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출판인들에게도 알려져 있어…출판 과정 원스톱으로 가능한 도시 유례 찾을 수 없어”
“독서율이 떨어지고 있는 시대, 책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주고, 독서에 대한 동기부여의 역할”
북한과 인접한 조용한 도시, 경기도 파주시에 출판과 관련된 산업 전체가 하나의 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단지가 유지되면서 출판인들의 교류의 장, 또는 책에 관심 있는 일반인들이 모이는 소통의 장이 되고 있다.
출판도시는 2000년대 초부터 경기도 파주시 문발동 일대에 조성된 국가문화산업단지다. 출판과 유통 등이 이뤄지는 과정상의 어려움을 줄이고, 이에 더욱 개선된 출판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출판문화인들이 뜻을 모아 추진한 곳이다. 다수의 출판사들이 이곳에 입주해 있으며, 인쇄소를 비롯해 각종 출판 관련 업계들도 이곳에서 활동 중이다.
출판문화재단 장동석 사무처장은 파주출판도시의 의미에 대해 “과거에는 출판의 주체들, 즉 저자나 편집자, 또 제본이나 인쇄하는 곳들이 제각각 있었다. 책을 만들려면 굉장히 다양한 주체들을 거쳐야 했기 때문에 이런 것들을 한 곳에 모아두면 훨씬 효율적이고,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라며 “이러한 이유로 제안이 이뤄지고, 하나의 꿈을 갖춰가기 시작하면서 책을 함께 향유하는 공간이 조성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곳에 입주 중인 출판사 및 관련 업체들 또한 이러한 장점을 높게 평가했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파주라는 지리적인 위치 때문에 출퇴근 시 불편한 점은 있지만, 이러한 공동체가 형성돼 있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관련 업계들이 모여 있기에 서로 공유하는 부분도 많고, 일처리의 효율성이 높아지는 부분이 분명 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좋았던 점은 인쇄소가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것이었다. 내가 원하는 컬러가 잘 구현돼 인쇄되고 있는지 등 과정을 확인하는 것이 수월했고, 이에 퀄리티 유지 면에서 만족감을 크게 느꼈다”라며 “서울에서는 매번 감리를 보는 것이 쉽지는 않았는데, 실무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 컸다”라고 말했다.
물론 출판 및 인쇄 회사들이 모여있거나, 유명 도서관 등이 위치해있어 ‘책의 도시’라고 불리는 곳이 없지는 않지만, 이렇듯 출판인들이 뜻을 모아 산업집적단지를 형성한 것은 파주출판도시가 유일하다. 이에 전 세계 출판인들의 관심을 유도하는 등 파주출판도시가 가지는 상징적인 의미 또한 크다는 평가였다.
장 사무처장은 “파주출판도시는 세계 출판인들에게도 많이 알려져 있다. 기획에서부터 저자를 만나는 일, 편집하는 일, 만드는 일, 디자인, 인쇄와 유통까지, 원스톱으로 가능한 도시는 유례를 찾을 수가 없다”면서 “세계 출판인들 사이에서도 관심과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서울국제도서전에 오시면, 꼭 들르는 곳 중 한 곳이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출판인들을 위한 집적 효과 외에, 책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들도 즐길 수 있는 공간, 축제 등을 마련, 문화 허브의 역할을 위해서도 노력 중이다. 가치 있는 책을 한데 모아 보존 보호하고 관리하며 함께 보는 공동 서재 지혜의숲을 비롯해 2003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어린이 책잔치 등 각종 문화 공간과 행사 등을 통해 대중들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고 있다.
출판인들에서 대중들로 공간의 주체를 확대한 것에 대해 장 사무처장은 “아무래도 기점은 ‘지혜의숲’이었던 것 같다. 지혜의숲은 책의 역할들을 알려주는 상징적인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통해서도 문화적 명소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가 되면서 많은 지자체, 지역들도 이러한 공간을 만들고 싶어 하고, 또 만들기 시작했다. 문의를 많이 받곤 한다”라면서 “독서율이 떨어지고 있는 시대, 책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주고, 독서에 대한 동기부여의 역할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여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