로폰을 얼마나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지를 화학식으로 보여주며 그 위험성을 주지시킨다. 법학박사 정재민은 사이코패스 강호순을 다루는 회차에서 프로파일링 기법 발전과 최근 법대에서는 '엄벌'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대화를 형량 문제로 확장시키기도 했다. 박지선 교수는 '정인이 사건'을 다룰 당시 '양부모와 입양에 대한 편견'을 우려하는 등, 보는 이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들을 짚으며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며 깊이를 더한다. 대화를 통해 논의를 확장시켜나가는, 흥미와 의미를 모두 잡은 전문가 활약의 긍정적인 예가 되고 있다.


'알쓸범잡' 양정우 PD 또한 이들의 캐스팅에 대해 "뚜렷한 전문 분야에서 일해오신 분들을 섭외하려고 했다. 더하여 사회가 긍정적인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진 긍정적인 분들을 모시고자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채널A, KBS

롱런 중인 전문가인 동물훈련사 강형욱과 정신건강의학과의사 오은영 박사에게도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는 장점이 있다. 두 사람은 기본적으로는 반려견 행동 교정과 육아 코칭이라는 교육자의 역할을 하고 있지만, 위로와 공감을 바탕에 두며 코치보다는 조력자의 모습을 하고 있다.


KBS2 '개는 훌륭하다'에 출연 중인 강형욱은 반려견 행동 교정은 물론, 문제 원인을 파고들며 주인의 문제까지 포착해낸다. 소통을 통해 죄책감을 느끼는 주인들의 마음까지 보듬으며 문제를 함께 개선해나가는 동반자의 모습이 강하다. 채널A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의 오은영 역시 마찬가지다. 부모의 행동이 원인인 경우에는 따끔한 조언을 건네지만, 때로는 의도와 다른 결과에 힘들어하는 부모의 마음에 공감하고 그들의 트라우마를 찾아내 치료를 도와주는 등 따뜻한 조력자의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호응을 이끌고 있다.


입담과 끼를 겸비한 정보 제공자, 그 이상의 역할을 소화 중인 진짜 전문가들의 활약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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