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40조 넘게 급증
銀 건전성 관리 악재 우려
국내 은행들이 내준 외화대출이 1년 새 40조원 넘게 불어나면서 20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율이 더 오르기 전에 달러를 미리 쌓아둬야 한다는 기업의 불안 심리가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무역 환경 악화로 기업의 외화 수요가 당분간 계속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이런 움직임이 장기적으로 은행권의 재무 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국내 20개 은행의 외화대출금 평균 잔액은 총 192조714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5%(1조3914억원) 늘었다.
은행에서 나가는 외화대출이 몸집을 불리고 있는 배경에는 기업들의 자금 확보 노력이 자리하고 있다. 외화대출은 금융당국으로부터 허가를 받은 외국환은행이 특정 목적에 한해 융자를 외화로 해주는 제도로, 그 주요 대상이 대부분 기업으로 한정돼 있다.
은행별로 보면 무역 기업을 지원하는 국책은행들의 외화대출 규모가 컸다. 한국수출입은행의 외화대출금이 57조8000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15.4% 증가하며 최대를 나타냈다. KDB산업은행의 외화대출금 역시 45조568억원으로 22.1% 늘었다.
주요 시중은행들의 흐름도 마찬가지였다. 우선 하나은행의 외화대출금이 21조3256억원으로 41.4% 증가했다. 국민은행도 19조9185억원으로, 신한은행은 16조2348억원으로 각각 50.9%와 19.3%씩 해당 금액이 늘었다. 우리은행의 외화대출금은 15조8858억원으로 20.3% 증가했다.
특히 환율이 치솟기 시작하면서 외화대출을 찾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달러의 몸값이 고공행진을 벌이자. 조금이라도 환율이 쌀 때 외환을 구해두자는 불안 수요가 커진 형국이다. 외환이 많이 필요한 기업들이 비용 부담을 감수하고 달러 확보에 나섰던 이유다.
실제로 환율은 올해 2분기 동안에만 1212.1원에서 1298.4원으로 7.1%(86.3원)나 상승했다. 이어 지난 달 원·달러 환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9년 3월 말 이후 13년여 만에 처음으로 1400원 마저 돌파했다. 올해 3분기 말 원·달러 환율은 1430.2원으로 전분기 말 대비 10.2%(131.8원) 급등했다.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과 무역수지 적자로 기업들의 달러 수요 확대는 당분간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0일까지 누적 무역적자는 327억1400만 달러로, 무역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56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문제는 외화대출 증대가 은행 입장에서 마냥 달가운 소식만은 아니란 점이다. 늘어난 대출만큼 이자 수익을 거둘 수는 있겠지만, 은행의 건전성 지료 관리에 부담을 안길 수 있는 측면도 있어서다.
외화대출은 은행 회계 상 원화로 환산돼 위험가중자산으로 분류된다. 그리고 위험가중자산은 은행의 자본력을 악화시키는 핵심 요소다. 은행의 자본 적정성을 평가하는 대표 지표인 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BIS 비율)도 보유 자본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눠서 계산한다. 결국 분모인 위험가중자산이 늘어날수록 BIS 비율은 악영향을 받게 되는 구조다.
금융권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 상승세 등으로 외화 자금 조달 필요성이 계속 커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은행권의 공급 여건이 악화될 경우 기업들이 달러 확보에 애를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