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조치 강화로 온라인 쇼핑 의존도↑
택배 멈추면 자영업자, 이커머스 기업 등 모두 피해
소비자 상품 볼모로 한 파업, 여론은 ‘택배의 배신’으로 불러
이웃들 간의 관계가 소원해지는 요즘 하루에도 몇 번씩 마주치는 얼굴이 있다.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또는 집 앞에서, 오매불망 기다리던 선물을 가져다주는 택배기사다.
온라인 쇼핑이 급성장하면서 택배산업도 눈덩이처럼 빠르게 덩치를 불렸지만 실상 속을 들여다보면 건강한 성장은 아니다.
설, 추석 등 명절과 연말연시 등 물량이 급증하는 시기가 되면 어김없이 들려오는 파업 소식 때문이다.
시장이 급격하게 커진 탓에 택배기사들에 대한 처우나 근무환경이 현재 눈높이에 비해 뒤쳐진 탓도 있지만, 수년간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파업에 대한 부정 여론이 더 커지는 상황이다.
특히 상품을 볼모로 한 성수기 파업은 택배를 이용하는 소비자를 호갱으로 만든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모바일 장보기가 생활이 된 요즘 채소, 육류 같은 신선식품은 파업의 직접적인 희생양이 된다.
최근 정부의 방역조치 강화로 온라인 주문 의존도가 더 커진 만큼 소비자들은 다른 대안을 찾기도 힘든 시기다.
코로나19로 악화된 상황을 이용해 소비자 피해를 강요하고 이를 통해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려는 노조의 행태에 대해 비겁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반 소비자는 물론 택배로 식재료를 공급받는 자영업자를 비롯해 이커머스기업들도 파업 때마다 몸살을 앓는다. 빠른 배송이 차별 포인트로 통하는 요즘 택배파업은 이커머스기업들의 경쟁력도 무력화시킨다.
파업 때마다 택배산업에 함께 몸담고 있는 비노조 소속 택배기사들과 지역 대리점들도 피해를 보기는 마찬가지다. 개인사업자 신분인 이들은 배송 물량에 따라 수익이 결정된다.
특정 기업의 파업으로 화주가 줄어들면 결국 그 기업에 속한 택배기사 모두의 수익이 줄어드는 구조다. 10% 노조 소속 택배기사가 성실하게 일하는 90%의 동료까지 제살 깎아먹기의 함정에 빠트리는 셈이다.
업계 1위인 CJ대한통운 노조의 총파업은 올해만 4번째다. 지역 대리점과의 마찰로 부분 파업을 벌인 것을 감안하면 두 달에 한 번 꼴로 파업을 했다.
택배시장은 택배기사를 비롯한 산업 구성원들의 노력은 물론 소비자들이 함께 키운 시장이다. 우리나라 국민 1명이 1년간 이용하는 택배 회수는 60건이 넘는다. 그래서 소비자들은 반복된 파업을 두고 택배의 배신이라고도 부른다.
택배노조의 파업이 지지를 얻으려면 여론이 공감해야 한다. 현재로서는 노조가 주장하는 당위성에 대해 의문만 높아지고 있다. 소비자 상품을 인질로 삼아 원하는 바를 이루려는 이익단체로 비춰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