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尹회동 후 2차 추경안 마련 속도
국힘 "지출 구조조정으로 재원 마련"
민주당 "재원 위한 국채발행은 필수"
전문가 "구조조정 우선, 국채 글쎄"
여야가 50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을 위한 재원 마련 방안에서 이견을 드러내고 있다. 국민의힘은 강력한 지출 구조조정으로 충분히 재원을 만들 수 있단 입장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구조조정에 국채발행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가재정과 실물경제 악화 부담이 있는 만큼 채권 발행 대신 지출 구조조정을 우선해 필요한 만큼만 추경을 집행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석열 당선인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코로나19 피해 지원을 위한 50조원 규모 추경 편성을 위해 기획재정부와 구체적인 실무협의를 진행 중이다. 50조원 규모 추경은 윤석열 당선인의 대표 공약이었다. 당선 이후에도 지속 추경을 강조해왔지만, 정부와의 갈등으로 논의가 뒤로 미뤄진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난 28일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 간 회동이 이뤄지며 분위기가 돌변했다. 두 사람은 회동 자리에서 2차 추경의 필요성에 대한 뜻을 확인하고, 자세한 사항은 실무 협의를 통해 풀어가기로 합의했다. 이에 인수위는 즉각 추경안 마련에 돌입한 것이다.
인수위와 국민의힘은 추경 재원 마련의 최우선 방법으론 지출 구조조정을 주장했다. 우선 국민의힘은 총세출에서 총세입을 뺀 18조원 규모 세계잉여금을 재원으로 삼겠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세출 구조조정과 기금 등을 활용하면 재원 마련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기존 세출 구조조정을 전제로 추경 예산을 편성해야한다"며 "정부는 스스로 자신의 살림을 최소화해서 지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고 민간 부분에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옳지 않다. 불필요한 재정이 여전히 많다는게 확고한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도 회동 결과에 즉각 반응했다. 앞서 민주당은 대선과정에서 50조원 이상을 지원하겠단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의 계획에 동조한 바 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날 열린 첫 원내대책회의에서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간 회동을 언급하며 "민주당은 국민 시름을 덜어낼 준비가 돼 있다"고 피력했다.
다만 재원마련 방안에선 국민의힘과 이견을 드러냈다. 민주당이 주장하고 있는 건 국채발행을 통한 재원 조달이다.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초과 세수로 발생한 일반회계 세계잉여금의 실제 가용재원이 3조4000억원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어서다.
아울러 인수위가 삭감을 주장하는 한국판뉴딜 예산 33조7000억원도 중에서도 사회간접자본(SOC)투자와 디지털뉴딜에 투입될 9조원, 휴먼뉴딜에 필요한 11조4000억원을 제외하면 충분한 재원 마련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윤 당선인과 국민의힘 태도와 입장을 보면 2차 추경에 대한 계획과 방안이 마련돼 있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며 "정말 추경 추진 의지가 있다면 구체적 지출 구조조정 방안을 빨리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재원 상당 부분을 국채발행이나 2차 추경 규모를 30조원대로 축소할 수도 있단 의견이 나온다. 올해 본예산 607조7000억원 중 의무지출과 경직적 지출을 제외하면 확보 가능한 재원은 10조원 안팎에 그칠 것이란 분석 때문이다.
아울러 지난 2월 집행된 1차 추경 규모가 16조9000억원인 것을 고려해 2차 추경을 30조원대로 줄여도, 총 50조원 지원이라는 공약을 지키게 되는 셈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국민의힘이 추경 규모를 30조원대로 잡으면 민주당이나 현 정부와의 협의가 보다 원만하게 진행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원일희 부대변인은 전날 "피해손실액 규모 추산이 정해지고 나면 먼저 적용하려 하는 지출구조조정 등 방안을 시행한 다음에 불가피하면 국채 발행을 하려고 한다"고 설명한 점도 피해손실규모 추산과 지출 구조조정를 동시에 진행한 뒤 추경 규모를 조정하기 위한 밑그림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도 국채 발행을 통한 재원 마련은 피해야 한단 입장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채권 발행으로 국가부채가 늘면 채권금리가 오르고 금리가 상승하는데 이는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공공부문 부채 등을 포함하면 국가채무비율이 이미 심각한 수준인 만큼 재정 확대 속도를 조절하며 손실보상에 나서야 한다"고 설명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채를 발행하면 이미 확대된 재정에 부담을 주고 인플레이션 압력까지 높일 수 있어 금리인상과 금융시장 불안을 자극할 수 있다"며 "우선순위에서 밀린 사업의 지출 구조조정으로 재원을 마련하고, 산정된 손실액 규모에 맞게 추경을 조정하는 방식이 맞아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