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세페, 역대 최다 기업 참가했지만 흥행 실패
쓱세일로 포문 열었지만 열기 이어갈 동력 부족
겨울 월드컵에 이태원 참사 후폭풍까지…“기대 보다 걱정 앞서”
11월부터 연말까지 설, 추석 명절에 버금가는 유통가 최대 성수기가 시작됐지만 유통업계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물가, 금리, 환율 등 3고 현상에 대목이 실종된 탓이다. 여기에 이태원 참사까지 겹치면서 야외행사나 마케팅은 일제히 자취를 감췄고, 소비심리를 유지하기 위한 할인행사에만 집중하는 분위기다. 연말 최대 대목을 맞은 유통업계의 표정과 꽁꽁 언 소비자들의 반응에 대해 짚어본다. [편집자주]
11월은 유통업계의 황금대목으로 꼽히는 시기다.
한국판 블랙 프라이데이로 불리는 '코리아세일페스타'를 시작으로, 전세계 할인 행사가 된 블랙프라이데이, 수능 그리고 크리스마스와 송년회 수요까지 이어지면서 설, 추석과 더불어 3대 성수기로 통한다. 올해는 월드컵까지 가세해 그야말로 유통업계 최대의 대목으로 여겨졌다.
유통업계는 지난 2년 코로나19로 제대로 된 대목을 누리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 상반기 엔데믹 전환을 기점으로 소비심리가 되살아나며 올 연말 매출 회복에 대한 기대가 컸다.
하지만 환율, 금리, 물가 등 3고 현상과 더불어 지난달 말 이태원 참사까지 겹치면서 소비심리는 꽁꽁 얼어붙었다. 이달엔 4년 마다 돌아오는 월드컵도 열리지만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녹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달 1일 개막한 코리아세일페스타에는 역대 최다인 2300개사 이상의 유통·제조·서비스기업들이 참여했다.
하지만 며칠 전 이태원 참사로 인한 국가애도기간을 감안해 개막식이 취소되고 대부분의 마케팅 행사도 중단됐다. 대부분 브랜드들이 자체 할인행사 포스터만 부착하는 정도였다.
지난 15일 예정대로 행사는 마무리됐지만 유독 조용한 올해 행사를 기억하는 소비자는 거의 없었다. 일각에서는 가뜩이나 인지도가 낮은 행사인데 제대로 된 홍보행사조차 할 수 없어 잊혀진 행사가 됐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11월11일 빼빼로데이는 그나마 선방했다는 평이 나온다.
이태원 참사에 따른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해 TV 광고 등 홍보행사는 거의 없었지만 편의점을 중심으로 유명 캐릭터와 협업한 기획상품이 인기를 끌면서 매출을 견인했다.
행사 기간 동안 주요 편의점의 빼빼로 매출은 전년 대비 50% 이상 늘었다. 보통 빼빼로데이 주간에는 연간 국내에서 판매되는 물량의 절반 이상이 판매된다.
대형 유통채널에서는 신세계그룹이 신호탄을 쐈다.
신세계그룹이 야구단 SSG랜더스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기념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진행한 ‘쓱세일’에 소비자들이 몰리면서 흥행에 성공했다. 이마트 등 그룹 계열사 19곳이 참여한 행사에서는 주요 상품을 최대 50% 할인하며 이마트 매장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대대적인 할인 행사로 소비자들의 큰 관심을 받았지만 문제는 이를 이어갈만한 동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코리아세일페스타처럼 전 유통기업들이 참여하는 행사가 아니다보니 다시금 소비심리가 가라앉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큰 셈이다.
지난 20일부터 카타르 월드컵이 개막했지만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서는 상황이다.
서울시가 광화문 광장 거리 응원을 승인했지만 지난달 말 이태원 참사 여파와 겨울철 낮은 기온 등으로 이전 월드컵과 비교해 열기가 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카타르 현지와의 시차 문제로 대부분 경기가 한국시간으로 새벽에 열리기 때문에 여느때 처럼 외식이나 배달 수요도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편의점, 식품업계에서는 집에서 간단하게 즐길 수 있는 주류와 안주류 할인에 마케팅을 집중하는 분위기다.
이태원 참사 여파로 많은 인파가 몰리는 야외행사에 대한 부담이 큰 것도 악재다.
과거엔 기업들이 앞다퉈 야외행사를 기획하고 그 자리에서 상품을 소개하고 판매로 연결하는 마케팅이 주를 이뤘다면 올해는 경기를 관람하며 즐길 수 있는 주류, 안주류 등을 할인해 판매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대대적인 마케팅이 줄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소비 자체가 줄기 때문에 매출과 수익성 모두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 18일부터 내달 초까지 겨울 정기세일을 진행하는 백화점업계도 걱정이 크기는 마찬가지다.
올 3분기까지는 패션, 명품 등의 수요가 늘면서 최대 실적을 기록할 정도로 분위기가 좋았지만 금리 인상 등으로 소비가 위축되면서 4분기 실적 전망이 어두운 상황이다.
달러 강세가 장기화되면서 올해 블랙프라이데이 수요도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후 맞는 첫 연말 대목이라 당초 기대가 컸지만 오히려 코로나19 당시보다 마케팅이나 행사는 더 축소된 상황”이라며 “금리, 물가 인상으로 가계 부담이 커지다보니 가격 할인 말고는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 수가 없다”고 전했다.
이어 “대형마트나 온라인에서는 연중 할인 행사가 진행되기 때문에 웬만한 할인 폭으로는 소비자들의 발길을 유도할 수 없다”며 “내년이 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계속 되면서 다른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통가 대목 실종②] [현장] “‘연말 같지 않은 연말’ 코로나 때보다 더 힘들다”>에서 계속 이어집니다.