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입 닫은 ‘유퀴즈’, 그리고 유재석 향한 책임론 [박정선의 엔터리셋]


입력 2022.05.01 08:00 수정 2022.05.01 22:58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제작진 "우리 꽃밭을 짓밟거나 함부러 꺾지 말아달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달 20일 tvN 예능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록’(이하 ‘유퀴즈’)에 출연한 이후 편파 출연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부겸 총리, 이재명 지사 측의 출연 제의는 거절한 ‘유퀴즈’가 윤석열 당선인을 출연시키면서다. 심지어 이 논란은 진행자인 유재석에게까지 책임론이 전가되고 있다.


ⓒtvN

현근택 더불어민주당 전 선대위 대변인은 지난달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유재석 소속사 안테나가 악성 게시글에 합의 없는 법적 조처를 하겠다는 소식을 언급하며 “악성 댓글에 법적조치를 취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국민 MC로 존경을 받는 분이라면, 그 이전에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것에 답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썼다.


“제작진으로부터 유재석이 (정치인 출연에) 상당히 부담감을 느낀다는 답변을 받았고, 우리도 더는 제안을 진행하지 않았다”라는 김부겸 총리실 관계자의 말, “프로그램 진행자(유재석)가 본인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에 정치인 출연을 극도로 조심스러워한다며 거절했다”라는 이재명 전 지사 비서관의 말을 근거로 “거절 이유로 ‘진행자가 싫어한다’는 것을 제시한 것은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하면서 유재석의 책임론을 꺼내들었다.


물론 유재석이 모든 책임에서 자유롭다고 보긴 어렵다. 91년 데뷔, 32년차 방송인 유재석이 가진 영향력은 결코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출연자 섭외에 대한 입장을 유재석에게 요구할 수 있다는 건 아니다. ‘유퀴즈’ 출연자를 결정하는 건 유재석의 결정이 아니다. 충분히 그가 의견을 피력할 수는 있겠지만 최종 결정을 하는 건 PD와 CJ ENM 제작진의 역할이다.


그럼에도 유재석이 편파 출연 논란에 대한 책임론을 어깨에 짊어지게 된 것은 제작진의 미온적인 대응이 화근이 됐다고 볼 수 있다. 출연 전부터 불거졌던 논란이 방송 이후 더 뜨거워졌음에도 제작진은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지난달 27일 방송 말미 ‘나의 제작일지’라는 제목으로 제작진의 입장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긴 했지만 오히려 대중의 화만 키웠다.


그 내용엔 사과나 반성 보단, 하소연과 같은 내용이 담기면서다. “뜻하지 않은 결과를 맞했을 때 고뇌하고 설창하고 아파했다”던 제작진은 이번 논란에 ‘침묵’을 택했고,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되겠지. 훗날의 나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쓴 일기장”이라며 ‘시간’에 논란을 맡겼다.


진짜 훗날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 또 그들의 말대로 “어느 소박한 집 마당에 가꿔놓은 작은 꽃밭”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이 프로그램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침묵보단 대중들이 의심을 품고 있는 논란에 대한 합리적인 답변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이번 문제 제기가, 결코 그들의 ‘꽃밭’을 짓밟고자 함은 아니다. ‘꽃밭’을 만든 건 제작진이지만, 그것이 유지 시킬 수 있었던 건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들의 애정이 바탕이 됐다. 애정을 쏟아왔던 프로그램이 무너지는 걸 시청자들이라고 반가워할 리 없다. 풍파에 맞서지 못하고, 스스로 꽃밭을 짓밟고 있는 건 누구인지 먼저 생각해 봐야 할 때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