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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기후 위기 확인시킨 기록적 폭우·극심한 가뭄 ‘공존’


입력 2022.08.09 13:03 수정 2022.08.09 13:09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8일 서울·경기 수도권 폭우 쏟아질 때

남부지방 부족한 강우량에 가뭄 극심

좁은 국토 호우·가뭄 피해 동시 발생

온난화 원인…“앞으로 계속 반복할 것”

수도권에 내린 집중호우로 선로가 침수돼 1호선 상하행 운행이 중단된 8일 오후 경기도 군포시 금정역 인근에서 시민들이 버스를 타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뉴시스

기후 위기가 가뜩이나 남북으로 반토막 난 한반도를 다시 둘로 쪼개 놨다. 수도권 등 중부지방은 간밤에 기록적인 폭우로 재산은 물론 인명피해까지 속출한 반면 남부지방은 오랜 가뭄과 불볕더위가 연일 기승을 부리고 있다.


기상청 집계에 따르면, 8일 자정부터 9일 오전 10시까지 서울 지역에 424.5mm 폭우가 집중됐다. 같은 기간 경기도 여주는 412.5mm, 양평 398.5mm, 광주 392mm 등 매우 짧은 시간에 많은 비가 쏟아졌다.


서울 동작구 경우 381.5mm의 강우량을 기록했다. 1920년 354.7mm를 뛰어넘어 100년 만에 최고 기록이다. 이는 7월 한 달간 서울에 내리는 평균 강수량과 비슷한 수준으로 엄청난 양의 비가 하룻밤 사이 쏟아진 것이다. 시간 당 강우량도 동작구가 141.5mm를 기록해 1942년 118.6mm 기록을 80년 만에 갈아치웠다.


인명피해도 속출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번 집중 호우로 9일 오전 6시 현재 사망 7명(서울 5명·경기 2명), 실종 6명(서울 4명·경기 2명), 부상 9명(경기)이 발생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일대에 기록적인 비가 쏟아지는 동안 남부지방은 가뭄과 불볕더위에 시달렸다.


전라남도는 8일 올해 기준 낮 최고 기온이 33℃를 웃도는 폭염특보 발효일이 36일에 달한다. 지난해 30일 보다 6일 늘었다.


신안은 현재 관내 섬 지역 평균 강수량이 387mm로 지난해 618mm 대비 62% 수준에 그친다. 저수지 216곳 평균 저수율이 38%에 그쳐 물 부족 상황이 심각하다.


전국적으로도 물 부족 상황은 마찬가지다. 한국수자원공사에 따르면 7일 현재 전국 34개 댐(다목적댐 20개, 용수댐 14개) 가운데 11개 댐 저수 상황이 심각 또는 경계에 달한다.


이들 댐 유역에 내린 비는 예전의 72%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남부지역으로 갈수록 강우 부족으로 가뭄 상황이 심각하다.


유역별 댐 강수량을 보면 한강유역만 예년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낙동강유역은 올해 444mm 강수량으로 예년 769mm의 58% 정도에 그친다. 금강유역(64%)과 영산강·섬진강유역(70%)도 예년보다 30% 넘게 강수량이 줄었다.


줄어든 강우량으로 낙동강은 녹조가 창궐했다. 이 때문에 낙동강을 식수원으로 하는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 700만 시민은 먹는 물 걱정에 시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토 면적이 넓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집중 호우와 가뭄 피해가 동시에 발생하는 이유를 기후 위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특히 중부지방에 강한 집중 호우가 자주 쏟아지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한반도 주변 기류가 변하고 북태평양고기압 세력이 강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폭염이 이어지는 4일 경남 창녕군 길곡면과 함안군 칠북면 경계에 위치한 창녕함안보 일대 낙동강에서 녹조가 관찰되고 있다. ⓒ연합뉴스

김형준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는 지난 4월 일본 교토첨단과학대학과 공동 연구를 통해 과거 50여 년 간 관측된 동아시아 지역의 태풍에 의한 호우 빈도의 증가가 인간 활동에 의한 기후변화의 영향이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일본을 포함하는 북서태평양 태풍에 의한 호우 빈도를 과거 약 50년 간의 관측 데이터로 확인했다. 중국 남동부의 연안 영역부터 한반도, 일본에서는 호우의 빈도가 증가하고 남쪽 지역에서는 감소한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변화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인간 활동에 의한 온실가스의 배출이 있는 지구와 그렇지 않은 지구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인간 활동에 의한 온난화에 따른 것으로 증명됐다.


가뭄과 불볕더위도 마찬가지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1.5℃, 즉 현 수준보다 0.4℃ 상승하면 인구 14%가 최소 5년에 한 번씩 심각한 더위에 노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습구(濕球) 온도(온도와 습도를 모두 반영한 온도)’가 35℃를 넘어서면 건강한 성인조차 그늘에서 무제한으로 식수를 제공한다고 하더라도 생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 영국 기상학자는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의 영향이 없다면, 미국 북서부와 캐나다 남서부의 폭염은 “수만 년에 한 번 일어나는 일”이지만, 현재는 “15년 정도마다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후 위기에 따른 집중 호우와 가뭄이 현실이 된 만큼 피해 예방을 위한 정부 정책 변화가 요구된다. 전문가들은 현재 호우 대비 시설의 용량을 확대하고 방재성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하경준 경남도 재난안전연구센터장은 “기후 위기 시대에 수해는 끊임없이 발생할 것이므로 효율적인 방재대책이 필요하다”며 “현재의 댐, 제방과 같은 물리적인 대책도 중요하나 반복적인 수해를 예방하기에 한계가 존재하므로 재난안전정책을 바꿔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방 축조 등의 기술력을 이용한 위험지역 대비와 장기적으로 위험지역 토지 이용을 규제해 위험요인으로부터 근본적으로 벗어나는 정책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며 “정부 정책과 안전기술, 안전의식 등이 모두 스마트화돼야 수해로부터 안전을 확보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최근에는 50년 주기로, 50년 동안 발생할 수 있는 가장 큰 강우량 기준으로 바꾸고 있지만 실제로 설계에 반영이 되고 우수관로가 설치되거나 교체되는 데까지는 수십 년이 또 걸린다”며 “인프라 시설들을 확충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시민들 개개인의 안전에 대한 노력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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