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허제 해제 35일 만에 번복…강남3구·용산 등 확대 지정
무주택자 ‘내 집 마련’ 문턱 높아질라…시장선 ‘볼멘소리’
“갭투자 줄겠지만 풍선효과 우려…장기적 집값 안정 제한적”
정부와 서울시가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 일대 아파트에 대해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다시 지정했다. 앞서 지난달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 지역의 토허제를 해제한 지 불과 한 달여 만이다.
규제 해제 이후 단기간 급등한 집값을 잠재우고 시장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규제 해제를 번복한 것인데 일관성 없는 정책에 외려 시장의 혼란만 가중시켰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20일 부동산 시장에서는 전날 발표된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에 대해 오락가락한 규제 정책으로 시장을 안정시켜야 할 주체가 오히려 혼란만 야기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들끓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전날인 19일 관계기관 합동 브리핑을 열고 강남3구와 용산구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재지정을 결정했다. 기간은 24일부터 9월 30일까지 약 6개월간 한시적으로 운영된다.
이번 조치는 서울시가 지난달 12일 잠삼대청 일부 단지의 토허제를 해제한 이후 집값이 급등하는 등 이상 기류가 감지되면서다. 기준금리 인하와 대출 규제 완화 등이 시기적으로 맞물리면서 그동안 억눌렸던 매수심리가 살아난 것도 영향을 미친다.
정부와 서울시는 시장 이상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규제지역이 아니던 서초구와 용산구까지 묶어 토허제를 폭넓게 지정한 것이다.
사실상 정책의 번복이자 백기로 단기간에 냉온탕을 오가는 정책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각종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선 “정책을 이랬다가 저랬다가 장난치듯 하니 내 집 마련을 포기해야 하나 싶다”며 “한 달 만에 잠실 국평(국민평형) 4억을 띄우더니 집값 다 오르고 나니 규제하냐”, “24일 전에 막차 타야 한다”, “매번 소 잃고 외양간 고치고 집값은 올릴 대로 다 올리는 무능한 정부”라는 비판적 반응이 줄을 이었다.
갭 투자 움직임은 줄어들겠지만 규제 해제에 따른 효과가 제대로 발현되기 이전에 다시 규제를 적용한 것은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을 더 어렵게 만드는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부가 기대하는 수준의 집값 급등을 진정시키는 효과를 거두기도 한계가 있단 견해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수석은 “토허제가 시행되면 직접적으로 거래 위축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다만 24일 체결된 신규 매매 계약분부터 적용된단 점에서 단기간 내 해당 지역 거래량 급증 가능성도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책 발표 전 막판 거래가 급증하면 시장 변동성은 더욱 커질 테고, 결과적으로 실수요자의 서울 내 집 마련이 더 힘들어지는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며 “규제 해제 이후 갭투자를 비롯한 투자 수요가 단기간 집중되며 가격 급등 현상이 나타난 것은 규제 해제 이후 시장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반응인데 곧장 다시 규제하는 전 시장 자율 조정 기능을 고려할 때 아쉽다”고 덧붙였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이번 조치로 시장의 일부 변동은 있겠지만 효과는 국지적일 가능성이 크다”며 “토허제 적용·해제 지역과 인접 지역을 중심으로 영향을 미칠 뿐 서울 25개구 전체의 가격 흐름을 바꾸는 수준이 되긴 힘들다”고 진단했다.
공급부족이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거래 억제책만으로는 의도했던 정책 효과를 거둘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유시장 원리에 따라 움직여야 하는 주택 시장을 거래 억제책만으로 관리하려는 것은 한계가 분명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오는 7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규제 시행을 앞두고 있는 데다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에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더해진 상황에서 부동산 정책이 단기적 시장 반응에 따라 풀었다 조였다를 반복하는 탓에 시장 혼란만 야기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평균 거래량과 가격이 조정될 가능성은 있지만 구축이나 나홀로 아파트처럼 실질적 영향이 적은 곳까지 규제가 확대되면서 불필요한 재산권 침해 논란이 생길 수 있다”며 “이미 신고가를 기록한 단지들의 가격은 크게 조정되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고 분석했다.
그는 토허제 해제가 잠재돼 있던 매수 심리를 자극해 거래 활성화의 트리거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시장 불안의 주범으로 보긴 어렵다면서 6개월 뒤 이뤄질 재지정 여부는 보다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은 “전국적으로 주택가격 하락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극히 소수 일부 지역의 가격 상승을 이유로 서둘러 규제한 것은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 있다”며 “6개월 후 재지정 여부는 공급 정책 진행 상황에 따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