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행안위, 중앙선관위 국정감사
盧 "다시는 불미스런 사례 없도록"
일부 의원, 감사 거부 입장 묻기도
'이재명 먹튀 방지법' 놓고 공방도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지난 3·9 대선 당시의 '소쿠리 투표' 등 선거 부실관리에 대해 여야 의원들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노 위원장은 불미스런 사태가 재발하는 일이 없도록 선관위가 다시 태어나겠다고 약속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국감에 출석한 노태악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대선 과정에서 국민께 불편과 혼란을 끼쳐드린 점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다시 한 번 국민 여러분과 여기 계신 위원 분들께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노태악 위원장은 지난 3·9 대선 과정에서 코로나19 확진자와 격리자 사전투표가 엉망이 되는 등 선관위의 선거 부실관리가 논란이 돼 노정희 전 위원장이 책임을 지고 사퇴하자, 그 후임으로 지난 5월 취임했다.
이날 노태악 위원장은 "취임과 동시에 대선 사전투표 부실관리에서 비롯된 위기 상황을 절체절명의 순간으로 인식했다"며 "공정하고 흠없는 지방선거 관리를 위해 최선을 다했고, 6·1 지방선거를 큰 잘못 없이 관리할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선관위원들과 직원 모두는 인사정책·조직개편까지 다시 태어난다는 각오로 전사적인 힘을 모으고 있다"며 "다시는 이와 같은 불미스러운 사례가 발생해 불신과 오해의 단초가 되는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반성하며 고쳐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중앙선관위는 독립된 헌법기관이며, 그 위원장은 헌법기관의 수장이다. 국회와는 동렬에 있는 기관이기 때문에 관례상 중앙선관위원장은 인사말을 마치고 바로 국감장에서 퇴장하고, 장관급인 선관위사무총장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해왔다. 대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대법원장은 인사말 이후 이석하고 법원행정처장이 대신 질의를 받는 것과 같은 사례다.
하지만 이날 일부 의원은 선관위가 감사원의 감사를 거부하는 상황과 관련해 중앙선관위원장의 입장을 직접 들어보고 싶다고 요청했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인사말이 끝난 뒤 노태악 위원장의 퇴장에 앞서 "선관위가 감사원의 감사를 거부하는 상황에 대해 공식 입장을 듣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선관위원장은 5부 요인"이라며 "대법원장이나 헌법재판소장처럼 구체적인 질의에 답변하지 않는 것이 확립된 관행"이라고 반대했다.
이에 노태악 위원장은 자리를 이석했으며, 박찬진 선관위 사무총장이 선관위에 대한 국정감사를 이어 받았다.
한편 이날 선관위 국정감사 도중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공직선거법·정치자금법 개정안과 관련해 여야 간의 신경전이 일기도 했다. 조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당선무효 등으로 선거비용 반환의무가 발생했을 때에는 선관위에서 이를 정당보조금에서 상계(相計)할 수 있는 내용이다.
조은희 의원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 3·9 대선과 관련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상황임을 가리켜 "일부에서는 (내가 발의한 법안을) '이재명 먹튀 방지법'이라 한다"며 "(이 대표의) 허위사실공표 혐의가 유죄가 되면 (민주당에 지급했던 선거비용) 434억 원을 내가 발의한 법안에 따르면 선관위에서 (민주당에) 정당보조금을 줄 때 차감해서 줘도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민주당은 예민하게 반응했다. 김교흥 민주당 의원은 "아직 1심도 끝나지 않은 사안"이라며 "선거비용 반환이니 이렇게 얘기하면 안된다"고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