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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풍력으로 100년 먹거리 책임지겠다는 전남지사, 진실은?


입력 2021.09.10 07:01 수정 2021.09.10 15:32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객관적으로 사업성 검토해야 할 공무원

보험사 영업직원처럼 신안풍력 홍보만

전문가 "건설부터 사업성까지 회색 전망"

신안 갯벌이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되면서 해상풍력 사업의 불확실성이 커졌다. 신안 해상풍력은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신안 갯벌(습지보호지역) 인근에 발전사업허가를 받아 추진 중이다. ⓒ신안군

전라남도가 '전남지역 미래 100년을 책임질 먹거리'라는 타이틀을 달고 해상풍력 사업을 추진한다. 세계 최대 규모 8.2GW 신안 해상풍력단지가 침체된 지역 경기를 살려낼 마중물이 될 것이라는 확신 속에서다.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양질의 일자리 12만개를 창출하고 경제적 파급효과 120조원 이상 낼 것"이라고 공언했다. 총사업비가 48조원임을 감안하면 2배 이상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선전이 자칫 전남도민을 현혹할 수 있다고 경계한다. 당장 내년도 예측하기 힘든 게 에너지 산업 및 수급 분야다. 그런데 실증 모델도 아직 개발되지 않은 신안풍력의 10년 뒤 경제적 효과를 예측하는 것은 눈감고 물건을 찾는 것보다 어렵다는 지적이다. 전남도가 제대로 된 타당성조사를 시행했는지도 의문이라는 불신의 눈초리도 많다. 도민의 생활을 책임질 에너지산업을 정치적 수사로 오염시켜서는 안 된다는 비판도 따른다.


신안해상풍력 경제적 파급효과. ⓒ데일리안 유준상 기자 정리
"도민은 경비·청소용역…알짜일자리는 타지역 기술자 몫"

전남도는 신안해상풍력이 12만개 일자리를 창출하고 450개 이상 기업을 유치할 것이라고 홍보했지만 이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크다. 풍력발전은 고도의 기술력과 정밀한 소재, 훈련된 기술인력이 필요한 영역이라 도민들이 직접일자리 혜택을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신안해상풍력은 8MW급 풍력 터빈(발전기 높이 230m, 날개 길이 100m, 날개 회전 범위 205m) 1000개를 서해안 갯벌에 심는 사업이다. 높이가 육삼빌딩(249m)에 견줄 만하다. 풍력전문기업조차 경험이 없는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된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풍력발전 생산에 투입되는 부품 생산 인력은 고도로 훈련되고 전문성을 갖춘 기술자 위주라 도민들에게 직접일자리 기회는 없을 것"이라며 "건설 기간 도민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설비를 운반할 때 교통통제 해주고 경비 또는 청소 용역에 불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준공 이후가 더 문제인데 풍력기 수명 20년 동안 잘 돌아가는지 감시할 인력만 필요하다"며 "아마 도립공원 관리하는 유지보수 이외에 모든 직업군은 휴먼상태에 들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영암·신안·해남은 해상풍력설비 제조단지의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대로만 실행된다면 공장이 생기고 직업이 생겨 인구가 전남지역으로 유입되기 때문에 지역경제 활성화를 기대해볼 수도 있다. 하지만 초대형 제조공장을 유치하려면 기업 입장에서 리스크가 적어야 하는데 신안의 경우 리스크가 산적해 있다는 평가다.


우선 230m 높이 풍력타워 1000기를 신안갯벌에 건설할 수 있을지 자체가 미지수다. 두산중공업에 따르면, 신안갯벌에 세워질 200m짜리 타워는 개발 완료된 모델이 아닌 현재 R&D 중인 모델이다. 리얼플랜트(검증된 계획)가 아닌 실증화 단계에 변수가 많은 페이퍼플랜트(문서상 계획)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다. 또 신안에 들어설 초대형 풍력설비는 1년에 몇백 개씩 만드는 것이 아니며 수십 년에 걸쳐 생산해야 되기 때문에 설비 생산에도 한계가 있다. 도중 정권이 바뀔 시 사업에 제동에 걸릴 만한 요소들이 상당수라는 분석이다.


