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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짠테크’ 본격화…중고거래·공동구매 늘고, PB상품도 불티


입력 2022.11.21 07:10 수정 2022.11.21 07:10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경제 불확실성 커지자 지출 줄이고

쿠폰·포인트·프로모션 등 활용 늘고

유통업계, 짠테크 수요 맞춘 서비스 출시 적극

이마트 성수점에서 고객들이 알뜰 배, 보조개 사과를 구매하고 있다.ⓒ이마트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2030 직장인 사이에서 하루 지출을 극단으로 줄이는 사람이 늘고 있다. 중고거래와 공동구매는 기본, 하루에 특정 금액만 쓰는 ‘무지출 챌린지’에 도전하는 이들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유통업계는 이런 수요에 맞춰 출점 전략을 새롭게 짜기 시작했다.


최근 인스타그램 등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중심으로 ‘무지출’, ‘짠테크(아낀다는 뜻의 짠+재테크)’ 인증샷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무지출 생활을 공유하는 브이로그(비디오+블로그, 일상 영상 기록물) 영상도 인기다.


젊은층이 짠테크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높아진 경제 불확실성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몇 해 전만 해도 젊은층은 ‘욜로’(YOLO·You Only Live Once) 등을 외치며 행복을 위한 소비에 집중했으나, 최근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짠테크에 눈을 돌리는 모습이다.


실제로 쿠폰, 포인트 사용이나 프로모션 등을 꼼꼼하게 활용해 조금이라도 저렴하고자 하는사람들도 크게 늘고 있다. 과거에는 거들떠 보지도 않았던 못난이 상품 등 ‘B급' 상품을 사는가 하면, 고가 브랜드를 대체하는 상품을 찾아 구매하기도 한다.


당근마켓, 이웃과 같이 사고 나누는 동네생활 ‘같이사요’ 오픈ⓒ 당근마켓
◇ 고물가 시대, 대안으로 떠오른 ‘공동구매’


유통업계는 짠테크 수요에 맞춘 다양한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지난 7월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은 이웃들을 모아 물품을 같이 구매할 수 있는 ‘같이사요’ 서비스를 선보였다. 싼 물건을 함께 구입하거나, 배달 음식을 시킬 때 같이 주문해 배달비를 아낄 수 있도록 했다.


당근마켓에 따르면 최근 3개월(7~9월) 동안 공동구매 서비스 ‘같이사요’에 올라온 게시글 수가 직전 3개월 대비 45%나 늘었다. 동네 주민들끼리 다양한 물건을 함께 사고 생활비를 아끼는 서비스인데, 식재료를 대량 구입해 소분하자는 제안이 눈에 띈다.


배달도 공동구매가 대세다. 쿠팡이츠는 8월부터, 배민은 10월부터 각자 주문하되 같은 장소에서 수령하는 ‘친구 모아 함께 주문’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같은 사무실에서 다수의 인원이 음식을 주문할 경우 사용자 한 명만 배달비를 부담하는 식이다.


업계는 이같은 서비스 출시가 최근 급격하게 오르고 있는 배달비로 인한 이용자 이탈을 막기 위한 배달앱 업체들의 전략적 선택으로 보고 있다. 장바구니 공유를 통해 단체주문을 활성화하면 사실상 배달비가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해 소비자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 따르면 지난 8월 서울 음식점 1336개 가운데 378개(28%) 음식점의 배달료는 6월 대비 평균 887원 올랐다. 심야·기상악화의 경우 비용이 추가돼 현행 3000~5000원(소비자부담 기준)에서 많게는 8000원까지 내야한다.


GS25의 프리미엄 플래그십 스토어 도어투성수의 낮 전경 이미지ⓒGS25
◇ 출점 전략·상품기획도 ‘새롭게’…짠테크 수요 맞춰 변신


대형마트는 PB상품을 앞세우기 시작했다. PB상품이 불티나게 팔리자 관련 상품 기획도 늘렸다. 홈플러스는 최근 한달 간 PB상품 매출이 평균 15% 이상 증가했다. 이마트 PB브랜드 '노브랜드'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8%, 롯데마트는 15% 이상 매출이 늘었다.


업계는 반값제품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 진행한 ‘반값 기획전’ 카테고리 매출이 상반기 같은 행사 매출과 비교해 23% 상승했다. 같은 기간 대용식 행사 품목 매출은 162% 신장했다. 상품별로는 즉석밥, 간장·고추장 등이 상위 품목을 차지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당사는 대표 PB 브랜드 ‘홈플러스 시그니처’를 집중 강화해 선보이고 있다”며 “빅데이터 알고리즘을 통해 고객이 자주 찾는 대표 상품을 선정하고 안정적으로 소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19년 956종이었던 ‘홈플러스 시그니처’ 상품 수는 2022년 2837종(10월 기준)으로, 2019년 대비 약 196% 늘었다”며 “홈플러스 전체 상품 매출 중 PB상품의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4%에서 2022년 10월 기준 약 8%에 육박한다”고 덧붙였다.


편의점 업계는 아예 PB상품을 한 데 모아 판매하는 전문 매장을 출점하기 시작했다. PB상품이 예상을 뛰어 넘는 수준으로 잘 팔리자 출점 전략을 새롭게 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표적으로 GS25는 인기 있는 PB상품을 한데 모아 성수동에 ‘도어투성수’ 카페를 오픈했다.


GS25 관계자는 “도어투성수는 ‘편의점’이라는 선입견으로 인해 제대로 평가 받지 못했던 PB 상품을 소비자에게 편견 없이 선보이겠다는 의지를 담아 만든 공간”이라며 “소량의 상품을 다루는 대신 진열 면적을 확대 연출하는 형태로 판매를 시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세븐일레븐은 짠테크를 겨냥해 기존 유통기한 임박 상품을 20~30% 할인해 판매하는 ‘라스트오더’ 서비스에 배달 서비스를 추가했다. 최근 마감 할인 상품을 이용하는 고객이 크게 늘자 이용하는 고객 편의와 구매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서비스 범위를 넓혔다.


11번가는 재배 과정에서 못한 못난이 농산물들을 모은 생산자 협력 브랜드 ‘어글리러블리’를 운영 중이다. 2020년 4월 첫 론칭 후 과일을 비롯해 시즌별로 농산물부터 수산물까지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가격도 일반 상품보다 평균 20~30% 저렴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물가상승에 대한 부담이 높아지자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B급 상품에 관심을 기울이는 등 소비 패턴이 크게 변하고 있어, 업계로서는 이런 상황에 대해 주시할 수밖에 없고, 소비자의 니즈와 수요를 충족할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내놓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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