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20만원→2019년 180만원…남성 정규직·여성 계약직
군가산점 폐지됐지만 여전히 남녀 호봉 차이 존재
공무원 승진 순서는 기혼남성, 미혼남성, 기혼여성, 미혼여성 순?
임신과 출산 등에 따라 30대 이상에서 남녀의 임금 격차가 극심해진 지는 오래됐지만 학력이나 경력 등에 큰 차이가 없는 20대 남녀의 임금 격차 또한 커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채용 과정이나 계약 과정에서 남녀 불평등적인 사례가 여전히 존재하고 군 가산점제도가 없어졌음에도 남녀 사이의 호봉 차이로 임금 차이뿐 아니라 승진 시기 또한 달라지고 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국세청에서 받은 '근로소득 100분위 성별·연령대별 통계' 분석 결과, 2009년 20대 남성의 연간 평균임금은 1500만원, 20대 여성은 1480만원으로 20만원의 차이를 보였다. 그러나 2019년 20대 남성의 연간 평균임금은 2340만원, 여성은 2160만원으로 180만원의 차이를 보였다. 10년 사이 20대 남성과 여성의 평균 임금 격차가 20만원에서 180만원으로 늘어난 것이다.
채용 시장에서는 아직도 남성을 노골적으로 선호하는 기업들이 많다. 비슷한 수준의 학벌과 경력을 가지고 있어도 결혼과 출산 공백을 우려해 남성을 선호하는 것이다. 또 여성과 남성이 동등하게 수행할 수 있는 업무임에도 '여성들이 할 수 있겠느냐'는 생각을 하는 기조도 여전하다. 이런 문화는 여성이 고임금 노동시장에서 밀려나게 만들고 결국 남녀의 더 큰 임금 격차로 이어진다.
서울의 한 중견기업을 다니는 여성 A씨는 작년에 대기업 공채 최종 면접에서 떨어졌다. A씨는 "최종 면접을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인 실습 점수에서 1등을 해 당연히 합격을 예상했다"며 "그러나 결과는 탈락이었고 나보다 점수가 낮은 남성 지원자가 최종 합격했다"고 말했다.
A씨는 "물론 다른 부분에서 그가 높은 점수를 받거나 뽑힌 이유가 있을 수도 있다"면서도 "성별에 차이를 보이는 직무가 아닌데 면접 당시 '여자인데 할 수 있겠어요?'라는 질문을 받았기 때문에 여성이어서 떨어진 건 아닌지 곱씹어 봤다"고 토로했다.
금융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여성 B씨는 "회사에서 이유에 대한 설명 없이 여성 직원만 정규직으로 전환해주지 않고 있다"며 "남성 직원들은 6개월이 지나면 정규직으로 전환이 되는 반면, 여성 직원은 계속 이어서 계약 연장만 하고 있다"고 전했다.
B씨는 이어 "회사에서 주를 이루는 일이 전화업무, 서류업무라서 여성이 더 잘할 수 있음에도 정규직이 되지 못하고 있고, 그 사이 남성 직원들은 승진까지 하고 있다"며 "회사가 남성을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밖에는 생각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사기업에 다니는 2년 차 직장인 C씨는 "남녀 호봉 차이가 꽤 크게 나는 탓에 여성 사원은 1년 뒤에 입사한 남자 후배와 동일 임금을 받는 수준"이라며 "남자 동기는 없지만 만약 있었다면 나 또한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을 함에 있어 성별에 따른 능력 차이가 없음에도 군대에 다녀왔다는 이유만으로 왜 남성의 호봉을 더 높게 인정해주는지 의문"이라며 "현재 군 가산점제도는 폐지됐지만 아직도 관행처럼 남아있고 회사 조직문화도 여전히 남성 중심적이기 때문에 임금 격차가 계속 벌어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남성이 여성보다 임금을 많이 받는 현실은 공무원들도 마찬가지다. 군가산점을 없앴지만 군 복무 기간을 인정해주는 호봉제는 공무원 남성과 여성의 호봉 격차를 만든다. 이 호봉의 차이는 임용 당시는 미비해 보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임금 증가 속도의 차이를 만들어낸다.
3년 차 공무원 D씨는 "군필자의 경우 임용 후 선택적으로 군 복무기간만큼 매달 30만원을 내면 기간 만큼의 호봉을 더 쳐준다"며 '물론 선택 사항이지만 호봉이 오르면 승진에도 영향이 크고 연차가 쌓일 때 같은 연차의 여성 동료보다 더 많은 임금을 받게 돼 30만원씩 납부해 호봉을 올렸다"고 말했다.
올해 임용된 행정직 공무원 E씨는 "본인은 1호봉이지만 같이 들어온 남자 동기는 처음부터 3호봉으로 시작한다"며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승진 속도가 기혼 남성, 미혼 남성, 기혼 여성, 미혼 여성 순이라는 말이 있다"고 전했다.
E씨는 "군가산점이 없어졌다고는 하지만 남성이 승진에 더 유리한 환경은 여전하고 남성을 우대한다는 느낌을 씻어버릴 수 없다"며 "성별이 진급에 영향을 준다는 것은 대단히 불합리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