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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초읽기'…선점 경쟁 본격화


입력 2022.11.08 05:00 수정 2022.11.08 05:00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관련 상품 대거 승인…내달부터 판매

운용사 보수 인하·상품 라인업 강화

“제도 취지 고려해 상품 다양화해야”

ⓒ픽사베이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 상품에 대한 정부 승인이 이뤄지면서 관련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증권·금융업계의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다만 고위험군 자산에 대한 투자자 인식이 악화돼 향후 수익률 성과에 대한 부담감도 높아졌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지난 3일 총 38개 퇴직연금 사업자가 신청한 디폴트옵션 상품 220개 중 165개(75%)를 승인했다. 위험도별로 나눠보면 초저위험 38개, 저위험 36개, 중위험 44개, 고위험 47개다.


디폴트옵션은 퇴직연금 수익률을 올리기 위한 제도다. 근로자가 본인의 퇴직연금 적립금을 운용할 금융상품을 결정하지 않을 경우, 은행·증권·보험 등 퇴직연금 사업자가 사전에 선택한 상품으로 적립금을 자동 투자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퇴직연금 적립금은 총 295조6000억원으로 전년보다 15.7% 증가했다. 반면 연간 수익률은 2018년 1.01%, 2019년 2.25%, 2020년 2.58%, 지난해 2.00%에 그치는 등 저조해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퇴직연금은 회사가 운용해 퇴직 시 확정된 금액을 지급하는 ‘확정급여형’(DB)과 개인이 직접 운용해 원리금을 받는 ‘확정기여형’(DC) 및 ‘개인형퇴직연금’(IRP)으로 나뉜다. 디폴트옵션은 이 중 DC형과 IRP형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지난 7월 본격 도입됐다. 약관심사 일정 등을 감안하면 실제 판매는 다음달 초부터 개시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방치된 퇴직연금 중 상당수가 타깃데이트펀드(TDF)에 투자될 것으로 보고 있다. TDF는 투자자가 정한 은퇴 시점에 맞춰 전문가가 투자 자산 비중을 알아서 조절해주는 펀드다. 2016년 670억원에 불과했던 국내 TDF 시장 규모는 지난해 10조원을 웃돌았다. TDF 전체 순자산 중 퇴직연금에서 유입되는 비중도 2016년 25% 수준에서 작년 70%까지 상승했다.


최윤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은 2006년 연금법 개정 이후 TDF 시장 규모가 2006년 1140억 달러에서 지난해 1조7000억 달러까지 증가했고 이 중 퇴직연금에서 유입되는 자산 비중은 85%”라며 “한국 퇴직연금 TDF도 추가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미 자산운용사들은 디폴트옵션 상품 승인을 받기도 전에 TDF 수수료 인하 및 관련 본부 신설을 마쳤다. KB자산운용이 지난 1월 TDF 수수료 인하 움직임의 신호탄을 쐈고 삼성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 한화자산운용 등도 줄줄이 보수 인하와 함께 상품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현재 국내 TDF 시장 점유율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약 44%를 차지하고 있다. 다음으로 삼성자산운용이 약 20%의 점유율로 추격 중이다. 이번 디폴트옵션 상품 적격 승인에서도 자산운용업계에선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상품 수가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삼성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한화자산운용 순이다.


다만 업계에선 시장 성장 기대감과 함께 수익률 개선 부담감이 커진 상태다. 한국 디폴트옵션 제도가 미국·호주 등과 달리 원리금 보장 상품을 포함한 것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온다. 보수적인 운용을 선호하는 퇴직연금의 특성상 가입자들은 실적배당형 상품보다 원리금 보장형 상품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증시 침체를 감안하면 이러한 현상은 더 장기화 될 수 있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번 디폴트옵션 상품 승인 현황을 보면 원리금 보장 상품이 다양한 위험 분류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안정성과 수익성의 상충이 발생할 수 있지만 디폴트옵션의 도입 취지를 고려하면 향후 다양한 펀드 상품의 편입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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