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관의 지속적인 회유·압박 정황
추가 성추행 피해도 확인돼
국방부는 9일 성추행 피해 이후 상관의 회유·협박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여중사 사망사건과 관련해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사건 발생 130일 만이다.
국방부 합동수사단은 8일 피해자가 소속됐던 △제20전투비행단 △제15특수임무비행단 △공군본부 등을 대상으로 한 중간수사 결과를 공개했다.
피해자인 이모 중사는 지난 3월2일 회식자리에 참석한 이후 숙소로 복귀하는 차량에서 함께 탑승했던 장모 중사에게 성추행을 당했다.
회식 이후 차량에 탑승한 최초 인원은 총 5명이었다. 운전석에는 문모 하사, 조수석에는 민간인이 위치했고, 운전석 뒷좌석엔 피해자가 탑승했다. 회식을 주관한 노모 상사는 조수석 뒷좌석에, 가해자는 피해자와 노 상사 사이에 앉았다.
성추행은 노 상사와 민간인이 먼저 하차한 뒤 이뤄졌다. 이 중사는 거부 의사를 수차례 밝혔지만 강제적이고 반복적인 성추행이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합수단은 성추행 피해로 인해 이 중사가 "약 3개월간 정신과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부대 복귀 후 이 중사가 차에서 내리자, 장 중사는 이 중사를 쫓아가 "너 신고할 거지, 신고해봐"라고 위협했다. 애초 장 중사는 차량 하차 후 이 중사에게 "신고하지 말아 달라", "없던 일로 해달라"며 사정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이번 조사를 통해 결이 다른 내용이 밝혀진 셈이다.
장 중사는 3월4일에도 이 중사에게 "하루 종일 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장 중사는 지난달 21일 군인 등 강제추행치상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협박 등의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된 상태다.
이 중사 직속 상관들이 이 중사를 회유·협박한 사실도 구체적으로 확인됐다.
조사에 따르면, 이 중사 소속 부서의 상관인 노모 준위와 노 상사는 지속적으로 이 중사와 이 중사의 당시 남자친구(남편)를 회유했다. 두 사람은 신고에 따른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며 협박을 가하는 등 2차 가해를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노 상사는 성추행 피해가 발생한 당일 회식을 주관한 인물이고, 노 준위는 지난해 이 중사의 어깨를 감싸는 방법으로 추행한 전력이 있는 인물로 확인됐다.
그 밖에도 타 부서 소속이던 윤모 준위 역시 지난 2019년 회식자리에서 이 중사에게 팔짱을 끼는 방법으로 강제추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노 준위와 윤 준위는 지난달 30일 군인 등 강제추행 혐의로 각각 구속기소, 불구속기소 됐다. 아울러 노 준위는 노 상사와 함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협박, 면담 강요의 혐의로도 구속기소 됐다.
국방부 검찰단은 이번 중간수사 결과에 따라 현재까지 입건된 인원은 22명이라고 밝혔다. 입건된 인원 중 10명은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단은 이미 보직해임된 6명 외에도 이 중사 원소속 부대이자 성추행·2차 가해가 발생한 20비행단장 등 9명에 대한 보직 해임을 의뢰하기로 했다.
한편 국방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미국 국방부 산하 '성폭력 예방대응국(SAPRO)'을 벤치마킹해 '성폭력 예방 및 대응 전담 조직'을 신설하는 등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최광혁 국방부 검찰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사단급 부대에 설치된 수사조직을 개편해 각 군 참모총장 직속 검찰단을 창설하겠다"며 "군사경찰의 작전기능과 수사기능을 분리하는 한편, 성폭력 전담수사팀을 설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군 당국은 향후 수사 및 재판 결과에 따라 형사 처벌이 이뤄지더라도 징계 등의 행정 처분은 별도로 부과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