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 반발 '원인'될 가능성
권력 증명하는 '결과'일 수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앙통제 강화 정책을 잇따라 도입한 가운데 파급효과를 두고 각기 다른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이권을 보장받아온 엘리트 집단 반발의 '원인'이 돼 김 위원장 리더십을 흔들 수 있다는 평가와 독보적 김 위원장 위상을 증명하는 '사례'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맞서는 분위기다.
김병연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장은 지난 10일 연구원과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 한국학연구소가 공동 주최한 웨비나에서 집권 초 '실용적 사회주의' 정책을 운용해온 김 위원장이 '전통적 사회주의'로 회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장화 등을 통해 경제 활성화 효과를 누려온 김 위원장이 북미협상 결렬 이후 지속적으로 중앙통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 노선을 수정해왔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김병연 원장은 장기화된 대북제재와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국경봉쇄 여파 등으로 평범한 북한 주민은 물론 엘리트 집단까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김 위원장의 지속적인 중앙통제 강화 정책이 내부 저항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도 강화되는 중앙통제 기조로 인해 김 위원장과 엘리트 집단 간 '허니문 관계'에 금이 갈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집권 초 시장화 조치 등을 통해 엘리트 집단과 사실상 이익을 공유하며 꾸려온 '공동 운명체'가 와해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해 제8차 당대회를 계기로 자력갱생·자급자족 노선을 확립한 뒤 특수경제 철폐 의지를 거듭 밝혀왔다. 특수경제란 북한 당국이 관할하는 영역 외에 군부 등이 별도 체계를 구축해 이윤을 취하는 것을 뜻한다.
같은 맥락에서 북한은 지난달 30일 개최된 최고인민회의에서 무역법을 개정하며 "무역사업에 대한 중앙집권적, 통일적 지도와 통제를 더욱 강화하기 위한 조항들이 보충됐다"고 밝힌 바 있다.
차 수석연구위원은 조만간 북한 사회의 '허리' 역할을 하게 될 청년세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평가도 내놨다.
그는 북한 2030세대가 당국이 운영하는 탁아소가 아닌 가정에서 양육된 '새로운 세대'라며 청년들의 체제 충성도가 이전 세대들과 다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무조건적 억압이 통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북한 지도부가 최근 비사회주의·반사회주의 척결, 청년 사상사업 등에 유독 공들이는 것 역시 관련 우려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북한의 지속적인 중앙통제 강화 기조가 김 위원장 리더십 강화를 대변한다는 견해도 나온다.
이정철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김 위원장이 펜데믹 위기를 통제 강화의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며 "과거 군이 가져가던 많은 자산을 (김 위원장이 중심이 되는) 당이 사실상 가져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위기 상황을 활용해 권력 자원을 최대한 독점화하는 재분배의 결과가 김 위원장의 중요한 정치적 자산이 되고 있다"면서도 통제 강화 기조의 종착지가 전통적 사회주의로의 회귀일지 또 다른 형태의 국가 주도 시장이 될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북측이 코로나19 위기를 북중관계 강화로 극복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도 김 위원장의 독보적 위상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북측이 위기 상황을 통해 북중관계를 완벽하게 회복시키는 전략을 구사했던 것 같다"며 "북한이 최근 중국 지원을 다시 받고 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하루에 기차 20량, 총 1000량을 중국이 지원하기로 했다. 50일 동안 매일 중국에서 북한으로 물자가 들어가는 것이다. 사실상 올림픽 기간에 북한을 관리하는 중국의 대북지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 당국이 수입 물량을 완벽히 통제해 국내 경제를 통제하는 방식으로 활용하는 것 아닌가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