현재 두산중공업 풍력설비 제조 공장은 경남 창원에 있다. 전남도의 바람대로 두산중공업을 비롯한 휴먼컴퍼지트(블레이드), CS윈드(타워) 등 협력업체들이 영암·신안·해남에 공장을 증설하고 사업을 시작하려면 이같은 사업적 리스크가 만만찮다.


대규모 사업은 그만한 투자도 병행이 돼야 하는데 신안해상풍력이 제대로 된 예비타당성조사를 생략한 만큼 투자 유치를 이끌어낼 수 있는지도 안갯속이다. 사업성 검증이 안 된 사업 추진을 몇몇 제조기업이 지속적으로 감당하기에는 무리수가 많다는 이야기다.


신안해상풍력단지 조감도. ⓒ산업통상자원부
"바람이 안 부는데 세계최대 풍력단지 무슨 소용?…세계최대 보조금 단지 될 수도"

가장 큰 리스크는 신안해상풍력의 사업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데일리안이 전남도에 문의한 결과, 48조원 투자 대비 생산유발효과 93조원, 부가가치유발효과 27조원을 낼 것이라는 전망은 작년 상반기 산업부와 목포대학교와 함께 진행한 전남형 상생일자리 컨설팅 용역 결과다.


이 컨설팅에서는 한국기후변화학회가 2016년 발표한 연구자료 '신재생에너지산업의 경제적 파급효과' 결과를 그대로 적용했다. 이 연구자료는 신재생에너지 민간투자금액 대비 생산유발효과는 2.06배, 부가가치유발효과는 0.6238로 각각 분석했다. 이를 신안해상풍력 사업성에 그대로 적용했다. 풍속, 풍질, 지형, 지반 등 실사를 바탕으로 신안풍력만의 사업성을 전망하기도 힘든 판국에 신재생에너지라는 두루뭉술한 전망을 적용한 것은 탁상공론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신안해상풍력의 사업성을 향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다소 부정적으로 수렴된다. 가장 치명적인 문제는 신안 지역의 풍속이 매우 미흡하다는 점이다. 정부가 발표한 신안의 풍속은 7m/s다. 성원용 서울대 전기공학부 명예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풍력발전기의 제 용량이 나오는 바람의 속도는 11m/s가 보통이다"며 "풍속이 7m/s일 때 제 용량의 25%밖에 발전을 못하니 7m도 안 되는 날은 그냥 날개가 서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추산한 2020년 국산해상풍력의 균등화발전단가(LCOE)는 281.8원/kWh다. 전력판매단가가 110원인데 kWh당 보조금이 170원으로 더 비싼 수준이다. 이와 같은 상황인데 풍속마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풍력사업 안정화를 기대하기 힘들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을 낳는다.


노동석 전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해상풍력은 대규모로 짓고, 이용률 30%, 수명 20년 등 최상의 시나리오를 가정하더라도 향후 230원/kWh 이하로 내려가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며 "또 국내 어느 기업도 신안풍력과 같은 초대형 프로젝트를 건설한 경험이 없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비용으로 인해 공사 시작할 때 예가에 비해 공사 끝나고 정산한 사업비가 훨씬 올라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상풍력 보조금 예산을 확보하려면 원자력을 계속 이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8.2GW 풍력 발전기 30% 이용률로 가동하면 연간 보조금만 2조6000억원으로 추산된다"며 "원자력 발전단가는 60원이라 한전은 50원씩 남긴다. 해상풍력 보조금도 원자력 전기를 팔아야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남도가 좀 더 구체적인 근거와 데이터를 가지고 신안 해상풍력사업이 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전남도청에서 진행됐던 신안풍력 기자회견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전남도 해상풍력 담당 공무원들이 보험회사 영업사업 이상으로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며 "사업성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공무원들이 풍력사업 홍보대사처럼 임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최상의 시나리오로만 진행될 것이라고 가정하지 말고 전문가들의 냉철한 의견을 취합해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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