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체류하며 동시간대 3개 라디오 출연
'조문 취소' 주장하며 "변명 여지 없다"
"길 잘 찾으셔야" UN 참석 尹 비꼬기도
윤석열 대통령의 고(故)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조문 일정 변경을 놓고 더불어민주당이 '외교참사'라며 집중 공세를 펼치고 있다. 대통령실이 현지 교통 사정 등을 이유로 일정이 유동적임을 수차례 미리 공지했고, 찰스 3세 국왕 주최 리셉션 참석을 위해 불가피한 판단이라 해명했지만 민주당은 "외교적 무능"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으며 여론전에 나섰다.
선두는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이었다. 현재 프랑스 파리에 머물고 있다는 탁 전 비서관은 20일 오전 라디오 방송 3곳 이상 동시에 출연해 문제 제기에 열을 올렸다. MBC 라디오에서 출연해서는 "출발 시간을 당기거나 혹은 조문할 수 있는 예정된 시간에 도착하면 됐을 일"이라며 "전용기로 가면서 그 시간을 못 맞췄다는 건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CBS 라디오에서는 "영국이 일하는 방식이 있다. 사전에 토씨 하나까지도 다 알려준다. 글자 한 자까지 다 적어서 어디에 몇 시에 움직이는지 디테일하게 사전에 정보를 제시한다"고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으면서 "분 단위로 일정을 짤 게 아니라 여유 있게 움직였으면 되는 일인데 하지 않았다는 것부터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는 유엔 총회에 참석할 윤 대통령을 향해 "총회장에 들어가면 연설할 때 아무도 수행하지 않는다. 대통령이 혼자 알아서 길을 찾아가 의전관의 안내를 받아 연설을 하셔야 된다"며 "그때 길을 잘 찾아야 될 것 같고 안내를 잘 받아야 될 것 같다"고 비꼬았다. "우리를 위한 특별한 세션이 있는 게 아닐 테니 그 연설만 잘하면 기본은 하고 오실 것"이라며 이번 순방을 폄하하는 뉘앙스도 담았다.
민주당도 열을 올렸다.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조문외교를 하겠다며 영국 간 윤 대통령이 교통통제를 이유로 조문은 못하고 장례식만 참석했다"며 "교통통제는 사전에 예고돼 있었고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운동화 신고 걸어서 조문했다. 통제를 몰랐다는 무능이고 알았는데도 대책을 못 세웠다면 외교참사"라고 주장했다.
특히 1년 전 영국에서 개최된 G7 회의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각국 정상들과 찍은 사진을 꺼내 들며 "이 장면에서 우리 국민들이 상당한 자부심을 느꼈다"며 비교 하기도 했다.
주호영 "대한민국 대표에 대한 예의 지켜라"
與 "근거 없는 왜곡으로 외교활동 폄하"
국민의힘은 금도를 넘은 정치공세로 규정하고 자제를 당부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을 대표해서 외교활동을 하고 있다"며 "대통령 외교활동 중에는 여야가 정쟁을 자제하고, 특히 순방활동에 대해 비판하는 것은 자제하고 삼가왔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조문을 위해 가신 대통령에 대해 근거 없는 비판을 하고 있어 매우 우려스럽다"며 "민주당도 불과 몇 달 전에는 집권당이었고 대통령의 외교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잘 알 텐데 외교활동 중에라도 대한민국 전체를 대표하는 대표선수에 대한 응원과 예의를 지켜달라"고 부탁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윤 대통령의 조문이 취소됐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 영국 현지 사정에 따라 장례식 참석 이후 예의를 갖춰 조문록을 작성한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조문 취소'라는 사실을 왜곡한 논평을 작성해 배포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정상외교가 실패한다고 야당에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면 너무나 좁은 소견"이라며 "전 세계인의 존경과 사랑을 받았던 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추모를 두고 정치공세는, 슬픔에 잠겨 있는 영국 국민에 대한 예의도 아닐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