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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달러 생존법④] ‘초고환율’ 시대, 짠테크·무지출로 빚부터 갚아야


입력 2022.09.08 06:30 수정 2022.09.07 15:24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1400원대 근접한 원·달러 환율

고환율이 물가 밀어 올릴 가능성

지출 줄이고 안전자산 투자해야

정부, 취약계층 피해 살필 필요

7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1385원을 넘어선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뉴시스

고물가와 고금리에 이어 환율까지 역대급으로 치솟으면서 기업은 물론 일반 국민마저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다. 기업 무역 적자는 쌓여가고, 중산층 실질소득은 줄어든다. 금리상환 부담이 늘고 자녀 유학비 등으로 어려움 가중되면서 ‘짠테크’와 ‘무지출’로 생존법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세계 경제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우리나라도 고물가 상황이 2년 가까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가 높은 물가를 잡기 위해 고금리 정책을 이어가면서 서민 주머니 사정도 계속 나빠져 간다.


여기에 미국이 강도 높은 긴축 재정으로 기준 금리를 크게 올리면서 세계적 달러 강세, 즉 ‘킹달러’ 시대가 열려 환율마저 폭등하고 있다.


7일 기준 원·달러 환율이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이후 약 13년 만에 1380원을 돌파한 가운데 고환율 현상이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는 4일 ‘최근 환율 상승에 대한 평가’ 보고서에서 “세계적인 경기침체 우려와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로 달러화가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이런 현상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관측했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3고(三高)’ 시대를 마주한 만큼 생존전략을 고민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끝없이 오르는 고환율은 결과적으로 물가를 밀어 올리는 만큼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정부 차원에서는 환율 상승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원유 관세 인하, 미국 등 주요국과의 통화 스와프를 통한 외화자금 공급 확대 등이 요구된다. 기업은 금융 비용 경감과 환율 변동 보험 한도 확대, 소비·투자·수출 진작 대책 등이 필요하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非)산유국 가운데 유일하게 수입산 원유에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대한상의는 유가 인하 효과를 체감하려면 유류세 인하 조치와 함께 원유 관세 인하를 함께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실장은 “환율 상승이 경제 전반의 활력 저하로 이어지는 것을 방지하려면 소득세 및 법인세 인하, 기업 투자세액 공제 확대, 수출금융지원 확대 등 고비용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는 대책들이 적기에 시행돼야 한다”며 “정부와 국회의 협력이 시급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개인이 3고 시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지출과 소비 성향을 바꾸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실제로 미래를 대비하기보다 지금 만족을 위해 지갑을 열었던 ‘욜로(yolo)’ 대신 극단적으로 지출을 줄이는 ‘무지출 챌린지’가 뜨고 있다. 무지출 챌린지는 젊은 층 사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을 타고 유행처럼 번질 정도다.


고환율 상황에 지난달 먹거리 물가가 지난해보다 8.4% 상승, 13년 4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한 가운데 5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장을 보고 있다. ⓒ뉴시스

전문가들은 수입은 그대로인 상황에 환율과 물가가 올라 실질소득이 줄었다면 소비 양식을 ‘저비용’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생활비와 교육비 부담을 줄이고 무리해서 집을 사기보다는 최대한 빚을 먼저 갚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저금리 시대에 빚은 자산 규모를 키우는 방법일 수 있으나 금리가 오를 때 빚은 소득 감소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특히 무리해서 대출까지 받아 아파트를 산 경우는 ‘애물단지’가 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최근 대출금리 상승으로 부동산 시장 하락세가 점쳐지기도 한다. 자칫 부동산 가치는 하락하고 이자 부담만 늘어날 수 있다.


투자나 안전자산을 확보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고환율로 최근 시중 은행 경우 달러 예금이 늘고 있다. 예금과 함께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우리나라에서 미국 주식을 사고팔 때는 달러로 계산하는 만큼 미국 주식이 내려가더라도 고환율 덕분에 오히려 수익이 나기도 한다.


다만 전문가들은 투자에는 반드시 위험이 뒤따르는 만큼 자산 시장에 위험이 커졌을 때는 현금이나 예금, 채권 등 안전자산으로 이동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안전자산으로의 이동에는 물가상승률을 고려해야 한다. 물가상승률을 밑도는 금리라면 실질적으로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취약계층 지원을 늘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환율이 물가를 부추기면 결국 가장 큰 고통을 받는 건 취약계층일 수밖에 없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고환율은 수입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국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을 가중할 것”이라며 “필수 생계비 지출 비중이 높고 이자 상환 부담이 큰 저소득층과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에 피해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한 경제분석가는 “원·달러 환율 1400원 시대는 한국 경제에 큰 부담이고, 이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는 게 더 큰 문제”라며 “이런 위기에는 정부가 한발 앞서 대응하고 기업과 가계 역시 구체적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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