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증인’ 이어 ‘변호사 우영우’에서도 자폐 스펙트럼 이야기 담아
따뜻한 전개·메시지로 호평
<편집자 주> 작가의 작품관, 세계관을 이해하면 드라마를 더욱 풍성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작가들은 매 작품에서 장르와 메시지, 이를 풀어가는 전개 방식 등 비슷한 색깔로 익숙함을 주기도 하지만, 적절한 변주를 통해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또 의외의 변신으로 놀라움을 선사합니다. 현재 방영 중인 작품들의 작가 필모그래피를 파헤치며 더욱 깊은 이해를 도와드리겠습니다.
지난 2019년 영화 ‘증인’으로 관객들에게 따뜻한 감동을 선사했던 문지원 작가가 ENA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오랜만에 돌아왔다.
전작인 ‘증인’에서 문 작가는 살인 용의자의 변호를 맡게 된 변호사가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인 자폐아 소녀를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로 호평을 받았었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 마음을 열고 가까워지는 과정을 뭉클하게 그려내며 여운을 남겼던 것. 253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데뷔작부터 탄탄한 내공을 보여줬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통해 드라마에 첫 도전장을 내밀었다.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신입 변호사 우영우(박은빈 분)의 대형 로펌 생존기를 다룬 드라마로, 넷플릭스에서도 동시 공개되고 있다. 첫 방송 당시 0.9%의 시청률로 시작한 이 드라마는 2회에서는 1.8%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보였다. TV 화제성 드라마 부문 순위 1위, 한국 넷플릭스 1위를 차지하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 자폐 소녀→자폐 변호사, 문 작가의 세계관 확장
영화 ‘증인’은 기본적으로 법정 영화의 성격을 띤다. 변호사 순호(정우성 분)가 목격자 지우(김향기 분)와 함께 살인 용의자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이 흥미진진하게 그려지며 이 과정에서 의외의 반전으로 보는 이들을 놀라게 하기도 한다.
그러나 ‘증인’은 흥미진진한 사건 전개가 아닌, 순호와 지우가 어떻게 마음의 문을 열고 진정한 소통을 이뤄내는지에 방점이 찍혀 있다. 지우가 필요해 그에게 접근한 순호가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진심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것처럼, 관객 역시도 점차 지우에 대한 편견을 지우면서 이야기에 깊게 빠져들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순호가 지우에게 의도치 않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지우의 증언을 관철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기도 하지만 두 사람이 차근차근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뭉클한 감동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는 목격자였던 자폐 소녀가 변호사가 돼 등장한다. 물론 세계관을 직접적으로 공유하는 작품은 아니다. 다만 목격자가 되기 위해 애쓰던 지우에서 이제는 변호사가 되기 위해 분투하는 영우의 이야기로 확장을 시도하면서 이번에는 또 어떤 감동으로 뭉클함을 선사할지 기대를 하게 된다.
제작발표회 당시 유인식 감독은 “영화 ‘증인’에서 지우가 엄마에게 ‘나는 변호사는 되지 못할 거야 자폐가 있으니까. 하지만 증인은 될 수 있을 거야’라고 대사를 한다. 그 대사를 쓴 작가님이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변호사 이야기를 썼다. 이 드라마가 최선을 다해서 마련한 대답이다. 그 대답이 가치 있는 이야기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었다. 물론 드라마이기에 가능한 이야기일 수 있으나, 변호사가 된 우영우가 이 판타지를 통해 현실에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게 될지 궁금해진다.
◆ 힐링·인생 드라마 탄생, ‘착한’ 전개의 힘
‘증인’은 개봉 당시 오랜만에 극장가에 등장한 ‘따뜻한 영화’로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었었다. ‘증인’에서도 자폐 소녀 지우를 향한 어떤 편견의 시선이 있는지, 이것을 극복하는 것이 얼마나 답답하고 힘든 일인지 설명하는 과정에서 분노가 유발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늘 솔직하고 꾸밈없는 지우와 그의 곁을 지키는 주변인들의 배려가 어우러져, 갖은 위기에도 따뜻함을 잃지 않을 수 있게 한다.
2회까지 방송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역시도 심각한 갈등보다는 우영우의 성장과 기꺼이 그를 돕는 가족, 친구, 동료들의 따뜻한 시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처음에는 영우의 능력에 의심의 시선을 보내던 상사도 흔쾌히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가 하면, 영우를 라이벌로 대하며 편견 없는 시선을 보내는 동료까지. 착한 사람들의 무해한 활약에 보는 이들도 자연스럽게 마음이 편안해지곤 한다. 이에 2회 만에 ‘힐링 드라마, 인생 드라마의 탄생’이라는 호평들이 쏟아지고 있다.
우영우가 신입 변호사에서 능숙한 변호사로 거듭나기까지 난관들은 있겠지만, 그와 주변인들이 그 위기들을 어떻게 함께 헤쳐나가게 될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