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모로 참 뒤숭숭합니다.
도쿄올림픽 야구대표팀의 최종엔트리가 발표된 가운데 KBO리그 전반기 종료 일주일을 앞두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대형사고가 터졌습니다. 코로나19 방역수칙 위반으로 촉발된 사태로 리그도 중단됐습니다. 올림픽 브레이크를 앞두고 있었지만, 그보다 한 주 빠른 리그 중단으로 구단, 관계자, 팬 모두 넋을 잃고 말았습니다.
지난 시즌 전 세계 어떤 리그도 해내지 못한 프로야구 전 경기를 차질 없이 치러 세계의 모든 스포츠팬들의 부러움을 샀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온전히 한 시즌을 무사히 보냈다는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습니다. 단 한 명의 1군 확진자 없이.
올해는 백신 접종이 시작되었기에 조금만 더 버티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 피어오f고 있었죠. 그 무렵 터져 나온 소식이라 더더욱 충격적입니다. 소식을 접하고도 믿을 수 없었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믿기 싫었습니다.
2020시즌에는 무관중으로 보냈지만 올 시즌은 천만다행으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지역에 따라 10%~30%, 조금씩 나아지면서 7월 초 50%까지 입장이 허용됐습니다. 그런데 이게 대체 무슨 일입니까. 물론 누구라도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습니다. 설령 코로나 확진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그것 자체가 범법행위는 아닙니다.
그러나 이번 일은 그 과정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방역수칙을 위반한 채 원정 숙소에 외부인을 불러들여 새벽까지 술을 마셨다는 것은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아슬아슬 살얼음판을 걷듯 우리 모두가 조심 또 조심하고 있는데 선수들은 그게 아니었나 봅니다. 다른 세상에서 살며 경기를 하는 선수들이었나 봅니다.
가장 큰 잘못은 프로야구 선수이기 이전에 대한민국의 평범한 시민임을 망각한 것입니다. 시민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잊은 것입니다. 평범한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우리의 삶을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었습니다. 친구도 만나고, 선후배와 맥주 한잔 기울이면서 인간적인 정을 나누며 웃음 넘치는 따뜻한 자리를 그리워하고 있었습니다.
당장이라도 그렇게 하고 싶었지만 참고 또 참았습니다. 그러한 자리를 만들지 못한 것이 아니라 만들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유는 하나, 우리 모두를 위해서 말입니다. 그런데 일부 선수들은 하고 싶은 대로 했습니다.
또 다른 잘못은 프로야구를 사랑하는 팬들과의 신의를 저버린 것입니다. 야구장에서 큰 소리로 응원도 하고, 소리도 지르고, 어깨동무 하면서 즐겁게 야구 보기를 원했지만 그런 즐거움을 포기하고도 그라운드를 찾았습니다. 그저 야구가 좋아서 말이죠. 그런데 일부 선수들이 스스로 그 판을 뒤엎어 버렸습니다. 팬들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는 듯 말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살면서 실수하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이번 사안은 실수라고 보기에는 너무나도 큰 잘못입니다. “고작 일주일 경기하지 않는 것을 두고 뭐 그리 호들갑이냐”고 말씀 하시는 분들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절대 아닙니다. 야구와 관련된 모든 이들의 생사가 걸려 있기 때문입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먹고 사는 문제가 걸려 있다는 말입니다.
자신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에 대한 배려와 존중을 하지 않았기에 지탄받아 마땅한 일입니다. 그러면서 팬들에게 존중받기를 바란다면 대단히 큰 착각입니다.
필자는 지난 칼럼을 통해서 선수들의 언행과 품격에 관한 이야기를 여러 차례 언급해 왔습니다. 성인군자와 수도자와 같은 삶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프로선수로서의 자질과 품격을 갖추어 달라고 말입니다. “프로페셔널” 이라는 호칭이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입니다.
야구는 절대로 혼자 할 수 있는 운동이 아닙니다. 투수가 아무리 잘 던져도 타자들이 점수를 뽑지 못하면 절대로 이길 수 없는 경기입니다. 타자들이 아무리 많은 점수를 얻었다 하더라도 투수가 더 많은 점수를 내주면 절대 이길 수 없습니다.
동료가 좋은 수비로 도와주지 않으면 투수 혼자 아웃 카운트 27개를 잡아낸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 합니다. 내가 조금 잘못 던져도 그 공을 잘 잡아주는 나의 동료가 있기에. 내가 실책을 범해도 실점하지 않고 삼진으로 이닝을 막아주는 동료가 있기에 승리에 도달할 수 있는 것입니다. 방역도 마찬가지입니다.
팬 없이 야구하는 경험을 지난해 해보지 않았던가요? 인터뷰 때마다 팬들이 함께하는 야구를 하루 빨리 하고 싶다 말하지 않았던가요? 팬들의 함성소리가 그립다 하지 않았던가요? 그 말이 모두 공허한 말이었던가요? 그 말을 진심이라 믿었던 우리 모두가 바보였다는 말입니까?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있기에 있고, 맛있게 먹어주는 소비자가 있기에 요리사도 존재하는 것이지요. 시청자가 계시기에 방송인들이 열심히 제작하는 것이고요. 야구선수들도 팬들도 그 사실을 모두 알고 있습니다.
프로야구 40년 동안 크고 작은 사건, 사고들이 많았으나 이번 일이 프로야구에 닥친 가장 큰 위기라 생각합니다. 특정 개인의 프로야구가 아닙니다. 10개 팀의 구단주는 존재하지만 프로야구는 우리 모두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선수 몇 명의 잘못으로 멈추어서도, 멈출 수도 없습니다.
우리 다시 출발합시다. 지난 40년의 결과물에 취하지 말고, 다가올 40년을 새롭게 준비합시다. 잘잘못은 분명히 따지고, 거기에 따르는 책임은 논란의 당사자가 분명히 져야 합니다. 팬들은 더 이상 호구가 되지 않을 겁니다. 구단이나 KBO의 잘못 모두 알고 있습니다. 어떠한 개선의 노력과 재발방지를 위해 무엇을 하는지 조용히 지켜보겠습니다. 서로 무분별한 비난의 화살은 멈춥시다.
곧 도쿄올림픽이 열립니다. 가까워지기 쉽지 않은 나라 일본에서 열리는 대회이기에 더더욱 좋은 성적이면 좋겠습니다. 2008 베이징올림픽 9전 전승 금메달의 영광을 모두 기억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 평가로는 당시의 전력과 비교하면 조금 약하지만, 우리만의 또 다른 에너지가 있으리라 믿습니다.
설령 금메달을 목에 걸지 못하더라도 “금메달 획득 실패” “금메달 도전 좌절” 이런 표현은 자제했으면 합니다.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땀 흘린 후 그 결과는 진인사대천명 (盡人事待天命). 우리의 마음과 시선을 다시 야구장으로 모아 봅시다. 철저히 반성하고 이제 다시 우리 모두 희망가를 불러 봅시다. 우리 모두는 야구를 엄청나게 사랑하는, 야구 없이는 살 수 없는 “야구중증환자”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