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서 개그맨들 세계관·부캐릭터 구축해 인기
매드몬스터, 실제 음반 발표·뮤직비디오 공개
"본캐와 부캐 섭외 비율은 1대9"
지난 해 21년 동안 자리를 지키던 KBS '개그콘서트'가 OTT 등 볼거리가 많아진 시대에 편승하지 못한 탓에 시청자들에게 외면을 받았다. '개그콘서트'가 폐지될 당시, 개그맨들은 일자리를 잃고 여기저기서 한숨을 내쉬었다. JTBC '1호가 될 순 없어'에 출연했던 배정근은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고 근황을 털어놨고, 송중근은 MBN '더 먹고 가'에서 "꿈을 이룬 개그맨 후배들이 수입이 적어지자 대리운전을 하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고 밝혀 안타까움을 샀다.
하지만 한쪽에서는 유튜브라는 무대에서 새로운 꿈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이용주, 정재형, 김민수가 만든 '피식 대학'은 하나의 채널 안에 '비대면 데이트', '한사랑 산악회', '05학번이 돌아왔다' 등 여러개의 세계관을 구축하고 있다. 여기에 출연하는 개그맨들은 최소 세계관에 중복 출연하며 최소 두 개의 부캐릭터를 연기한다.
여기에서 두드러지는 활약을 한 개그맨은 김해준이다. 김해준은 최준이라는 카페 사장 부캐릭터로 비대면데이트 콘텐츠에서 반말과 존댓말을 섞어가며 오글거리는 작업 멘트를 한다. 구독자들은 그의 영상을 보며 '준며들다', '준독되다'라는 신조어를 만들어가며 열광했다.
'빵송국'의 곽범 이창호도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곽범과 이창호는 KBS 공채 개그맨 출신으로 지난해 5월, '개그콘서트'가 사라지자 유튜브를 개설했다. 두 사람은 가상의 아이돌 그룹 매드 몬스터를 만들어 탄(곽범), 제이호(이창호)로 활동 중이다.
2017년에 데뷔해 60억 팬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매드몬스터라는 설정 아래 지난달 28일 '내 루돌프'를 실제로 발표했다. 이들은 엠넷 '엠카운트다운'에 출연해 무대를 꾸미기도 했다. 구독자들도 이 세계관에 뛰어들어 '매드몬스터 굿즈 언박싱', '매드몬스터 뉴욕 라이브 콘서트', '매드몬스터 뮤비 해석' 등의 영상을 유튜브에 업로드하며 즐기고 있다.
새로운 무대를 찾아 찾아 유튜브로 간 이들에 대한 반응이 뜨겁자 방송국은 이들을 예능 프로그램에 불러내기 시작했다. 김해준은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MBC '라디오스타', '놀면 뭐하니' 등에 출연했다. 곽범과 이창호는 매드몬스터로 SBS 라디오 파워FM '두시탈출 컬투쇼', '딘딘의 뮤직 하이' 등에 출연해 세계관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대중이 이들의 본캐릭터(개그맨)보다 부캐릭터를 더 많이 소비하면서 오는 간극이 있다. 부캐릭터로 섭외할 수 있는 예능 프로그램 포맷은 한정돼 있고, 본캐릭터로 방송에 나가면 부캐릭터보다 화제성이 떨어진다. MBC '라디오 스타'에 출연했던 김해준은 "본캐와 부캐 섭외 비율은 1대 9 정도다. 실제로 본명이 최준인 줄 아는 사람이 더 많다. 관심이 그저 감사하지만, 본캐와 부캐의 극명한 인지도 차이 때문에 현타가 오는 순간이 있다"고 전했다.
한 예능 작가는 "유튜브서 사랑받는 개그맨들을 섭외하려고 사전 미팅을 여러차례 가졌는데 세계관이라는게 사실 다 연기를 하고 있는 거라 자신의 진짜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예능 프로그램과 맞지 않을 때가 많았다. 시청자들이 기대했던 것과 달라 재미가 반감되기도 했다"며 "실제로 유튜브에서 인기를 얻은 한 개그맨은 예능 프로그램에 나가서 재미 없다는 소리를 듣는 것보다 유튜브나 웹 예능 등 자신들이 부캐릭터로 활약할 수 있는 환경에 더 집중하려고 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