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예능이 대세…당시 운동이 관심을 받기도. 핫한 소재들을 접목시켜보고자 했다.”
“다양한 콘텐츠는 물론, 출연자들도 좀 더 폭넓게 접촉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편집자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이 확대되고, 콘텐츠들이 쏟아지면서 TV 플랫폼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습니다. 창작자들도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어 즐겁지만, 또 다른 길을 개척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주기 위해 고군분투 중인 PD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이혜옥 PD가 ENA 디지털 콘텐츠 채널 덤덤 스튜디오에서 연애 예능 ‘H클럽’을 통해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24시간만 오픈하는 헬스장을 배경으로, 8인의 ‘건강한’ H클러버들이 운동도 하고 썸도 타는 연애 서바이벌 프로그램. 연애와 운동이라는 젊은 층의 관심사를 한 번에 담아내면서 ‘신선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H클럽’의 기획 및 론칭을 담당한 이 PD의 기획 의도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았다. 연애 프로그램들이 쏟아지며 시청자들의 호응을 받던 시기, 당시 젊은 층의 또 다른 관심사 중 하나가 ‘운동’이었고, 이에 이 PD는 ‘두 소재를 합치면 어떨까?’라는 다소 가벼운 생각에서 프로그램을 시작했던 것.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조합이지만, 의외의 시너지를 내며 색다른 재미를 만들어내고 있다.
“연애 예능이 대세인 상황에서 나도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전 남친과의 만남부터 이혼한 부부들의 재회까지 다양한 콘셉트들이 나왔었다. ‘신선한 거 뭐 없을까?’라고 생각하던 중, 당시 또 핫한 소재가 헬스였다. 코로나19 상황을 거치면서 운동에 관심을 가지는 이들이 많았던 거다. 핫한 소재들을 접목시켜보고자 했다.”
섭외를 비롯해 헬스와 연애 프로그램의 핵심인 감정을 접목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느끼기도 했다. 특히 이 PD는 진정성을 위해 방송 출연이 목적이 아닌, 일반인들을 캐스팅 대상으로 삼았고, 그들 중 운동에 애정을 가진 이들을 찾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몸이 부각되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해 반감을 가지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미팅 진행하면서 의도를 자세하게 설명을 하면서는 출연자들도 납득을 해줬다. 출연자들의 헬스 문화가 더 발달됐으면 한다는 진심 어린 마음이 출연을 이끌기도 했다.”
함께 운동을 하며 싹트는 감정들을 담아야 했지만, 유튜브 콘텐츠인 만큼 호흡을 조절하는 것도 쉽지는 않았다. 출연자들 간의 미묘한 감정 변화를 담으면서, 동시에 유튜브 특유의 빠른 전개와 편집 호흡을 보여주기 위해 많은 고민들을 해야 했다.
“소재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는 건 유튜브의 장점이지만, 연애 프로그램은 감정을 보여주는 것도 필요했다. 호흡을 빠르게 가지고 가다 보면 감정선들이 차단되는데, 그게 딜레마였다. 그래서 출연자들의 속마음을 전하는 인터뷰와 같은 것들을 생략했다. 생략 가능한 부분들이나 구구절절 설명하는 부분들을 걷어내면서 접근을 했다.”
이는 TV 예능프로그램들을 연출하던 이 PD가 디지털 콘텐츠를 경험하며 느낀 어려움과도 닿아있었다. TV 프로그램과는 완전히 다른 편집 호흡과 자막 등, 기존의 인식을 완전히 바꿔야 했던 이 PD는 지금도 확인과 고민을 거치며 유튜브 플랫폼에 더욱 적합한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었다.
“6~70분짜리를 하다가. 14~20분 콘텐츠를 해야 했다. TV프로그램은 기승전결이 있다면 유튜브는 결만 있어도 되는 플랫폼이었다. 과감함이 필요했다. 지금도 다른 동료들과 함께 고민을 하는 것이 ‘방송 같지 않아?’, ‘자막이 방송 톤 같지 않냐’고 묻는 것이다. 그럼에도 접근은 비슷하다. 지금은 이 콘텐츠가 디지털 쪽으로 갔을 때 최적화가 될 것인가를 고민한다. 지금은 어떤 플랫폼에 무엇이 더 잘 어울릴지를 생각하며 교류를 하고 있다. 그 경계가 많이 허물어진 걸 느낀다.”
공개를 앞둔 ‘킹받쥬?’를 통해서는 좀 더 과감한 시도를 할 계획이다. 래퍼 한해와 초등학생들의 대결을 다룬 이 콘텐츠는 좀 더 어린 시청층도 함께 겨냥하며 유튜브 콘텐츠만의 매력을 담아낼 전망이다.
“‘H클럽’은 유튜브 콘텐츠로 제작된 것이지만, 시즌이라는 오티티를 통해서도 선보이고 있다. ‘킹받쥬’는 이보다는 온전히 유튜브를 겨냥 중이다. 첫 회의 포켓몬 가오레를 비롯해 초등학생들이 열광하는 주제들로 대결을 한다. 초등학생이 이기면 선물을 주고, 한해가 이기면 도장 쿠폰을 찍어주며 나중에 보상을 하는 방식이다. 초등학생들을 ‘잼민이’로만 볼 게 아니다. 생각이 깊고 주관도 뚜렷하다. 사람 대 사람으로 그들을 보는 것이 포인트가 될 것이다.”
덤덤 스튜디오의 방향성과도 무관하지 않았다. 덤덤 스튜디오 초기에는 아이돌 멤버들을 주인공으로 삼는 콘텐츠들이 주를 이뤘다면, 배우 박은석과 래퍼 한해, 그리고 일반인 출연자들까지. 다양한 출연자들을 아우르며 시청자 폭을 넓히고 있는 덤덤 스튜디오다.
“덤덤 스튜디오로 봤을 때도 처음엔 아이돌들과 작업을 많이 했다면, ‘어디세요 은석씨’의 배우 박은석이 출연한 이후부터 조금 확산하고 있다.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보자는 것이 지금의 생각이다. 토크쇼가 될 수도 있고, 로드 웹예능, 먹방이 될 수도 있고. 출연자들도 좀 더 폭넓게 접촉하려고 시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