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치킨 연일 매진, 고물가 속 가성비 상품에 소비자 열광
외식업계 “임대료‧인건비 등 고정비 달라 직접적인 가격 비교 어려워”
12년 전 '통큰 치킨' 당시 골목상권 논쟁 재등장
대형마트 3사의 가성비 치킨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반값 열풍이 이번엔 피자로 옮겨 붙고 있다.
고물가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부담이 커진 소비자들은 물가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반응이지만, 외식 프랜차이즈업계에서는 골목상권 침해라며 반발이 커지는 모양새다.
홈플러스가 지난 6월30일 판매를 시작한 ‘당당치킨’은 이달 10일까지 32만 마리가 넘게 판매됐다. 1분마다 약 5마리씩 팔린 셈이다.
한 마리 가격이 6990원으로 2만원에 달하는 주요 프랜차이즈 치킨과 비교하면 반값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특히 지난 15일 말복을 기념해서는 5000마리 한정으로 5990원에 판매하면서 주요 매장을 중심으로 오픈런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당당치킨의 성공에 롯데마트와 이마트 등 경쟁 대형마트에서도 가성비를 앞세운 치킨을 내놓으며 사실상 마트 3사간 치킨전쟁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반값치킨에서는 후발주자인 이마트가 당당치킨(프로모션 가격 기준) 대비 10원 더 싼 5980원 치킨을 선보이면서 마트 치킨 간 10원 전쟁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올 정도다.
반값 치킨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이제는 피자로 전선이 확대되는 모양새다.
현재 판매 중인 이마트 피자는 라지(L) 사이즈 기준 한 판 1만2000원대다. 주요 프랜차이즈 피자업체들이 2~3만원대에 선보이는 것과 비교하면 절반 이상 저렴한 수준이다.
또 일부 프랜차이즈 피자업체에서도 일정 시간 1인 기준 6000원대 피자를 선보이면서 치킨 열풍이 반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주요 프랜차이즈 피자 업체들이 줄줄이 가격 인상에 나선 점도 가성비 열풍에 불을 지피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도미노피자, 피자헛, 미스터피자, 파파존스 피자 등은 상반기 한 차례 가격 인상을 단행한 데 이어 최근 추가 인상에 나서고 있다.
소비자들은 업체 간 경쟁이 반갑다는 반응이다. 각종 식재료는 물론 외식물가도 고공행진을 지속하면서 부담이 커진 만큼 다양한 가성비 상품을 반기는 분위기다.
홈플러스 합정점에서 만난 직장인 정모씨는 “직접 재료를 사다가 음식을 해먹는 것 보다 배달음식이 저렴해서 한 동안 배달음식을 즐겼는데 배달비를 비롯해 너무 많이 올랐다”면서 “마트에서 판매하는 치킨이나 초밥 같은 메뉴가 오히려 더 저렴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는 또 “치킨처럼 햄버거나 피자, 초밥 등 다양한 반값 상품이 나왔으면 좋겠다”며 “맛있고 가격도 저렴하다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들과 경쟁해야 하는 외식 프랜차이즈업계는 불만이 큰 상황이다.
대형마트의 경우 일반 프랜차이즈 매장처럼 임대료, 인건비 등이 들지 않는 만큼 프랜차이즈 상품과 직접 가격을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또 프랜차이즈 가맹점주 모두 소상공인인 만큼 대기업 계열 대형마트가 골목상권까지 침해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도 있다. 12년 전 롯데마트가 통근치킨을 선보였을 당시 제기됐던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다시 등장한 셈이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 계열 마트들이 출혈경쟁을 하는 통에 치킨집 소상공인들이 피해를 보는 상황”이라며 “마트쪽에서는 시장을 교란할 만큼 물량이 많지 않다고 하지만 물량 보다는 치킨점들이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 더 우려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는 반값 치킨이 이벤트성 상품이라고 하지만 언제든 주력 상품으로 자리를 잡을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일각에선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유통 구조와 가맹본부 공급마진을 줄여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고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