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수입물가 36.7% 상승
주담대 금리 6%…이자 부담↑
채무조정 등 현실적 지원 시급
환율이 연일 연고점을 경신하며 강(强)달러 기조가 심화되고 있다. 문제는 이처럼 고공행진을 벌이는 환율이 인플레이션을 부채질하면서 한국은행의 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높아진 환율이 대출 이자 부담을 키우는 나비효과로 이어지면서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만 더욱 팍팍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 멀어지는 물가정점…한은 ‘빅스텝’ 수면 위
시장 전문가들은 환율이 향후 추가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고, 이는 국내 물가 인상을 더욱 부추길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국내 물가 상승이 실제 환율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1일 산업연구원의 ‘우리나라 인플레이션의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상반기 수입물가 상승 폭의 36.7%가 환율에 의한 것으로, 지난 6월 생산자물가에 반영된 수입물가 영향은 48.5%까지 상승했다.
원‧달러 환율은 올해 6월 23일 1300원대에 올라선 후 지난달 6일과 14일에 각각 1310원, 1320원의 벽을 깼다. 이달 22일에는 2009년 4월 29일(고가 기준 1357.5원) 이후 약 13년 4개월 만에 1340원을 돌파하는 등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당초 정부와 한은은 10월 전후로 물가 정점이 올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환율 급등으로 예상은 빗나간 상황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물가 안정이 예상대로 진행되면 0.25%p 인상이 점진적으로 바람직하다고 밝혀왔지만, 결국 빅스텝(기준금리 0.5%p 인상)으로 인상 궤도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것이 금융권의 중론이다.
이 총재는 지난 27일(현지시간) 잭슨홀에서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를 통해 “높은 물가수준이 지속된다면 연준과 같이 물가안정에 초점을 둘 것”이라고 언급하며 추가 빅스텝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 ‘종료’ 버튼없는 금리 인상…빚투족 ‘패닉’
최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은 6%대까지 높아졌다. 5대 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는 4.18~6.204%, 고정금리는 3.77~6.069%다.
이는 금리 상승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고금리에도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는 서민들이 증가하고, 취약차주들의 이자부담이 가중된다는 의미다. 뿐만 아니라 자영업자들의 올해 1분기 말 대출 규모도 960조7000억원으로 집계되며 또 다른 부실뇌관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은이 추가 금리인상이 높게 점쳐지면서 경제성장률 하락은 물론 가계 이자 부담은 지속될 전망이다. 이 총재는 금통위 후 기자간담회서 “취약차주도 저이자율에 익숙해져 있다가 금리인상으로 이자부담이 늘어나 고통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오는 10월부터 새출발기금(맞춤형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시행하기로 했다. 앞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고금리·고물가 등 경제 여건 악화로 취약차주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일이 없도록 125조 원 규모의 금융분야 민생대책을 차질 없이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으로 대출 증가율이 감소하고 있지만 내년 까지 서민들의 이자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며, 차주별 채무조정 제도 등 현실적인 대책 마련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백인석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현재의 높은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중립금리 수준의 정책금리로는 물가안정을 기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경제 주체 들의 자금조달에 애로와 부담이 가중되지 않도록 적극적인 정책 대응으로 충격을 완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융시장의 잠재적인 불안 요소를 점검하고 이것이 실물 부문으로 전이될 가능성에 유의하면서 대응 방안을 준비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킹달러 시대③]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