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낯으로 성폭력예방 지휘하나"
여가부 "피해자 의사 반영된 조치"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28일 여성가족부 내부에서 성희롱 사건이 은폐됐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여가부는 도대체 무슨 낯으로 다른 기관에 여성 보호와 성폭력 예방을 지휘할 수 있겠나"라고 비판했다.
하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가부로부터 제출받은 '공무원 성비위사건 자체조사 결과보고'를 발표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여가부는 '가해자 A씨는 피해자 B씨를 강제로 포옹하고 성적 불쾌감을 주는 성희롱을 했다'고 명시했지만, A씨에게 경징계인 '견책(시말서 제출)'을 처분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가부와 하 의원은 행위·일시·장소 등 구체적인 조사 내용은 피해자 보호 등의 이유로 밝히지 않았다. 다만, 하 의원은 이같은 여가부의 자체 조사가 '여성가족부 성희롱·성폭력 예방지침'의 공식 조사 절차를 따르지 않은 비공식 조사라고 지적했다.
하 의원은 "여가부는 사건의 은폐·축소를 막기 위해 성폭력 예방지침을 마련하고 모든 기관에 준수토록 하고 있는데 정작 자신은 그 권고를 어겼다"며 "지침에 따르면 내부 성폭력 사건은 민간 외부전문가를 포함하는 독립적인 조사·심의위원회에서 처리하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문제를 지적하자 여가부는 '피해자가 조사 중지를 요청했기 때문에 지침대로 할 수 없었다'고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며 "하지만 근거자료는 제시하지 못했다. 기록물이나 녹취 등 명시적 동의서를 남겨야 하는데 여가부가 공식 절차를 패싱한 것"이라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의 요청 때문에 지침대로 조사하지 못했다는 해명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지침에 따르면 피해자의 요청에 조사를 중지해야 하는데 '별도 비공식 조사'를 한 것은 사건 은폐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 의원은 피해자인 B씨가 A씨의 경징계 이후 퇴사한 점, A씨가 성폭력 방지 부서에 배치됐다가 통상 3년의 필수보직기간을 어기고 다른 부서에 재배치된 뒤 올해 승진까지 한 점 등을 들며 은폐 의혹을 제기했다. 마지막으로 하 의원은 "여가부 공식 사이트의 '성폭력 방지 캠페인 영상'에 A 씨가 출연하는 등 여가부가 2차 피해를 방지하지도 못했다"고 비판하며 게시 중단을 요구했다.
현재 여가부는 이에 대해 피해자 의사에 따라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여가부 관계자는 "당초 제3자의 제보에 의해 최초 인지했고 피해자가 성희롱 고충심의위원회 회부를 원치 않음에 따라 자체감사를 통해 처리됐다"며 "피해자 의견을 반영해 조속히 행위자와 분리 조치하고 외부 전문가 자문을 얻어 조사를 완료, 징계의결을 요구했고 징계위원회에서 징계처분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