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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 몸 된 중고선"…선복 부족에 해운사 매입 경쟁


입력 2021.07.15 12:23 수정 2021.07.15 12:24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올 상반기 중고선 거래 301척…2017년 규모 2배↑

MSC, 완하이 등 선령·선박 규모 가리지 않고 매입

수급 불안으로 고운임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감 반영

7000TEU급 컨테이너선 ‘HMM 자카르타(Jakarta)호’가 부산 신항 HPNT에서 국내 수출기업들의 화물을 싣고 있다.ⓒHMM

극심한 선복 부족에 글로벌 선사들이 중고선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수요가 몰리자 중고선 가격은 하루가 다르게 뛰고 있다. 비싼 비용을 감안하고도 해운사들이 중고선 매입에 뛰어드는 것은 현재의 고시황 구조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15일 프랑스 해운 시황 분석기관인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거래된 중고선은 301척(102만5000TEU, 20피트 길이의 컨테이너 크기)을 나타냈다. 4년 전인 2017년 상반기(149척, 59만5000TEU)의 두 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2017년 당시는 한진해운 파산 등의 이슈로 중고선이 쏟아져 나오면서 거래가 늘었다면, 올해는 물동량 증가로 화물을 실어나를 배가 부족해지자 선사들이 대규모로 중고선을 사들이며 선대를 확장하는 모습이다.


최근 중고선 매입은 스위스 MSC, 프랑스 CMA CGM, 덴마크 머스크, 독일 하팍로이드, 대만 완하이 등이 주도했다.


MSC는 올해 1~6월간 총 53척, 18만5590TEU 규모의 중고선을 사들였다. 이는 전체 중고선 거래량의 18%를 차지한다.


특히 MSC는 선령(배 나이)이나 선박 사이즈에 구애 받지 않고 척수를 늘리는 데 주력했다. 알파라이너는 "MSC가 구매한 선박은 100TEU에서 7500TEU까지 다양했다"면서 "평균 사이즈는 4068TEU이며 평균 선령은 16년"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글로벌 선사들이 열렬히 중고선 매입 경쟁에 나서면서 선박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중고선가 흐름을 나타내는 중고선지수는 7월 기준 80.96으로 전년 동월 35.20 보다 130.0% 급등했다. 선박을 하루 빌리는 데 소요되는 비용 지수인 용선지수(HRCI) 역시 작년 7월 519에서 올해 7월 3068으로 491.1% 뛰었다.


중고선 판매 가격은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있다. 클락슨에 따르면 5년 된 6600TEU급 중고 컨테이너선 가격은 4월 평균 6300만 달러에서 5월엔 7500만 달러, 6월엔 8500만 달러로 뛰었다. 5년 된 8500TEU의 경우 4월 6500만 달러였던 가격이 6월엔 8600만 달러로 급등했다.


실제 거래된 중고선 가격은 이 보다 훨씬 높다. MSC가 지난 4월 사들인 5년 된 9288TEU급 컨테이너선 가격은 9750만 달러이며, 같은 달 매입한 6년 된 8386TEU급 컨테이너선 가격은 1억100만 달러였다.


지난해 1만3000TEU급 중고선이 평균적으로 9500만 달러에 거래된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급등한 수치다.


CMA CGM의 경우, 지난달 초 14년 된 3586TEU급 컨테이너선을 6000만 달러에 사들였다. 10년 된 3600TEU급 평균 중고선 가격이 6월 기준 4300만 달러로, 평균치 보다 40% 높게 가격을 치른 것이다.


중고선 가격이 유례 없이 치솟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사들이 상당한 비용을 지불해가며 선대를 확충하는 것은 고운임 시황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컨테이너 운임 흐름을 나타내는 SFCI 지수는 이달 둘째주 기준 3932.4p로 9주 연속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미국 서안 운임은 FEU(40피트 길이의 컨테이너 크기)당 5024달러로 2주 연속 올랐고, 동안 운임은 9356달러로 14주 연속 상승했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3분기 북미항로 공급량은 전년 대비 서안 24.5%, 동안 25.1%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나 높은 대기 수요 및 공급망 혼잡으로 고운임 기조는 단기간에 꺾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해양수산개발원(KMI)은 "코로나 변이 확산으로 항만 정체가 염려되는 상황에서 선복 확보를 위한 화주들의 경쟁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상대적으로 장기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중소형 화주는 고운임에 노출돼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일부 선사들은 중고선 외에 신조 경쟁에도 공격적으로 나서며 외형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MSC는 82만760TEU(44척) 규모의 선박을 더 발주한 상태로, 이 선박들이 모두 인도되면 MSC의 선복량은 481만4742TEU로 늘어나게 된다. 세계 1위인 머스크의 현재 선복량(410만6955TEU)을 넘어서는 수치다.


CMA CGM 그룹도 53만1085TEU(42척)을 추가할 계획이며, 에버그린 역시 67만8301TEU(71척)을 발주한 상태다.


HMM도 선대 확충 흐름에 발 맞춰 최근1만3000TEU급 컨테이너선 12척을 새롭게 발주했다.


2024년 상반기까지 인도를 받게 되면 총 선복량은 100만TEU 규모로 늘어나게 된다. HMM이 신조선을 중심으로 선대를 확장하는 방식을 택하면서, 중고선 매입은 현재 뛰어들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선복 확보를 위해 선사들이 신조 발주 뿐 아니라 중고선 경쟁까지 치열하게 나서고 있다"면서 "당분간 고시황 구조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는 모습이지만, 수급 불안이 지속돼 고운임이 지속될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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