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설특검법, 민주당 입장에서는
특검 추천·임명 절차 마뜩잖아
특별법, 본회의 통과하더라도
윤대통령 거부권 행사 가능성
상설특검이냐, 특별법이냐. 원내 다수 의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를 겨냥한 특검을 추진하기로 '방향'을 잡은 가운데, 특검 추진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에 여의도 안팎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5일 비상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국민 의혹이 커지는 상황에서 수사기관들이 '봐주기'로 일관하고 있다"며 "의혹을 해소할 수 없는 단계로 가고 있는 만큼 특검법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특검 추진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는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 이른바 '상설특검법'에 의한 특검 추진이다. 둘째는 특검 임명을 위한 별도의 특별법을 입법해 특검을 하는 방법이다.
지금까지 특검은 열네 차례 도입됐다. 이 중 '세월호 증거자료 조작 의혹' 특검만 상설특검법에 의한 특검이었으며, 나머지 열세 차례는 모두 별도의 특별법을 입법하는 형식으로 특검이 이뤄졌다.
특별법 방식은 헌정사상 첫 특검이었던 '조폐공사 파업유도 및 검찰총장 부인 옷로비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 임명법'부터 가장 최근의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 관련 군내 성폭력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 임명법'까지 수사 대상 사건을 법안 명칭에 분명히 적시하는 게 특징이다.
이번 사안도 별도 특검법을 택한다면 전례에 따라 영부인의 실명과 의혹 내용이 법안에 적시될 것으로 보인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2일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허위경력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을 대표발의하기도 했다.
상설특검법, 7인 후보추천위 구성…
법무차관·변협회장에 국힘 2인 추천
'내곡동 사저 의혹' 때는 특별법으로
특검 후보 2인 모두를 민주당이 추천
상설특검법에 의한 특검은 특검수사요구안이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에서 의결되면, 국회에 특검후보추천위가 구성되는 것으로 절차가 시작된다. 특검후보추천위는 법무부 차관·법원행정처 차장·대한변협회장 3인은 당연직이며, 여야가 각 2인의 위원을 추천해 총 7인으로 구성한다. 재적 위원 7인 중 과반의 찬성으로 2인의 특검 후보자를 추천하면, 윤석열 대통령이 그 중 1인을 특검으로 임명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민주당으로서는 내키지 않는 방식이라는 관측이 많다. 현 정권이 임명한 이노공 법무부 차관은 집권 세력에 가까운 인사로 분류될 수밖에 없다. 이종엽 대한변협회장은 검사 출신으로 '검수완박' 입법 사태 때 반대 의견을 개진하는 등 보수 성향으로 분류된다. 여기에 국민의힘이 추천한 2인의 위원을 더하면 이미 재적 과반이다.
이렇게 구성된 특검후보추천위에서 추천한 2인의 후보자 중에 다시 윤석열 대통령이 1인을 임명한다는 것은 민주당으로서는 마뜩잖은 절차다.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역대 특검을 보면 특검 수사가 반드시 성과를 낸 것만도 아니다"며 "상설특검법에 의해 특검을 도입해 수사를 했는데 김건희 여사가 '혐의없음'으로 나온다면 되레 면죄부를 주는 셈이며, 우리로서는 '공세종말점'을 맞이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상설특검법은 이미 법이 마련돼있어 절차가 간편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특검수사요구안이 법사위와 본회의를 순차적으로 통과해야 해서 특별법 입법이나 크게 다를 바가 없다. 다만 '법률안'이 아니기 때문에 윤석열 대통령이 헌법 제53조 2항에 따른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장점은 있다.
어차피 법사위와 본회의를 모두 거쳐야 한다면 차라리 별도 특별법을 입법해 특검을 하자는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영부인이 연루된 의혹이라는 점에서 민주당 일각에서는 지난 2012년의 이른바 '내곡동 사저 의혹' 특검법이 회자되고 있다. '내곡동 사저 의혹'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장남 시형 씨가 부친의 퇴임 후 사저 건축을 염두에 두고 내곡동의 수 필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자금 출처가 문제가 된 사안이다. 영부인 김윤옥 여사의 부동산을 담보로 잡은 사실이 밝혀져, 김 여사가 영부인으로서는 헌정사상 최초로 특검의 서면조사를 받기도 했다.
당시 특검법은 제3조에서 '민주통합당'이 2인의 특검 후보자를 대통령에게 추천하며, 대통령은 2인 중에 1인을 특검으로 임명하도록 규정했다. 야당이 특검 후보자 전원을 추천하고, 대통령은 그 중 1명을 고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민주당에 구미가 당기는 방식이다.
다만 김건희 여사를 겨냥한 특검법에 이러한 내용을 담으면 우격다짐 끝에 국회에서 통과되더라도 윤석열 대통령이 특검 추천·임명 과정에서의 불공정을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 특검 임명을 위한 특별법은 '법률안'이기 때문에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일단 거부권이 행사되면 국회에서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재의(再議)해야 해서, 사실상 재의는 불가능하게 된다.
박홍근 "개별 특검을 할지, 상설특검을
할지 향후 구체적 로드맵은 짜나가야"
의총서 '방법론'은 원내지도부에 일임
했지만 아직 '방법론' 존재하지 않는듯
민주당이 이날 비상의원총회에서 추진 결의를 한 '김건희 특검'이 상설특검법에 의한 특검인지, 별도의 특별법에 의한 특검인지는 아직 분명치 않은 상황이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최근에 의혹이 훨씬 더 드러났고 (윤석열) 대통령도 (대선) 당시 허위 답변을 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특검을 공식적으로 추진하기로 결정한 것"이라면서도 "향후에 개별 특검을 할지, 상설 특검을 할지부터 시작해 구체적인 로드맵은 짜나가야 한다. 그 과정에서 법사위를 어떻게 할지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민주당 비상의총에서는 '김건희 특검'을 추진하자는 결의만 이뤄졌을 뿐, '어떻게 특검을 하자'는 구체적인 방법론은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그런 이야기까지 논의할 시간은 없었다"며 "의총에서는 큰 방향만 결정하고, 구체적인 방법은 원내지도부에 일임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날 비상의총은 6일 출석요구를 받은 이재명 대표의 소환 대응 등을 논의하고 의원단의 총의를 모으기 위해 마련됐다. '맞불'을 놓기 위해 급히 김건희 여사를 끌어내는 과정에서 '특검 추진'이 거론된 것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방법론은 아직 누구에게도 준비돼 있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검찰이 이재명 대표를 소환했을 때부터 민주당이 역공을 위해 김건희 여사를 끌어낼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예상가능하지 않았느냐"며 "소환 불응과 함께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국정조사·특검 추진을 외치는 것은 아직은 '방향'의 단계이고, 구체적인 '방법'의 단계로 논의가 진행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