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부와의 협의가 먼저"
기준금리 인상 관련해 "인내해야"
野 '시행령 정치' 비판…"동의 못해"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 지원법'을 통해 자국 산업 보호에 나선 가운데, 한덕수 국무총리는 "필요하면 세계무역기구(WTO)의 판단을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2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미국 정부와 협의하는 것이 먼저"라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미국에서 통과된 IRA에 따르면,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만 세금 공제 혜택이 제공된다. 한국산 전기차는 대당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의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됐다.
한 총리는 "상당히 아쉬운 일"이라며 "조 바이든 정부의 2년간 정책을 보면 과거 자국중심주의 정책에서 완전히 전환했다고 보기 어렵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실제 인플레이션을 축소하는 법이라고 할 수 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업으로서는 최대한 미국 정부와 이야기를 해보고, 동시에 현지에 조립하는 시설을 만드는 등 시도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 총리는 '미국이 WTO를 무시하는 처사를 했기에 한미 무역분쟁 절차로 바로 가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는 질문에는 "그런 측면이 있다"면서도 "WTO는 시간이 많이 걸려 2년씩 소요되는 만큼 미국과 먼저 협의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선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부채 부담과 관련한 질문도 이어졌다. 한 총리는 "2008년 금융위기로 시작해서 엄청 돈을 풀고 수습했어야 했는데 코로나19가 오고 엄청난 유동성을 푼 상태여서 기준금리가 올라가는 것은 정상화가 되는 것"이라며 "고통스럽더라도 국민과 모든 경제주체가 인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금리가 올라가는 것은 불가피하며, 미국 달러와 우리 원화의 가치를 적절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금리 인상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한 총리는 금융 취약계층에 대해 언급하며 "이분들은 최대한 배려를 해야 한다. 추경을 포함한 민생대책에서 여러 기금도 만들고 대통령이 민생회의를 하면서 대책을 강구하고 실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수원 세 모녀 사망' 사건에 이어 보육원에서 성장한 청년들, 이른바 '보호종료아동'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한 데 대해선 "경찰 등 공권력을 활용하는 방안을 포함해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보건복지부 등 관련 부처의 협조를 받아 최대한 빨리 대안을 내겠다"고 밝혔다.
특히 수원 세 모녀 사건과 관련해선 "위기 가정으로 확인되면 도와줄 시스템과 재원은 준비돼 있다"며 "위기 가구로 확인은 됐는데 옮기면서 흔적을 남기지 않아 발견되지 않고 찾는 노력을 중단해 생긴 문제였다. 1개월 정도 누가 가봤는데도 계속 안 계셔서 노력을 중단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 총리는 또 야당을 중심으로 현 정부가 '시행령 정치'를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과 관련해선 "동의하지 않는다"며 "시행령은 법의 위임에 따라서 법을 집행하기 위한 하부개념이다. 법제처나 법무부 등 그 분야 전문가들이 시행령이 법에 맞는 것인지를 판단하고, 국무회의를 통해서 확정해야 하지 않나 싶다"고 밝혔다.
아울러 한 총리는 다음달 27일 아베 신조 전 일본총리 국장 참석을 계기로 '강제징용 현금화 관련 해법을 모색할 계획이냐'는 취지의 질문에 "아베 전 총리 장례식에서 문제를 해결할 단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외교부를 중심으로 내부 입장이 정해지고, 민관 합동위원회도 만들고, 당사자도 모니터링 하면서 우리 정부로서 할 수 있는 일을 잘 생각해 확정되면, 차근차근 외교부 장관을 통해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마지막에는 양국 정상이 최종적으로 결정을 공개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강조했듯 한일관계는 미래를 보고 미래 지향적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고, 기회가 되면 그런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