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년만에 미군기지 개방…19일까지 시범 운영
방문자 확인 및 검문 등 입장까지 '우왕좌왕'
국토부, 자체 정화 거쳐 9월 임시개방으로 확대
"토지가 오염됐다, 독성물질 때문에 건강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얘기가 계속 들리던데 막상 와보니 크게 걱정되진 않는데요. 사실 미군들이 계속 주둔하면서 먹고 자고 다 살던 곳이잖아요."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인근 용산공원 시범 개방 첫날 방문한 한 60대 부부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정부는 이날부터 오는 19일까지 열흘 동안 일반 시민들에게 용산공원을 시범 개방한다.
개방되는 공원부지는 대통령실 남측부터 국립중앙박물관 북측 스포츠필드까지 직선거리 1.1km 정도 구간이다. 주한미군 사우스포스 기지가 있던 곳으로 일반 국민에게는 처음 공개된다. 주한미군이 현재까지 반환한 용산기지 부지의 약 16%에 해당하는 10만㎡ 규모다.
서울지하철 4호선 신용산역 인근 14번 게이트부터 이촌역까지 이어지는 구간으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주한미군 가족과 학생들이 숙소나 학교 등으로 사용했다.
1950년대 옛 미국식 주택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어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대통령 집무실이 바로 보이는 바람정원에선 관람객들의 소원을 적은 수십 개의 바람개비가 바람에 돌아가고 있었다.
공원부지 일부에서 다이옥신과 비소 등 유해물질이 검출되면서 졸속개방이란 비판이 잇따르고 있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일제강점 이후 120년 가까이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됐던 만큼 기대감이 더 크게 작용한 듯 보였다.
경기도 이천에서 방문한 한 관람객은 "공원 한 바퀴 산책한다고 온 몸이 유해물질 범벅이 된다면 정부에서 이렇게 시범으로라도 개방했겠냐"며 "부지를 모두 돌려받아 제대로 조성하고 완전히 개방했다면 더 좋았겠구나 싶다"고 말했다.
용산 인근 거주 중인 또 다른 관람객은 "아이가 어릴 때 미8군에서 영어를 배웠다. 오며 가며 보기만 했지 이렇게 직접 들어와 본 건 처음이어서 기분이 묘하다"며 토양 오염 논란과 관련해선 "별생각 없다"고 답했다.
국토교통부는 이번에 개방되는 부지는 인체 위해도가 크지 않다며 논란을 일축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시범개방 행사에 참석해 "위험할 수 있는 구역에 대해선 정밀하게 검사하며 단계적으로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라며 "미군들이, 아이들이 뛰어놀던 이 공간 자체가 위험할 거다, 우리 발밑에 위험 물질이 쌓여있다, 이건 과장된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다만 시범개방에 앞서 준비가 미흡하단 지적이 적지 않았다. 방문자 등록을 위해 마련된 부스에는 사람들이 어지럽게 줄을 서 있었고, 인터넷 예약 및 QR코드 이용이 미숙한 노인들의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한 70대 관람객은 "예약까지는 자식들 도움을 받아서 했는데 어디로 가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무래도 젊은 사람보다 익숙하지 않은데 안내해주는 직원이 몇 없더라"라며 "주차할 데도 없어서 비싸게 주차비를 내고 다른 건물에 대고 걸어왔다. 너무 체계가 없는 것 같아 아쉽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 김복환 국토부 용산공원조성추진기획단장은 "출입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안에 대해 대통령경호처와 논의해 보겠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이번 시범개방 이후 자체 위해성 저감 조치 등을 거쳐 9월께 더 넓은 면적을 임시개방할 계획이다.
용산공원 부지에 대한 본격적인 토지정화 작업은 향후 미군으로부터 부지를 완전히 돌려받은 후 진행된다. 정화 작업은 공원 전체를 폐쇄하지 않고 정화 구간을 나눠 단계적으로 순차 정화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