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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쇼크①] 태풍·해외 상황…예측 힘든 물가, 10월 고점론 ‘휘청’


입력 2022.09.16 06:30 수정 2022.09.15 12:36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10월 물가 정점 찍을 거라던 정부

생활물가 상승·공공요금 인상에

미국 물가까지 등 악재 연이어

전문가 “앞으로도 물가 압력 높아”

물가 상승이 계속되는 가운데 농심 등 라면업체들이 일제히 가격 인상 계획을 밝혔다. 사진은 14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라면을 진열한 모습. ⓒ뉴시스

정책 최우선 과제로 물가 안정을 추진해 온 정부 노력이 무색할 만큼 고물가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 늦어도 10월께 정점을 찍을 거라던 정부 기대 섞인 전망도 최근 외환시장 동향이나 미국 소비자물가 영향으로 미뤄보면 실현 가능성이 작아 보인다.


정부는 그동안 9월 또는 늦어도 10월에는 물가 상승세가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측해 왔다. 이른 추석으로 물가가 전년 대비 다소 높은 수준을 유지하더라도 10월 이후에는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7일 방송기자 클럽 초청토론회에서 향후 물가 전망에 대해 “아마도 9월, 늦어도 10월쯤에는 소비자물가가 거의 정점에 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로는 수준은 좀 높지만 서서히 안정화되는 그런 양상을 보일 것”이라며 “물가안정세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모든 수단을 강구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정부 기대와 달리 시장에서는 고물가 상황이 짧게는 연말, 길면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특히 지난달 집중호우와 이번 달 태풍 등 기상 요인으로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장바구니 물가 상승을 이끌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국제유가 하락 영향으로 석유류 상승세는 둔화했으나 가공식품과 농산물, 개인·공공서비스 가격 상승은 여전하다. 전월대비 가공식품은 8.4%, 농산물은 10.4% 올랐다. 특히 채소류는 27.9% 급등하며 서민 지갑을 더욱 얇게 만들고 있다.


공공요금 인상으로 전기·가스·수도요금도 15.7% 올랐다. 개인서비스는 6.1% 올라 1998년 4월 외환위기 당시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외식 가격도 급등했다. 외식 가격이 8.8% 오르면서 사실상 체감 물가라 할 수 있는 생활물가지수는 6.8% 상승했다.


향후 장바구니 사정은 더욱 어둡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 영향으로 국제 곡물 가격이 지속 상승 중이고, 원자잿값과 인건비 등이 오르면서 가공식품류 가격도 인상을 예고한 상태다.


농심과 팔도 등 주요 라면 생산 업체는 이미 가격 인상을 알렸다. 농심은 15일부터 26개 제품 가격을 평균 11.3% 올리고 팔도는 내달 1일부터 12개 제품 가격을 9.8% 인상한다고 밝혔다. 오뚜기와 삼양식품 또한 10% 안팎으로 가격을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장관이 1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요 간부회의를 주재, 추석 이후 물가 동향 점검 등 민생 안정에 주력해줄 것을 지시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과자와 원유 원유가격도 이미 오르고 있다. 롯데와 해태 제과에 이어 오리온은 9년 만에 초코파이 등 16개 제품 가격을 평균 15.8% 올리기로 했다.


서울유유는 낙농가에 지급하는 원유 가격을 ℓ당 58원 올렸다. 정부와 낙농업계가 ‘용도별 차등 가격제’를 도입하기로 하면서 우유 ℓ당 가격은 3000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대외 상황도 어둡긴 마찬가지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장기화하고 있고 중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도시 봉쇄가 이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미국 소비자물가가 예상만큼 떨어지지 않는 게 문제다.


15일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보다 8.3% 올라 시장 예상치인 8.0~8.1% 수준을 웃돌았다.


두 달 연속으로 상승 폭이 소폭 둔화하는 추세이나 8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 폭이 전망치를 웃돌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에서 또다시 큰 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연준이 기준 금리를 0.75%p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거나 혹은 1.0%p까지 올리는 ‘울트라 스텝’을 진행할 경우 환율과 원자재 가격은 더욱 치솟을 수밖에 없다. 원·달러 환율은 15일 장중 1395원대를 돌파하면서 이미 13년 5개월 만에 최고점을 경신하고 있다.


물가 관련 대내외 상황이 나빠지다 보니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추 부총리는 ‘10월 물가 정점론’을 언급한 지 일주일 만인 지난 13일 주요 간부회의를 열어 “추석 이후 물가동향 점검 등 민생 안정에 주력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10월 이후에도 추가적인 물가 상승 압력이 높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물가 상승 압력에 따라 미국의 기준금리 대폭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우리 통화당국은 금리 인상을 추가로 많이 하기 어렵다고 이미 선언했기 때문에 한미 금리 역전에 대한 우려가 번져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무역수지 등 개선이 크게 이뤄지지 않는 상황인데다, 우리나라 통화가치 하락이 크게 이뤄지고 있어 수입 물가 상승에 의한 추가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다”고 우려했다.


▲[물가 쇼크②] 高물가, 서민 부담·소비 둔화·경기 침체 ‘나비효과’ 부른다에서 계속됩니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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