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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할 거지? 신고해봐"…사망 女중사가 성추행 뿌리치자 들은 말


입력 2021.07.09 13:07 수정 2021.07.09 13:07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상관의 지속적인 회유·압박 정황

추가 성추행 피해도 확인돼

지난달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 영현실에 성추행 피해 신고 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공군 여성 부사관 고(故) 이모 중사의 영정사진이 놓여 있다(자료사진). ⓒ뉴시스

국방부는 9일 성추행 피해 이후 상관의 회유·협박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여중사 사망사건과 관련해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사건 발생 130일 만이다.


국방부 합동수사단은 8일 피해자가 소속됐던 △제20전투비행단 △제15특수임무비행단 △공군본부 등을 대상으로 한 중간수사 결과를 공개했다.


피해자인 이모 중사는 지난 3월2일 회식자리에 참석한 이후 숙소로 복귀하는 차량에서 함께 탑승했던 장모 중사에게 성추행을 당했다.


회식 이후 차량에 탑승한 최초 인원은 총 5명이었다. 운전석에는 문모 하사, 조수석에는 민간인이 위치했고, 운전석 뒷좌석엔 피해자가 탑승했다. 회식을 주관한 노모 상사는 조수석 뒷좌석에, 가해자는 피해자와 노 상사 사이에 앉았다.


성추행은 노 상사와 민간인이 먼저 하차한 뒤 이뤄졌다. 이 중사는 거부 의사를 수차례 밝혔지만 강제적이고 반복적인 성추행이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합수단은 성추행 피해로 인해 이 중사가 "약 3개월간 정신과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부대 복귀 후 이 중사가 차에서 내리자, 장 중사는 이 중사를 쫓아가 "너 신고할 거지, 신고해봐"라고 위협했다. 애초 장 중사는 차량 하차 후 이 중사에게 "신고하지 말아 달라", "없던 일로 해달라"며 사정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이번 조사를 통해 결이 다른 내용이 밝혀진 셈이다.


장 중사는 3월4일에도 이 중사에게 "하루 종일 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장 중사는 지난달 21일 군인 등 강제추행치상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협박 등의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된 상태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공군 여성 부사관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 사건의 피의자 장모 중사가 지난달 서울 용산구 국방부 보통군사법원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국방부/뉴시스

이 중사 직속 상관들이 이 중사를 회유·협박한 사실도 구체적으로 확인됐다.


조사에 따르면, 이 중사 소속 부서의 상관인 노모 준위와 노 상사는 지속적으로 이 중사와 이 중사의 당시 남자친구(남편)를 회유했다. 두 사람은 신고에 따른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며 협박을 가하는 등 2차 가해를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노 상사는 성추행 피해가 발생한 당일 회식을 주관한 인물이고, 노 준위는 지난해 이 중사의 어깨를 감싸는 방법으로 추행한 전력이 있는 인물로 확인됐다.


그 밖에도 타 부서 소속이던 윤모 준위 역시 지난 2019년 회식자리에서 이 중사에게 팔짱을 끼는 방법으로 강제추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노 준위와 윤 준위는 지난달 30일 군인 등 강제추행 혐의로 각각 구속기소, 불구속기소 됐다. 아울러 노 준위는 노 상사와 함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협박, 면담 강요의 혐의로도 구속기소 됐다.


성추행 피해 부사관 사망 사건 관련 2차 가해 의혹을 받고 있는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소속 노모 준위가 지난달 서울 용산구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에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국방부 검찰단은 이번 중간수사 결과에 따라 현재까지 입건된 인원은 22명이라고 밝혔다. 입건된 인원 중 10명은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단은 이미 보직해임된 6명 외에도 이 중사 원소속 부대이자 성추행·2차 가해가 발생한 20비행단장 등 9명에 대한 보직 해임을 의뢰하기로 했다.


한편 국방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미국 국방부 산하 '성폭력 예방대응국(SAPRO)'을 벤치마킹해 '성폭력 예방 및 대응 전담 조직'을 신설하는 등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최광혁 국방부 검찰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사단급 부대에 설치된 수사조직을 개편해 각 군 참모총장 직속 검찰단을 창설하겠다"며 "군사경찰의 작전기능과 수사기능을 분리하는 한편, 성폭력 전담수사팀을 설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군 당국은 향후 수사 및 재판 결과에 따라 형사 처벌이 이뤄지더라도 징계 등의 행정 처분은 별도로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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