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시장금리 즉각 반영 어려워"
보험사 예정이율이 1년 가까이 제자리걸음을 지속하고 있다. 최근 기준금리가 상승하는 흐름을 나타내고 있음에도 시장금리를 즉각 반영하기 어렵다는 업계 분위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보험료 책정 기준으로 활용되는 예정 이율이 움직이지 않은 만큼 추가적인 보험료 인하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보고 있다.
22일 생명보험협회와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한화·교보생명 등 국내 3대 생명보험사의 이번 달 기준 종신보험 등 보장성보험의 공시이율은 2.0∼2.20%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와 비슷한 수준이거나 낮아진 수치다. 공시이율은 가입자가 낸 보험료 가운데 적립되는 보험료에 적용되는 이자율을 의미한다. 가입자가 낸 보험료에서 사업·운영비를 제외하고, 남은 보험료를 기준으로 계산한 이자율이다.
이번 달 삼성생명의 보장성보험 공시이율은 1년 전과 같았다.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은 각각 0.05%p씩만 인하했다. 신한라이프와 푸르덴셜생명도 1년 전 같은 기간 대비 각각 0.7%p, 0.3%p 내린 공시이율을 기록했다. 공시이율뿐 아니라 보험료를 결정하는 이자율인 예정이율도 지속 인하되는 흐름을 보였다. 예정이율은 보험가입자에게 약정된 보험금을 지급하기 위해 매달 부과해야 할 보험료를 산출하는 데 필요한 이자율(할인율)을 뜻한다.
예정이율이 낮아지면 똑같은 보험금을 타기 위해 매달 부담해야 할 보험료가 인상되는 효과가 나타난다. 통상 예정이율을 0.25%p 내리면 보험료는 상품에 따라 7∼13% 인상된다. 실제로 생명보험사는 지난해 '저금리 기조'를 이유로 예정이율 인하를 단행하며 보험료를 인상했다. 올해에도 주요 생보사는 연초부터 4월 사이에 예정이율을 하향 조정하면서 보험료 인상 요인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예정이율을 2%로 내려 보험료를 올렸다. 한화생명은 지난해에만 두 차례 예정이율을 인하해 2.0%로 낮췄다. NH농협생명, 동양생명, ABL생명 등도 1∼4월에 예정이율을 내려 보험료를 올렸다.
보험업계에선 공시이율의 인하와 보험료 인상 모두 저금리 기조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선택이란 입장이다. 보험사는 계약자의 보험료를 채권 등 장기 금융상품에 투자해 올린 수익으로 보험금을 지급한다. 시장금리가 보험사 공시이율과 예정이율에 큰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문제는 지난해 3분기부터 시장금리가 오름세로 돌아섰다는 점이다. 특히 보험사가 많이 투자하는 장기 채권의 시장금리 가운데 국고채 10년물의 금리는 지난해 7월 1.360%에서 올해 10월 2.399%로 상승했다. 국고채 30년물의 금리도 같은 기간 1.558%에서 2.311%로 뛰었다.
아울러 시장금리가 추가 상승될 분위기를 나타내고 있음에도 보험사가 예정이율을 올릴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예정이율은 장기적인 금리 추세 등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시장금리가 올랐다고 해서 곧바로 조정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다만 금리 상승 속도에 따라 공시이율은 앞으로 조금씩 상향 조정될 수 있다는 게 보험업계 측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