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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영화 뷰] '동감'·'20세기 소녀' 세기말 감성 멜로 속 OST 역할 달랐다


입력 2022.11.16 08:02 수정 2022.11.16 08:02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동감' 16일 개봉

노래가 가지는 힘은 크다. 당시에 들었던 노래 하나로, 잊고 지냈던 인물을 떠올리게 만들고 그날의 분위기와 감각까지 되살린다. 대중문화 속에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의 감성을 자극하는 Y2K 감성이 영화계도 스미고 있는 가운데 OST는 낭만을 한 껏 살리는 매력적인 요소다.


2000년대 개봉돼 타임 슬립과 풋풋하면서도 애절한 첫사랑의 이야기를 담은 '동감'은 22년 만에 리메이크 돼 관객들을 맞는다.


유지태, 김하늘 등 당시의 청춘스타들의 자리는 여진구, 조이현, 김혜윤이 MZ 세대 배우들이 채웠다. 원작에서는 과거에 사는 여학생이었지만, 리메이크 버전에서는 남성으로 성별 설정을 바꿨다. 다만 용(여진구 분)과 무늬(조이현 분)도 무선기로 시간을 초월해 교감을 나눈다.


고증을 꽤나 섬세하게 신경 쓴 구석이 돋보인다. 테크노 가방, 삐삐, 힙합 바지 등 당시 유행하던 패션들로 1999년대 유행을 되살렸다. 영화의 감성을 가장 살린 건 노래다. 세기말에 유행하던 '편지', '고백', '너에게로 가는 길', '늘 지금처럼', '습관' 등의 노래들이 감성을 극대화하는 역할을 한다. 스크린과 함께 겹쳐지는 OST를 들으며 관객들도 각자 자신이 보내왔던 과거에 젖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새로 태어난 '동감'은 인물들이 서로의 과거를 이해하는 과정이 단순하고, 캐릭터의 감정에 몰입할 수 있는 설정들이 부족하다. 첫사랑의 상대인 무늬를 향한 초반의 설렘은 후반에 가서는 집착과 분노로 튕겨져 나간다. 청춘과 사랑에 대한 인상적인 메시지를 남기지 못했다. 이야기가 탄탄하지 못하다 보니 영화의 몰입을 도와야 할 음악이지만, 오히려 주객전도돼 이야기보단 음악에 추억 소환을 기대는 비중이 크다.


반면 넷플릭스 영화 '20세기 소녀'는 이야기와 OST의 밸런스를 적절하게 발맞췄다. '20세기 소녀'는 1999년의 17세 소녀였던 소녀 보라가 절친인 연두의 첫 사랑을 이뤄주기 위해 나서는 풋풋한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공개 단 3일 만에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영화(비영어) 부문에서 2위를 차지, 한국을 비롯해 일본, 대만, 브라질, 멕시코 등 총 33개국의 TOP 10에 올랐다.


'20세기 소녀'도 방송반, 놀이공원, 사랑과 우정의 삼각관계 등 첫사랑을 묘사하는 클리셰와 예상 가능한 반전, 지금까지 많이 봤던 첫사랑 영화와 크게 다른 점이 없어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예쁘게 보정된 청량감 넘치는 영상미, 풋풋함 감정부터 아련한 배우들의 케미스트리들이 남달랐다. 영화가 진입장벽 없이 배우들의 감정선에 빠질 수 있게 설계돼 적재적소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박기영의 '시작', 조성모의 '투 헤븐', 토이의 '거짓말 같은 시간' 등은 몰입을 돕는다.


'동감'과 '20세기 소녀'는 비슷한 시기에 Y2K 감성을 소환한다는 공통점으로 세트로 호명되고 있는 가운데, 작품의 완성도마다 OST의 역할이 불가피하게 달라진다는 걸 다시 강조하는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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